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창용표 뱀직구’는 강렬했다

입력 2014-04-14 06: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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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창용이 13일 대구 SK전에서 1.2이닝 무실점 역투로 승리투수가 된 뒤 응원단상에 올라 팬들에게 복귀 기념 사인볼을 선물하고 있다. 임창용은 한국프로야구 무대에서 2007년 9월 9일 잠실 LG전 승리 후 2408일 만에 승리투수가 됐다.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 직전 타석 만루포 친 최정 4구 삼진…2408일 만에 국내무대 승리

SK전 1.2이닝 무안타…147km ‘꿈틀’
삼성 연패탈출 선봉…완벽한 복귀인사


‘창용불패’ 임창용(38·삼성)이 7년 만의 복귀전에서 짜릿한 승리를 챙겼다. 임창용은 13일 대구구장에서 열린 SK전에서 8-8 동점이던 8회 1사 만루에서 구원등판해 1.2이닝 동안 5타자를 상대로 삼진 2개를 솎아내며 건재를 과시했다. 삼성이 10-9로 재역전승을 거두면서 임창용은 2007년 9월 9일 잠실 LG전에서 승리를 거둔 뒤 2408일 만에 구원승을 따냈다. 삼성은 임창용의 호투에 힘입어 2연패에서 벗어나며 시즌 4승6패를 기록했다.


● 예고된 등판

임창용의 등판은 일찌감치 예고됐다. 삼성 류중일 감독은 이날 SK전에 앞서 “임창용이 등판하고 싶다고 하면 출전시킬 것이다”고 말했다. 임창용도 화답했다. 그는 “오늘(13일) 경기에 나가 팬들에게 인사를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앞선 2경기에서 대기했지만, 등판 기회를 잡지 못했기에 이날은 무조건 승패를 떠나 9회 1이닝을 책임지기로 했다.

예상보다 등판 기회는 일찍 찾아왔다. 상황도 예상했던 것보다 더 긴박했다. 삼성은 초반부터 대량득점에 성공하며 6회까지 7-1로 크게 앞섰지만, 8회초에 SK의 반격에 쫓기기 시작했다. 8-4로 앞선 상황에서 무사만루로 몰렸다.

볼넷과 내야안타 2개를 허용했고, 2루수 야마이코 나바로의 실책성 수비가 더해지면서 불안한 순간을 연출했다. 안지만이 구원등판하며 조기 수습에 나섰다. 하지만 초구로 던진 공이 높게 형성되면서 최정에게 동점 만루홈런을 맞고 말았다. 경기장은 찬물을 끼얹은 듯 단숨에 조용해졌다. 안지만이 크게 흔들리며 다시 1사 만루를 허용했다.


● ‘1사만루’ 스캇과 메이저리거 맞대결

물러설 데가 없었다. ‘등번호 37번’ 임창용이 불펜에서 몸을 풀다 마운드에 올랐다. 삼성으로선 임창용 카드를 빼들 수밖에 없었다. 2007년 10월 5일 사직 롯데전 이후 2382일 만의 복귀전. 그러자 대구구장은 뜨거운 함성으로 뒤덮였다. SK도 메이저리그 개인통산 135홈런의 관록에 빛나는 루크 스캇을 대타로 넣었다. 비장감이 흘러넘쳤다. 초구는 역시 ‘뱀직구’였다. 시속 142km가 찍혔지만 힘이 있었다. 헛스윙 스트라이크. 2구도 직구(142km)였지만 볼. 3구 째 던진 직구(143km)가 스캇의 방망이에 걸리며 좌익수 희생플라이가 되고 말았다. 8-9 역전. 임창용은 후속타자 김성현을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길었던 이닝을 마무리했지만 역전 점수를 허용한 탓인지 덕아웃으로 들어가는 발걸음이 무거웠다.


● 명불허전 창용불패

삼성으로선 자칫 3연전 스윕패를 당할 위기였지만, 8회말 박석민의 좌중간 2루타로 동점을 만들고, 이승엽의 진루타와 박한이의 땅볼 때 박석민이 득점에 성공하면서 경기를 다시 10-9로 뒤집었다.

그러자 임창용은 9회 3타자를 깔끔하게 막아냈다. 이명기와 조동화를 각각 3루수 땅볼과 2루수 땅볼로 처리했다. 직전 타석에서 만루포를 때린 최정을 4구 만에 시원하게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승리를 지켜냈다. 이날 총 24개의 공 중 21개의 직구를 넣었고, 슬라이더 2개와 포크볼 1개를 던지며 5타자를 막았다. 최고 구속은 147km.

임창용은 경기 후 “너무 타이트했다. 감독님과 선수들에게 믿음을 주고 싶었다. 8회 1사 만루에서 병살을 유도했으면 좋았을 텐데 아쉽기도 하다. 상황이 만루라 자신 있는 직구로 승부했다”며 7년 만에 한국프로야구 무대에서 승리투수가 된 소감을 밝혔다.

대구|박상준 기자 spark4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sangjun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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