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C 이민호-넥센 한현희(오른쪽). 스포츠동아DB
빠른볼·팀 허리역할 등 실력도 닮은꼴
6일 목동구장. 넥센 한현희(21)가 훈련을 마치고 상대팀인 NC의 덕아웃을 찾았다. 적군인 것이 내심 마음에 걸렸는지 차마(?) 원정라커룸 쪽으로는 오지 못하고 복도에서 기웃거리고 있었는데, 때마침 이재학(24)이 나타났다. 그는 반갑게 이재학을 불렀고, 둘은 서로의 투구에 대해 얘기를 한참 나눴다. 이 모습을 이민호(21)가 놓치지 않았다.
“야∼!” 경상도 사나이 이민호가 무뚝뚝하게 한현희를 불렀지만 한현희는 이민호를 보자 장난을 치고 싶었는지 달가워하지 않는 척을 했다. 둘을 옆에서 조용히 지켜보던 이재학이 한 마디를 건넸다. “똑같이 생겨가지고.”
유레카였다. 한현희의 체중이 증가하면서 비교적 살집이 있었던 이민호와 생김새가 비슷해지고 있었던 것이다. 이민호는 “쟤와는 비교하지 말아 달라”며 부정했지만, 어쩔 수 없는 ‘도플갱어’였다. 이재학도 “아무리 봐도 똑같이 생겼다”며 자신의 발견에 뿌듯해 했다.
단순히 생김새뿐 아니다. 이민호와 한현희는 아마추어 때부터 비슷한 점이 많았다. 이민호는 우완정통파, 한현희는 사이드암이었지만 둘다 빠른 공을 가지고 있었다. 고등학교 2학년 때부터 전국무대에서 두각을 드러냈고, 전통 맞수인 부산고(이민호)와 경남고(한현희)에서 팽팽하게 맞섰다.
프로에 들어온 뒤에도 비슷한 행보를 걷고 있다. 한현희는 2012년부터 필승조에 편입돼 벌써 3년째 팀의 허리를 든든히 받치고 있고, 이민호는 선발과 불펜을 오가며 팀 마운드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시즌 초반 1, 2위를 달리고 있는 넥센과 NC에서 이기기 위해 힘껏 공을 던져야 하는 ‘라이벌 운명’도 이어지고 있다.
목동|홍재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