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루키’ 백규정 데뷔 첫승

입력 2014-04-28 06:4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백규정. 사진제공|KLPGA

작년 상금왕 장하나 추격 뿌리치고 넥센 마스터즈 정상
경험 부족을 배짱으로 극복…이번 시즌 신인왕 예약


상금왕 장하나(22·비씨카드)도, 신인왕 출신 김지희(20·대방건설)도 ‘슈퍼루키’의 돌풍을 막지 못했다. 백규정(19·CJ오쇼핑·사진)이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데뷔 첫 승을 따냈다.

백규정은 27일 경남 김해 가야골프장 낙동·신어코스(파72)에서 열린 넥센 세인트나인 마스터즈(총상금 5억원·우승상금 1억원) 최종 3라운드에서 버디 6개에 더블보기와 보기를 1개씩 적어내 3언더파 69타를 쳤다. 합계 9언더파 207타로 2013년 상금왕 장하나(7언더파 209타)의 추격을 2타차로 뿌리치고 프로 데뷔 4경기 만에 첫 우승에 성공했다.

엎치락뒤치락 한 치의 양보 없는 샷 대결에서 승부를 가른 건 실수였다. 먼저 위기가 찾아온 건 백규정이다. 10번홀까지 3타 차 선두를 달려 우승을 눈앞에 뒀다. 그러나 11번홀(파4)에서 2타를 잃었고, 14번홀(파4)에서 다시 보기를 적어내 1타 차 2위로 내려앉았다. 승부의 추가 기우는 듯 했지만 이번엔 장하나의 실수가 나왔다. 16번홀(파5)에서 티샷이 페어웨이 오른쪽 숲에 떨어졌고, 4번째 샷 만에 그린에 올라왔지만 2퍼트로 보기를 적어냈다.

백규정은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먼저 버디를 성공시켜 다시 1타 차 역전에 성공했다. 승부를 다시 뒤집은 백규정은 마지막 18번홀(파4)에서 천금같은 버디를 성공시키며 짜릿한 우승 드라마를 완성했다. 슈퍼루키의 탄생.

백규정은 프로골퍼에게 필요한 모든 걸 갖췄다. 실력은 물론 배짱도 좋고 자신감도 넘친다. 고교 2학년 때 국가대표로 발탁됐다. 2012년엔 김효주(19·롯데), 김민선(·CJ오쇼핑)과 함께 세계여자아마추어골프선수권에서 단체전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가장 돋보이는 건 뛰어난 승부근성. 역대 가장 치열하다는 신인왕 경쟁에서 단연 첫 손에 손꼽히는 이유다.

아버지의 피를 물려받았다. 그의 부친 백진우(50)씨는 젊은 시절 유도와 씨름 선수를 했다. 백 씨는 딸의 승부근성을 키워주기 위해 어려서 승마를 시키기도 했다. 겁이 많은 딸을 강심장으로 키우기 위한 선택이었다. 백 씨는 “초등학교 시절 배짱과 담력을 키워주기 위해 승마를 시켰다. 처음에는 겁을 먹고 잘 타지 않으려 하더니 나중에는 혼자서 전력으로 질주하면서 말 타는 것을 즐겼다. 그것 말고도 별의 별 일을 다 시켰다”고 말했다. 이날 우승의 원동력도 두둑한 배짱 덕분이다. 여자골프 1인자 장하나와의 대결은 쉽지 않았다. 장하나는 뒷심이 좋아 마지막까지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었다. 그러나 백규정은 스스로 자초한 위기를 자신의 손으로 풀었고, 경험 부족의 한계를 극복하며 우승트로피의 주인공이 됐다. 백규정은 “할아버지께서 작년에 돌아가시기 전에 ‘우리 손녀딸이 1등 하는 모습 봐야하는데’라고 하셨는데, 이제야 우승하는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게 됐다. 하늘에 계신 할아버지께 우승을 받치고 싶다”며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백규정의 우승과 함께 신인들의 활약도 눈부셨다. 김민선(19·CJ오쇼핑)은 합계 6언더파 210타를 쳐 김지희(20·대방건설), 박주영(24·호반건설)과 함께 공동 3위에 올랐고, 고진영(19·넵스)과 오지현(18·KB금융그룹)은 공동 9위(4언더파 212타)로 경기를 마쳤다. ‘톱10’ 중 6명이 신인이었다.

주영로 기자 na187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na1872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