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의 두산 수비 시프트… 그 중심에 김재호-오재원

입력 2014-05-28 06: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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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호∼이원석∼오재원(왼쪽부터)이 내야에서 펼치는 그물망 수비는 두산의 강력한 숨은 무기 중 하나다. 스포츠동아DB

전력분석·경험 등 신뢰…선수 판단에 위임

두산은 수비가 좋은 팀이다. 내·외야를 막론하고 자신의 위치에서 해야 할 일을 잘 알고, 유기적으로 움직인다. 특히 내야수비가 탄탄하다. 그 중심에는 유격수 김재호(29)와 2루수 오재원(29)이 있다.

김재호와 오재원의 특기는 ‘예측수비’다. 상대타자의 성향 및 투수의 스피드나 승부구, 주자 상황 등을 판단해 수비 위치를 변경한다. 극단적인 수비 시프트도 서슴지 않는다. 예를 들어 주로 잡아당기는 타격을 하는 SK 루크 스캇(좌타자)이 나오면 김재호는 2루 쪽으로 붙고, 오재원은 1루수∼2루수 사이, 우익수 앞으로 이동하는 식이다. 타구를 대부분 우측으로 보내는 롯데 루이스 히메네스를 상대로도 비슷한 수비 시프트를 펼쳤지만, 히메네스가 밀어치기로 좌익선상 타구를 날리자 3루수를 베이스 쪽으로 이동시키는 즉석 응용도 하고 있다.

수비 시프트는 일종의 도박이다. 1루수∼2루수간, 3루수∼유격수간 등 공간이 생기면서 자칫 역공격을 당할 수 있다. 그러나 두산은 극단적인 수비 시프트를 찬성하는 쪽이다.

김재호는 “수비 시프트를 할 때 (오)재원이와 굳이 얘기를 하지 않아도 서로의 움직임을 보고 판단한다”며 “야구는 어차피 확률게임이다. 최대한 안타가 될 확률을 줄이도록 움직이는 부분이기 때문에 문제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두산 전형도 수비코치도 “시프트는 선수들에게 전적으로 맡기고 있다. 우리 야수들이 워낙 경기 경험이 많고, 전력분석을 통해 축적한 데이터를 활용해 상황별 타구를 판단하기 때문에 믿는다”며 “극단적인 시프트에 대한 우려도 있지만 어차피 실패하면 책임은 코치가 진다. (오)재원이의 경우가 (김)재호보다 더 극단적인 시프트를 하는 편인데 그렇게 해서 잡은 타구가 못 잡은 타구보다 더 많으면 성공 아닌가. 선수들에게 수비 시 충돌만 주의하라고만 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오재원 역시 “수비 시프트는 우리 팀의 색깔이고 자부심이다”며 “(김)재호만큼 수비를 잘 해야 하는데 못 해서 미안하다. 수비연습도 많이 하고 좀더 발전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이를 악물었다.

광주|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hong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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