내년 ‘어벤져스2’와 맞붙을 한국영화 있을까?

입력 2014-04-14 06: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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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름간 서울을 들썩이게 한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어벤져스:에이지 오브 울트론’이 14일 한국 로케이션을 마무리한다. 사진은 6일 서울 강남대로에서 촬영에 한창인 스태프와 이를 지켜보기 위해 몰린 시민들의 모습. 동아일보 최혁중 기자

■ ‘어벤져스2’ 한국 촬영이 남긴 것은?

할리우드 영화 주요 촬영지로 급부상
연간 876억원 경제 효과 장밋빛 전망

국내 영화 촬영지원 인색 형평성 논란
韓 촬영 프리미엄 마케팅 전략 평가도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어벤져스:에이지 오브 울트론’이 보름간의 한국 촬영을 마무리한다. 13일 문래동 철강단지와 14일 소스 촬영을 끝으로 3월30일 마포대교를 통제하고 시작한 서울 로케이션을 모두 무사히 마치게 된다. ‘어벤져스:에이지 오브 울트론’(어벤져스2)이 한국 촬영에 사용한 금액은 약 100억원. 웬만한 한국영화 대작 한 편의 제작비에 해당하는 규모로 상암동 월드컵북로, 강남대로, 청담대교 등 서울 주요 지역 교통을 전면 통제한 촬영으로 숱한 화제를 뿌렸다.


● 서울, 美 영화 주요 촬영지?…문화적 효과 기대

‘어벤져스2’는 한국에서 본격적으로 촬영한 첫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다. 제작사 마블스튜디오 실무진은 지난해 말 서울을 찾아 촬영지를 둘러보고 곧장 로케이션을 결정했다. 한국에서 촬영한 내용은 ‘어벤져스’의 주인공들이 신종 악당인 울트론이 만들어진 서울을 찾아 벌이는 추격전. 서울은 과학과 IT산업이 발달된 최첨단 도시로 묘사돼 약 20분 분량으로 영화에 담길 예정이다.

문화체육관광부와 영화진흥위원회 등은 ‘어벤져스2’의 한국 촬영 비용 가운데 30%에 해당하는 규모를 지원했다. 서울 주요 지역 교통 지원도 아끼지 않았다. ‘퍼주기’라는 지적이 있었지만 한편으론 향후 할리우드 영화의 서울 촬영이 늘어나고 경제·문화적 효과를 기대해 볼 만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실제로 마블스튜디오 아비 아라드 대표는 “‘어벤져스’ 외에도 ‘아이언맨’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같은 히어로 시리즈를 한국에서 촬영할 수 있다”며 “촬영지로 선택하는 배경에는 한국영화가 대단한 수준에 이르렀다는 점도 주효하다”고 밝혔다.

‘어벤져스2’ 제작진은 이번 촬영에 만족한 것으로 알려졌다. 홍보사 호호호비치의 한 관계자는 “초반 우려로 지적됐던 촬영 스포일러 유출 등 문제가 드러나지 않았고 촬영장마다 영화 팬들이 모여 응원한 점도 제작진의 기대를 높였다”고 밝혔다.


● 촬영 지원 둘러싼 ‘형평성 논란’ 불씨

물론 우려 섞인 시선도 있다. 촬영 지원에 따르는 형평성 논란과 더불어 할리우드 대형 스튜디오의 치밀한 전략에 휩쓸린 측면이 있다는 지적이다. 부정적 의견은 문화체육관광부가 이번 촬영 이후 일어날 기대치로 제시한 251억원 생산유발효과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에서 출발한다. 또 영화 개봉 후 연간 876억원의 관광객 증가와 소비지출이 늘 것이라는 전망에도 회의적인 시선이 많다. 정부 차원의 전폭적인 촬영 지원이 향후 ‘형평성 논란’을 불러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어느 영화는 되고 어느 영화는 안 된다’는 논란의 불씨를 남겨둔 셈이다. 실제로 ‘어벤져스2’를 지원했던 서울도시철도공사는 같은 시기 한국 공포영화 ‘소녀무덤’ 촬영은 불허해 그 판단 기준을 두고 논란이 일기도 했다.

크리스 에반스. 사진제공|소니 픽쳐스 릴리징 브에나 비스타 영화


‘어벤져스2’ 촬영을 마냥 반길 수만은 없는 이유 가운데 하나는 이번 촬영이 할리우드 대형 스튜디오의 ‘계산’에서 나왔을 수 있다는 ‘의심’ 때문이기도 하다. 실제로 촬영을 시작하기 직전인 3월26일 ‘어벤져스’ 시리즈의 주인공인 캡틴 아메리카의 이야기 ‘캡틴 아메리카:윈터 솔져’(‘캡틴2’)가 개봉했다. ‘어벤져스2’ 서울 촬영에 참여한 유일한 배우 역시 ‘캡틴2’의 크리스 에반스였다.

우연치곤 절묘했지만 그 효과는 곧바로 나타났다. 3년 전 개봉한 1편은 51만명 동원에 그쳤지만 이번엔 ‘어벤져스2’ 후광효과에 힘입어 300만 관객을 모았다. 이로 인해 ‘방황하는 칼날’ 등 한국영화는 빛을 보지 못했다. ‘로케이션 그 이후가 더 문제’라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영화계 한 관계자는 “‘어벤져스2’ 개봉 때 서울 촬영의 프리미엄으로 국내 박스오피스를 싹쓸이할 건 불 보듯 뻔하다”며 “이래저래 한국영화는 어려운 상황을 맞을 것이다”고 짚었다.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madeinhar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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