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하인드베이스볼] 포수는 골키퍼·투수는 리베로…도루허용 공동의 책임

입력 2014-05-01 06:4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어깨 통증을 안고 뛰는 LG 포수 윤요섭이 4월 29일 마산 NC전에서 한 경기 최다 타이인 7개의 도루를 허용하면서 불명예 기록을 안게 됐다. NC 이상호(아래)가 2루 도루에 성공하고 있다. 마산|김종원 기자 won@donga.com 트위터 @beanjjun

■ 도루 허용 누구의 책임인가?

도루 저지율은 포수 기록으로 잡히지만
투수가 타이밍 뺏기면 도루 허용 불가피

조범현감독 “포수 몫이라 생각하고 경기”
선동열감독 “투수도 책임…퀵 모션 필요”

도루 저지의 책임은 포수와 투수 중에서 누구에게 더 클까. 야구에서 쉽게 정답을 찾기 어려운 질문 중에 하나다. 도루저지율은 포수의 기록으로 잡힌다. 주자를 잡기 위해 2루나 3루로 공을 던지는 주인공이 포수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포수가 주자를 잡기 위해서는 그 이전에 투수가 공을 던져야 한다. 각 팀 전력분석팀은 현미경 같이 세심하게 투수의 투구습관을 관찰한다. 아무리 뛰어난 포수라고 해도 투수가 주자에게 쉽게 스타트 타이밍을 뺏기면 도루를 막을 수 없다. 투수의 ‘슬라이드 스텝(퀵 모션은 일본식 용어)’이 조금이라도 느리면 거침없이 2루, 3루를 훔친다. 슬라이드 스텝은 투수가 누상에 주자를 둔 상황에서 투구시 자유족(디딤발)을 크게 들어올리지(키킹) 않고 미끄러지듯이 짧고 빠르게 착지 지점으로 내딛는 것을 일컫는다.

4월 29일 NC 나성범, 김종호 등은 마산 LG전을 앞두고 한참동안 전력분석팀 방에 모여 영상을 보고 또 봤다. 이날 NC 주자들은 LG 포수 윤요섭을 상대로 7개의 도루를 뺏었다. 이는 한 명의 포수가 한 경기에서 기록한 역대 최다 도루 허용 타이기록(역대 5번째)이었다. 이날 LG 선발투수는 도루 저지에 유리한 왼손투수 임지섭이었다. 그러나 NC는 1회에만 4개의 도루를 기록했다. 최근 윤요섭의 어깨가 좋지 않아 송구속도가 현저히 느려졌다는 점을 파고든 작전이었다. 특히 윤요섭은 4차례나 2루, 3루로 공을 던지지 못했다. 포구가 나빴거나 타이밍을 완전히 뺏긴 상황이었다. 이날만큼은 포수에게 책임이 더 컸다.


● 명포수 출신 조범현 감독 “도루 저지는 포수 몫”

kt 조범현 감독은 11년 통산 0.374의 도루저지율 기록을 갖고 있다. 3할 이상이면 특A급으로 분류되고 있는데, 통산기록이 3할을 넘겼다. 1984년 0.531, 1985년 0.541, 1986년 0.536으로 3년 연속 5할 이상의 믿기 어려운 도루저지율을 남겼다. 특히 1985년의 0.541은 2003년 KIA 김상훈이 0.554를 기록할 때까지 깨지지 않은 한 시즌 포수 최고 도루저지율이었다.

조범현 감독은 “포수라면 누구나 도루 저지에 대한 책임은 다 자기에게 있다고 생각하고 경기를 해야 한다. 주자를 의식해서 투수 리드를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은 아니다. 투수에게 ‘주자는 내가 잡을 테니 걱정 말고 타자와 승부에만 집중하라’는 믿음을 줘야 한다. 그것이 포수의 역할이다”고 말했다.

역대 베스트 포수로 꼽히는 박경완 SK 퓨처스 감독은 투수가 던지는 변화구에 따라 각기 다른 송구동작을 갖고 있다. 현역 정상급 포수들도 쉽게 따라가기 어려운 영역이다. 박 감독은 이미 30대 후반이었던 2010년에도 페넌트레이스에서 0.352의 도루저지율을 기록했다. 정상급 포수로 꼽히는 두산 양의지가 2루 송구까지 걸리는 시간이 1초대지만 당시 박 감독은 2초대를 넘기고 있었다. 그러나 정확한 송구와 간결한 동작으로 이를 대신했다.

보통 수준급 주자가 1루에서 2루까지 도달하는 데 3.2∼3.4초 정도 걸린다. 투수의 공이 포수의 미트에 도달하는 데 요구되는 시간(릴리스 타임)은 1.2초 내외다. 수준급 포수는 2루까지 송구 시간이 1.8초 정도 걸리는데, 2루 도루를 시도하는 주자를 잡아내기 위한 마지노선은 2초로 보고 있다. 그러나 박 감독은 그 마지노선을 넘으면서도 주자를 잡아냈다는 뜻이다.


● 최고의 투수 출신 선동열 감독 “투수에게 큰 책임”

현역 시절 주자 견제 능력도 최고로 꼽혔던 선동열 KIA 감독은 “도루는 투수에게도 책임이 크다. 데니스 홀튼은 일본야구를 경험해서 그런지 각기 다른 투구 리듬으로 공을 던지는데 능숙하다. 그러나 국내 투수들은 리듬에 조금 변화를 주면 제구가 흔들리곤 한다. 이래서는 효과적으로 주자를 묶기 어렵다. 퀵 모션이 느리면 공 하나하나 투구를 시작할 때까지 걸리는 시간에 미묘한 차이를 둬서 리듬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메이저리그에서도 유망주로 꼽혔던 특급 외국인투수들이 국내 리그에서 가장 어려워하는 부분은 바로 슬라이드 스텝이다. 삼성 류중일 감독은 “외국인 투수 뽑을 때 퀵 모션이 얼마나 빠르냐가 점점 중요해진다”고 말했다.


● 서로 얼마나 보완하느냐가 관건

아무리 윤요섭의 어깨가 좋지 않아도 만약 이날 마운드에 국내에서 견제능력이 최고로 꼽히는 봉중근이 있었다면 NC 주자들도 쉽게 뛰지 못했을 것이다. 반대로 29일까지 도루저지율 0.381을 기록하고 있는 양의지나 0.481로 뛰어난 롯데 강민호가 LG에 있었다면 도루 시도 자체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 도루 저지를 축구에 비유하면 포수는 슛을 막아내는 골키퍼이고, 투수는 슛 기회 자체를 막아야 하는 리베로라고 볼 수 있다. 투수가 봉중근급이고 포수는 박경완급이라면 최고겠지만 대부분이 그렇지 못하기 때문에 배터리가 서로 책임감을 갖고 서로의 약점을 보완해나가야 한다.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rushlkh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