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장현 기자의 브라질 리포트] 투혼의 ‘원샷 원킬’…홀로 빛난 손흥민

입력 2014-06-24 06: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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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Gettyimages멀티비츠

알제리전 후반 5분 월드컵 첫골 신고
문전 한복판서 수차례 위협적 돌파
“후반처럼 하면 벨기에전 희망 있다”

자력 16강 진출은 물 건너갔다. 이제 ‘홍명보호’는 기적을 기대해야 하는 처지다. 조심스럽게나마 사상 첫 원정 월드컵 8강 진출을 꿈꿨던 대표팀으로선 서글픈 시나리오다.

한국은 23일(한국시간) 포르투 알레그리의 에스타디오 베이라-리오에서 열린 알제리와의 2014브라질월드컵 조별리그 H조 2차전에서 2-4로 패했다. 러시아와의 1차전에서 1-1로 비기며 희망을 부풀렸던 대표팀은 1무1패(승점 1)를 마크했다. 같은 날 벨기에에 0-1로 진 러시아(1무1패)와 승점은 같지만 골 득실차(한국 -2·러시아 -1)에서 뒤져 4위로 내려앉았다. 알제리전에서 참패한 대표팀은 포르투 알레그리에 머물지 않고 대회 조직위원회와 국제축구연맹(FIFA)에서 제공한 전세기 편으로 베이스캠프가 차려진 포스 두 이구아수로 복귀했다.

쓰라린 패배 속에서도 한줄기 희망은 봤다. 측면 공격수로 나선 대표팀 ‘막내’ 손흥민(22·레버쿠젠)의 활약이었다. 두려움에 떤 대표팀이 전반에만 3골을 내주며 0-3으로 끌려가자 그의 얼굴은 분노로 가득 찼다. 결과도 결과였지만. 전반 내내 슛을 한 차례도 시도하지 못했다는 사실이 그를 더 채찍질했다.

후반전에는 180도 달라졌다. 알제리전 전반 내내 수세 속에 비정상적 경기 운영을 했던 한국은 후반 들어 완전히 바뀐 플레이를 펼쳤다. 그 중심에 손흥민이 있었다. 아이러니하게도 대표팀 홍명보 감독에게서 한동안 신뢰를 받지 못했던 영건이 실력으로 그 존재감을 알렸다. 후반 5분 만에 기성용(선덜랜드)이 길게 넘겨준 패스를 상대 문전 한복판에서 등으로 트래핑한 뒤 왼발 슛으로 만회골을 넣었다. 1-3.

후반 17분 추가골을 허용해 1-4로 뒤진 가운데 후반 27분 나온 주장 구자철(마인츠)의 2번째 만회골도 손흥민이 엮었다. 그는 김신욱(울산)이 머리로 떨어트린 볼을 상대 수비수를 잡은 채 흘려줬고, 이는 이근호(상주)의 낮은 크로스에 이은 구자철의 득점으로 연결됐다.

손흥민은 “월드컵 첫 골은 중요하지 않다. 후반 들어 후회 없이 뛰자고 모두가 약속했다. 초반부터 바짝 붙어 (경기를) 했더라면 더 좋았을 것”이라며 “벨기에가 정말 강하지만 알제리도 우리에게 많은 골을 넣었다. 오늘 후반처럼 하면 좋은 결과가 따라줄 것”이라고 말했다. 마지막 희망의 끈을 놓지 않은 손흥민이다.

손흥민은 이처럼 알제리전에서 홀로 빛났다. 많은 것을 잃은 알제리전에서 유일하게 희망을 준 그가 벨기에전에서 한국축구사에 남을 ‘기적의 드라마’를 연출하길 기대해본다.

포르투 알레그리(브라질)|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yoshike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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