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인드 면접 1호’ 리오단, 한국야구 적응은 이제 시작

입력 2014-04-30 06: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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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코리 리오단. 스포츠동아DB

많은 기업들이 블라인드면접을 도입하고 있다. 인사담당자들의 공통된 의견은 스펙은 낮지만 블라인드면접으로 선발된 신입사원들 대부분은 회사에 대한 충성심이 매우 높고 조직 적응력도 빠르다는 것이다.

LG 코리 리오단(28·사진)은 한국프로야구의 외국인선수 선발 역사에 첫 번째 길을 개척하고 있는 주인공이다. 리오단은 사상 처음으로 오롯이 블라인드면접으로 뽑힌 외국인투수다.

각 구단은 전력에 차지하는 비중이 큰 외국인선수 선발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코치와 스카우트를 미국과 중남미로 파견하고 현지 에이전트와 깊은 교류를 맺으며 정보를 수집한다.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주인공인 메이저리그 스카우트 역을 맡은 영화 ‘내 인생의 마지막 변화구’에는 이런 대사가 나온다. “이제 경기장을 직접 찾아다니며 유망주들을 살필 필요가 없다. 데이터에 다 나온다.” 장비와 프로그램의 발달로 아주 세분화된 기록까지 집계되기 때문에 꼼꼼히 선수 한 명 한 명을 관찰하는 것은 구식이고 비효율적이라는 젊은 경영진의 대사였다. 그러나 영화의 결말처럼 아직 현장에서 오랜 경험을 쌓은 전문가들의 눈이 현란한 데이터보다 정확할 때도 많다.

LG 백순길 단장은 개막 전 “리오단이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흥미롭다. 코칭스태프에게 후보투수들의 아무런 사전 정보도 주지 않고 편집된 투구 영상을 보여줬다. 거의 모두가 리오단을 첫 번째로 선택했다”고 말했다.

리오단은 메이저리그 경력이 없다. 마이너리그 통산성적도 43승47패 방어율 4.41로 지극히 평범하다. 그러나 스포츠동아 이효봉 해설위원은 “컨트롤이 뛰어나다. 장신의 투수가 던지는 낮은 스트라이크가 위력적이며 투심 패스트볼도 매우 좋다”고 평가했다. 릴리스 타임은 1초20으로 도루를 쉽게 허용하지 않는 스타일이다. 리오단은 27일 KIA전에서 8이닝 4안타 1실점으로 3패 끝에 시즌 첫 승을 올렸다. 초반 성적이 좋지 않았지만 32.2이닝 동안 허용한 볼넷은 8개로 여전히 제구력은 나쁘지 않다. 안타를 허용한 뒤에 갑자기 당황하는 모습이 사라지면서 안정된 피칭을 펼치고 있다.

빅리그 경험이 없어 많은 관중의 함성과 방송 카메라, 쏟아지는 스포트라이트에 대한 부담을 극복할 시간이 필요했을 수도 있다. 한국프로야구 블라인드면접 1호의 리그 적응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창원|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rushlk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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