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인비. 사진제공|KLPGA
4라운드 동안 보기 단 1개…퍼트 감각도 되찾아
‘침묵의 암살자’ 박인비(26·KB금융그룹)가 돌아왔다. 1년 가까운 우승 가뭄 끝에 미국 LPGA 투어 매뉴라이프 LPGA 파이낸셜 클래식(총상금 150만달러)에서 통산 10번째 우승트로피를 들어올렸다.
박인비는 9일(한국시간) 캐나다 온타리오주 워털루의 그레이 사일로 골프장(파71·6330야드)에서 열린 대회 최종 4라운드에서 10언더파 61타를 쳐 짜릿한 역전 드라마를 완성했다. 합계 23언더파 261타로 크리스티 커(미국·20언더파 264타)와 2타차 선두였던 펑샨샨(중국·18언더파 266타)을 밀어내고 정상에 올랐다.
박인비다운 경기였다. ‘침묵의 암살자’라는 별명답게 조용히 경쟁자들을 제치며 우승까지 내달리는 모습은 지난해 보여준 여왕의 모습 그대로였다. 박인비의 플레이에는 화려함이 없다. 그러나 감정의 표현 없이 조용히 치고 올라오는 모습이 경쟁자들을 더욱 떨게 만든다.
무엇보다 반가운 것은 무뎌진 퍼트 감각이 되살아난 점이다. 올 시즌 박인비의 기록은 지난해와 큰 차이가 없다. 드라이브 샷은 오히려 더 좋아져 페어웨이 안착률이 지난해 74%에서 올해 76%로 높아졌다. 그린적중률은 지난해 73%에서 올해 71%로 비슷하다. 문제는 퍼트였다. 결정적 순간 홀을 벗어나는 일이 잦았다. 우승을 위해선 결정적 한방이 필요했는데, 올해는 그런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올해 10개 대회에 출전해 톱10에 7차례 들었음에도 우승이 없었던 이유다.
이번 대회에서 확실히 살아났다. 박인비는 4라운드 동안 보기를 단 1개밖에 범하지 않았다. 1라운드 4번홀(파4)에서 유일하게 보기를 기록했다. 라운드당 평균 퍼트수는 1라운드 29개로 가장 많았고, 2라운드 27개, 3라운드 27개, 4라운드 25개로 줄었다. 홀당 평균 퍼트수는 1.5개로 지난해 평균 1.727개, 올해 평균 1.762개에 비해 현저히 낮았다.
퍼트가 마음에 들지 않았던 박인비는 이번 대회를 앞두고 퍼트 감각 되살리기에 많은 시간을 투자했다. 우승 직후 박인비는 “작년에 어떻게 퍼트를 했는지 기억해내려고 했다. 그러면서 작년의 퍼트 자세나 스트로크를 비디오로 보면서 분석했다. 올해 출전한 대회 중 퍼트 스트로크가 처음으로 마음에 드는 경기였다”고 밝혔다.
박인비의 우승으로 한국선수들은 시즌 첫 승의 물꼬를 텄다. 본격적인 우승 사냥도 이제부터다. 한국선수들은 지난해 박인비(6승)를 앞세워 10승을 합작했다.
주영로 기자 na187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na187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