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하인드베이스볼] 떠나는 김기태, 벌써 감독후보?

입력 2014-04-30 06: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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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3일 자진사퇴한 LG 김기태 감독이 조만간 가족이 있는 미국으로 떠난다. 그동안 리더십을 인정받은 김 감독은 올 시즌이 종료되면 꽤 많은 팀의 감독이 계약이 만료돼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스포츠동아DB

■ 그의 미국행을 바라보는 시선

떠나기 전 복귀설 극구 부인 불구
일본 이어 미국야구까지 경험 기회
흔들림없는 보스 역할도 높은점수
주변선 잠재적 감독 후보군 점쳐


고전 속에 자주 등장하는 뛰어난 명사들은 아무리 꽁꽁 숨어 세상을 등져도 결국 운명처럼 다시 이끌려나와 전장에 선다. 그 아까운 재주를 쉽게 놔주지 않기 때문이다.

김기태(45) 전 LG 감독이 조만간 가족들이 있는 미국으로 떠난다. 김 감독은 28일 취재진과 작별하는 자리에서 “비자가 3개월짜리라서 오래 있고 싶어도 곧 돌아와야 한다. 미국에서 메이저리그도 보고 야구 공부 많이 하겠다”고 말했다.

아까운 젊은 지도자의 잠행이 내심 길어질까 걱정했던 야구계에 분명 반가운 소식이다. 일본 최고 명문구단 요미우리에서 연수를 하다 정식 코치로 계약하고, 육성군 감독까지 발탁됐던 김기태 감독은 “미국에서 내공을 쌓겠다”고 말했다. 일본야구를 경험한 지도자가 미국에서 더 시각을 넓히겠다는 다짐 속에는 프로야구 감독으로 두 번째 승부를 철저히 준비하겠다는 의지도 보인다.

김 감독이 원하든, 원하지 않든, 이제 그는 프로야구 최고의 잠재적 감독 후보군이 됐다. LG가 김 감독을 엔트리에 올려놨지만 어쩔 수 없이 후속 대처방안을 고심해야 하는 것과 같다.

각 구단은 모두 말을 아끼고 있지만 역시 자동적으로 차기 감독 후보군 리스트에 김기태라는 이름을 올려야 한다. 1969년생으로 이제 만 45세. 그러나 최고의 명장으로 꼽혔던 감독도, 가장 준비된 지도자라고 평가됐던 사령탑도 이루지 못한 LG의 11년 만에 4강 진출을 이끌면서 지도력을 인정받았다.

이제 갓 유니폼을 벗은 젊은 감독의 주가는 군 전역을 1년이나 앞둔 톱스타 사무실에 쌓여있는 시나리오처럼 높고 또 높다. 취재진과 자리에서 ‘미국에서 돌아올 때쯤이면 김 감독을 원하는 곳이 많지 않겠느냐’는 얘기가 나오자 김 감독은 부담스러운 듯 말을 아꼈다. 혹여 자신의 사퇴가 다른 뜻으로 해석될까봐 이런 얘기에 강한 거부감부터 나타냈다.

그러나 그의 뜻과는 상관없이 주변 환경이 변할 수 있다. 김경문 NC 감독이 2011년 시즌 도중 두산에서 사퇴했을 때나, 선동열 KIA 감독이 2011시즌을 앞두고 물러났을 때도 비슷한 얘기들이 쏟아졌다. 특히나 2014년이 종료되면 꽤 많은 팀의 감독 계약이 끝난다.

김경문 감독이나 선동열 감독도 본인의 생각보다 빨리 현장으로 돌아왔다. 그만큼 프로야구는 뛰어난 지도자들에 대한 갈증이 크다.

김기태 감독은 아직 경험이 많은 지도자는 아니다. 전술과 전략 측면에서 최고의 평가를 받는 상황도 아니다. 그러나 LG 감독직을 수행하면서 수차례 이어진 그라운드 안팎의 큰 위기 앞에서 흔들림 없이 팀의 중심을 잡았다. 현역시절 ‘보스’로 불렸던 리더십은 감독이 된 후 더 크게 빛났다. 스타플레이어 출신으로 팬심을 사로잡았고 미디어와의 관계도 뛰어났다.

2시즌 하고 한 달, 짧은 기간이었지만 많은 것을 보여준 김기태 감독은 선배 스타 감독들이 그랬던 것처럼 생각보다 빨리 삼고초려 앞에 서 있을지도 모른다.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rushlk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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