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건 전문기자의 V리그 레이더] 총재 추대 원칙 준수·샐러리캡 현실화…KOVO 이사회에 쏠린 눈

입력 2014-04-29 06: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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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하산 인사 배제하고 민선총재 원칙 지켜야
샐러리캡 또 동결 땐 탈법과 꼼수 양산 우려

한국배구연맹(KOVO)이 29일 제10기 제6차 이사회 및 임시총회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개최한다. V리그 미래에 중요한 변곡점이 될 결정과 선택이 나올 예정이다. 주요 안건은 3가지다. ▲임원 임기만료에 따른 집행부 선임 ▲2014시즌 샐러리캡 ▲2014시즌 컵대회 등이다.


● 구자준 총재의 사퇴 표명…재추대 땐 연임 의사

제3대 구자준 총재는 이번 이사회에서 사퇴의사를 표명할 예정이다. 연임을 했던 제2대 이동호 총재가 2011년 10월18일 이사회에서 사퇴한 뒤 10개월간 총재 공백상태가 있었다. KOVO 이사회는 2012년 7월25일 총재 추대위원회를 구성해 구 총재를 추대했고 10월11일 이사회에서 정식으로 선출됐다. 전임 총재의 잔여임기(약 1년6개월)를 수행중인 구 총재는 KOVO 정관 제3장 제13조 ‘임원의 선출’ 규정에 따라 임기만료(6월30일) 2개월 전에 사퇴의사를 밝힌다.

공은 이사회로 넘어갔다. 구 총재 재임기간 결정했던 많은 일의 공과를 판단해 성공적이었다고 판단하면 새로운 3년의 임기를 보장하는 연임을 제안할 수도 있고 그렇지 않다고 판단하면 새로운 총재를 선택할 수도 있다. 구 총재는 이사회에서 만장일치로 재추대할 경우 연임할 의사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무의 연속성을 원하는 KOVO의 최선의 시나리오다.


● 정치권 인사 총재 추대설의 진상

이사회를 앞두고 최근 민감한 소문이 떠돈다. 소문의 내용은 이렇다. 일부 언론인과 은퇴 배구인 등이 새 총재를 추대하려는 움직임이 있다. 수도권 국회의원 출신으로 현재 공기업 사장으로 재직 중인 K씨를 총재로 추대하려고 한다. 일종의 외부인사 영입이다. K씨는 공기업 사장으로 취임할 당시 낙하산 인사라는 논란을 불러 일으켰었다. 남자 제8구단이나 여자 제7구단을 만든다는 공약을 새로운 총재추대의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다는 말이 돌고 있다.

사실 여부는 29일 이사회에서 드러날 것이다. 배구계 발전을 위해 많은 일을 할 능력 있는 사람을 모시는 것이야 두 손을 들어 찬성하지만 중요한 것은 원칙과 절차다.

V리그는 몇 년 전에도 이런 절차를 무시해 어려움을 겪었다. 전임 총재나 총장이 사법당국으로부터 처벌을 받는 불행한 일을 겪었다. 그런 문제를 원천적으로 없애기 위해 2012년 9월14일 이사회에서 약속했던 사항이 각 구단이 돌아가면서 총재와 집행부를 맡는 것이었다.


● 왜 민선총재인가

민선총재 원칙을 정한 이유는 정치인 출신 등 외부인을 총재로 영입하다보니 여러 면에서 문제점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정치인 총재의 전문성 부족은 사실 중요하지 않았다. 문제는 실무를 담당하는 집행부의 그릇된 판단이었다. 많은 원칙이 훼손됐다. 그것은 지금도 KOVO의 발전을 가로막는 걸림돌이다. 정치인은 스포츠를 진정으로 이해하거나 사랑해서 뛰어들기보다는 자신의 도약을 위한 발판으로 이용하고자 하는 속성이 크다.

신생구단 창단도 명분은 좋지만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전임 이동호 총재 때도 신생구단 드림식스를 만들었지만 얼마 가지 못하고 사라질 뻔했다.

중요한 것은 창단이 아니다. 영구히 존속할 팀이다. 총재가 되기 위한 발판으로 새로운 팀을 만들어놓고 무책임하게 떠나버리면 결코 배구계의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규정대로 총재는 총재추대위원회에서 결정해야 한다. 이사들의 모임인 추대위원회에서 총재를 원하는 후보자들의 됨됨이를 보고 V리그를 위한 비전을 들어본 뒤 총재를 추대하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 이런 과정을 공개적으로 거쳐야 V리그가 올바르게 나간다. 개인의 이해나 불순한 목적이 앞선 몇몇 사람이 음지에서 결정하면 결과는 불 보듯 뻔하다.


● 샐러리캡의 문제는 무엇?

이번 이사회에서는 남녀부 샐러리캡 문제도 다뤄진다. 여자는 실무위원회에서 1억 원을 올리는 것으로 결정했다. 이사회의 최종 승인만 남았다. 2시즌 만에 여자선수들의 몸값은 12억원으로 오른다. 남자는 2012∼2013시즌 20억원에서 변동이 없다.

21일 실무위원회에서 샐러리캡 인상을 놓고 격론을 벌였으나 2대5로 부결됐다. 삼성화재와 대항항공만이 인상에 찬성했다. 문제가 발생할 소지가 있다.

우선 남녀선수 간 형평성이다. 동결된 샐러리캡에 불만도 크다. KOVO는 각 구단에 많은 아마추어선수를 뽑아달라고 요청해 엔트리도 2명 늘어났지만 샐러리캡은 변하지 않았다. 이미 몇몇 구단은 소진율이 99%다. 있는 선수도 내쳐야 한다. 비주전과 아직 가능성만 있는 선수부터 나가게 될 것이다. 이런 한계상황이라면 남자구단은 유소년 육성과 배구 꿈나무 발굴 같은 사업에 돈을 쓸 명분도, 여력도 사라진다.

샐러리캡 인상에 반대하는 구단과 KOVO는 “주전 선수를 포기하라“고 하지만 그렇게 할 구단은 세상 어디에도 없다. 구단운영을 포기하라는 말과 같다. 지키지도 못할 것을 강요하면 편법이 나온다. 연봉을 실제보다 적게 쓰는 다운계약서가 많은 이유다. 종합소득세 신고 때 이를 확인하면 누가 어떤 구단이 위법행위를 했는지 잘 알 수 있다.

실무위원회는 선수를 광고에 출연시키는 것은 샐러리캡에서 제외한다고 결정했다. 실제로 선수들에게 많은 연봉을 주면서 샐러리캡을 유지하는 편법으로 악용될 소지가 있다. 앞서가는 구단을 끌어내서 하향평준화하려는 KOVO의 행정과 결정은 이처럼 탈법과 꼼수를 양산한다.

차라리 각 구단이 마음껏 돈을 쓰게 하고 그 비율만큼 유소년 발전기금을 내게 만드는 소프트캡 제도를 도입하거나 샐러리캡 상한선을 현실화해 프로배구가 실제로 선수들에게 쓴 돈이 얼마인지 공개하는 것이 더 낫다. 모든 부조리는 음지에서 생긴다.

marc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kimjongke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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