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고 “사실 악보 볼 줄도 몰라…흥얼거리면서 곡 만들죠”

입력 2014-05-13 06:5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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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썸’ ‘너를 원해’ 단 두 곡으로 12년의 긴 무명시절을 떨쳐낸 정기고. 혼자서 하는 음악도 즐겁지만 함께 만들어가는 재미를 느끼면서 새로운 길을 걷고 있다. 지금의 인기는 “죽기 전까지 다신 없을 것”이라지만 정기고에 대한 관심은 높기만 하다. 사진제공|스타쉽엑스엔터테인먼트

■ 데뷔 12년차 중고신인 정기고의 가수인생 2막

“12년을 백수로 지내다가 회사에 취직한 기분? 신기하다.”

말 그대로 ‘넌 어느 별에서 왔니?’다.

2월 그룹 씨스타의 소유와 함께 부른 ‘썸’으로 그야말로 혜성처럼 등장하더니 최근 발표한 디지털 싱글 ‘너를 원해’까지 각종 온라인 음원사이트 1∼2위에 올려놓은 가수 정기고(34·본명 고정기) 말이다. 이름과 얼굴, 알려진 것이라고는 데뷔한 지 12년차 ‘중고 신인’가수라는 것 뿐이다.


씨스타 소유와 부른 ‘썸’으로 혜성처럼 등장
최근 발표한 싱글 ‘너를 원해’로 연타석 홈런

“언더그라운드 시절 팬들에게
한결같은 음악 들려주고 싶다”


대중은 물론 가요계 관계자들까지 자신에게 관심을 갖는 것에 “아직도 적응이 안 되고, 공중에 ‘붕’ 떠 있는 기분”이라고 했다. 오랜 시간 기획사 없이 혼자 음악을 해온 그는 대중적 인기가 “처음이어서 그저 신기하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누군가 ‘썸’으로는 1위를 차지했는데, 이번 신곡은 2위를 해서 ‘아쉽지 않느냐’고 물어보더라. 제가 언제부터 1위를 했다고, 감히 그런 생각을 가질 수 있겠는가. ‘썸’으로 인기를 얻을 때도 누구도 전혀 생각지 못한 반응이었고 결과였다. ‘썸’은 ‘신의 한수’였던 것 같다. 제가 죽기 전까지 다시는 그런 폭발적인 인기를 얻기란 쉽지 않을 것 같다.”

정기고가 데뷔 12년 만에 ‘빛’을 보게 된 것은 한결같이 고집해온 ‘뚝심’이 있었던 덕분이다. 언더그라운드에서 활동하면서 “좋아하는 음악을 마음껏 하자”는 초심도 강했다.

“데뷔 이후 처음으로 울타리(소속사)가 생겼다. 12년 동안 혼자 할 수 있는 음악은 실컷 다 했다. 혼자가 아니라 팀을 이뤄 할 수 있는 음악도 신선하다는 것을 깨달았고, 부족했던 점을 채울 수 있다고 느끼면서 또 다른 재미가 있었다.”

정기고는 2002년 우연찮게 참여한 인디가수의 피처링을 계기로 “본격적으로 음악을 하자”고 결심했다. 초등학교 시절 장기자랑을 하는 자리에서 1등을 하며 “노래 좀 한다”는 이야기를 들은 후 처음으로 도전한 일이다.


“신기하게도 주위의 친구들이 모두 래퍼였다. 래퍼들과 계속 작업을 하면서 1년에 30곡 이상 피처링을 맡았다. 그들의 방식을 따라서 곡을 만들었고 노래했다. 사실 저는 악보도 볼 줄 모른다. 입에서 흥얼거리는 대로 녹음하고, 곡을 만든다.”

힙합듀오 다이나믹듀오와 쌈디 등은 무명시절을 함께 보낸 오랜 친구다. 이들은 최근 한 자리에 모여 술잔을 기울이며 정기고의 달라진 신분(?)에 대해 이야기하며 조언 아닌 조언을 해줬다.

“우리는 서로에겐 연예인이 아니다. 저를 보고 ‘연예인님 오셨다’고 놀리더라. 하하. 그러면서 ‘지금 네 모습 너무 보기 좋다’고 해주는 말이 고마웠다. 또 ‘분위기 좋을 때 열심히 하라, 물 들어왔을 때 열심히 노를 저으라!’ 말하더라.”

정기고에게는 꿈이 하나 있다. 언더그라운드 시절부터 함께 해온 팬들에게 “변하지 않은 음악을 들려주는 것”과 정규앨범 발표, 그리고 콘서트를 여는 것이다.

“오랜 팬들이 방송에 나오는 제 모습을 보고 ‘멀어지는 기분’이라고 서운해 했다. 일종의 배신감도 든다더라. 왜 그런 기분을 느끼는지 잘 알고 있다. 꾸준히 음악을 하면서 풀어드리는 것 밖에 없을 것 같다.”

이정연 기자 annj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mangoost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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