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민상 감독 “인천서 태환이가 쑨양 꺾으면 좋겠다”

입력 2014-04-25 06: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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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민상 감독(오른쪽)은 지난해 7월 농아인올림픽을 위해 불가리아 소피아로 향하는 과정에서 중국의 수영스타 쑨양을 만났다. 터키 이스탄불공항에서 노 감독을 마주친 쑨양은 어디에선가 담배 한 갑을 구해와 선물했다. 사진제공|노민상 전 경영대표팀 감독

■ 박태환 전 스승 노민상 감독 인터뷰

클럽 이끌고 울산 동아수영대회 참가
인천AG 박태환·쑨양 대결에 큰 관심

“작년 터키 공항서 쑨양과 우연히 만나
헤어지기 전에 담배 한 갑 건네더라
‘박태환 수영장’서 꼭 설욕 성공하길”


노민상(58) 전 경영대표팀 감독은 ‘마린보이’의 옛 스승으로 유명하다. 박태환(25·인천시청)을 7세 때부터 지도해 세계 정상에 올려놓았다. 노 감독은 2006년 8월 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뒤 2011년 1월까지 4년 넘게 태릉선수촌을 지켰다. 박태환의 아시안게임 2회 연속 3관왕(2006년 도하·2010년 광저우)과 2008베이징올림픽 남자 자유형 400m 금메달 등이 주요 성과다. 대표팀 감독 사임 이후 중원대에서 후진 양성에 힘썼던 노 감독은 2월 교수직을 내려놓았다. 그리고 박태환을 처음 만났을 때처럼 클럽 지도자로 돌아갔다. 24∼28일 울산 문수실내수영장에서 열리는 제86회 동아수영대회에도 W클럽을 이끌고 출전했다. 노 감독은 “2014인천아시안게임에서 (박)태환이가 쑨양(23·중국)을 꺾었으면 좋겠다”며 제자에 대한 변함없는 애정을 드러냈다. 현재 호주에서 전지훈련 중인 박태환은 이번 대회에 불참했다.


● 새로운 도전, 농아인수영대표팀 사령탑

노민상 감독은 지난해 5월 2013농아인올림픽 수영대표팀 사령탑으로 선임됐다. 베테랑 지도자에게도 새로운 경험이었다. 농아인수영은 스타트 방법부터 다르다. 총성 대신 깃발과 스타트블록 옆에 설치된 등(燈)을 사용한다. 청각이 아니라 시각의 반응이 중요하다. 수화를 통해 의사전달을 하는 것도 노 감독에게는 생소했다. 2개월간의 담금질을 거친 대표팀은 불가리아 소피아에서 열린 2013농아인올림픽(7월 26일∼8월 4일)에서 값진 성과를 거뒀다. 김건오가 남자 자유형 50m에서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노 감독은 “김건오는 마치 (박)태환이를 연상시키는 탄력을 갖췄다”고 설명했다. 비록 농아인올림픽 이후 대표팀 지휘봉을 내려놓았지만, 노 감독과 선수들 모두 값진 경험을 쌓았다.


● 이스탄불공항에서 우연히 만난 쑨양

농아인올림픽 출전 과정에선 ‘깜짝 만남’도 있었다. 지난해 7월 23일 대표팀은 소피아로 가기 위해 터키 이스탄불에서 비행기를 갈아탔다. 환승을 위해 이동 중이던 노민상 감독 쪽으로 키 큰 동양인 청년 한명이 다가왔다. 그리고 노 감독의 어깨를 살며시 짚었다. 돌아보니 중국의 수영영웅 쑨양(198cm)이 방긋이 웃고 있었다. 공교롭게도 2013바르셀로나세계수영선수권대회(7월 19일∼8월 4일) 참가를 위해 스페인으로 향하던 중국대표팀 역시 중간기착지로 이스탄불을 택한 것이었다. 예정 없던 만남에 양쪽 모두 놀라기는 매한가지였다. 노 감독과 쑨양은 “어디로 가고 있는 것인지”에 대해 간단히 물은 뒤 사이좋게 기념촬영을 했다. 노 감독은 “국제대회에서 안면을 익힌 중국대표팀 관계자들과도 반갑게 인사를 나눴다”며 미소 지었다. 이별의 순간, 쑨양은 어디에선가 담배 한 갑을 구해와 노 감독에게 선물로 건넸다. 노 감독이 애연가라는 사실도 알고 있는 듯했다.


● “박태환수영장에서 쑨양에게 설욕했으면…”

노민상 감독과 쑨양의 만남은 6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쑨양은 베이징올림픽 자유형 400m에 출전해 28위에 그쳤다. 당시 그의 나이 17세였다 노 감독은 “큰 키에도 불구하고 영법이 상당히 깨끗했다. 박태환의 좋은 경쟁자가 될 것임을 예감했다”고 회상했다. 박태환은 2010아시안게임과 2011세계수영선수권 자유형 400m에서 쑨양을 누르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그러나 2012런던올림픽에선 쑨양에 이어 은메달을 기록했다. 쑨양은 기세를 몰아 박태환이 불참한 2013세계선수권에서 자유형 400·800·1500m를 석권했다. 아시아선수 최초의 세계선수권 3관왕이었다. 두 선수가 자유형 400m에서 펼칠 대결은 인천아시안게임 최고의 흥행카드로 꼽힌다. 노 감독은 “쑨양은 지구력이 장점이고, 박태환은 탄력과 막판 스퍼트에서 앞선다. 박태환의 승부근성이 워낙 뛰어나 기대가 된다. 자신의 이름을 딴 수영장에서 열리는 경기인 만큼 태환이가 쑨양에게 설욕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울산|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setupman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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