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장현 기자의 여기는 브라질] 이청용, 월드컵 새 역사 쓰고 위기의 홍명보호 구하라

입력 2014-06-26 06: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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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청용. 스포츠동아DB

■ 한국축구 자존심 회복…이청용이 나선다

월드컵 통산 2골…한국선수 최다골 도전
“모든 걸 쏟아 붓겠다” 공격력 폭발 예고
7월 2일 생일 앞두고 벨기에전 필승 의지

‘홍명보호’는 2014브라질월드컵에서 조별리그(H조) 탈락 위기에 직면해있다. 앞선 2경기에서 1무1패(승점 1)로 러시아와 동률을 이뤘지만, 골득실차(한국 -2·러시아 -1)에서 뒤져 최하위(4위)에 머물고 있는 가운데 27일 오전 5시(한국시간) 상파울루에서 유럽 강호 벨기에와 마지막 승부를 펼친다.

홍명보호를 놓고 여러 문제점들이 거론되고 있지만, 그 가운데서도 ‘리더 부재’가 핵심 이슈로 떠올랐다. 그러나 베테랑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부주장’ 이청용(26·볼턴)은 예나 지금이나 대표팀의 기둥이다. 한때의 유망주, 대표팀 막내에서 이제 어엿한 중심으로 우뚝 선 그는 한국축구의 자존심을 회복하고, 자신만의 역사도 새로 쓴다는 각오다. 이청용은 선후배 동료들과 함께 상파울루에 입성했다.


● 도전은 계속된다!

포르투 알레그리에서 알제리와 H조 2차전(2-4 패)을 마친 뒤 홍명보호의 오른쪽 날개 이청용의 표정은 침통했다. 그는 “미드필드에서 상대에게 쉽게 볼을 빼앗겼고, 그러다보니 수비라인이 힘들어졌다. 실망스럽다”며 자책했다. 그러나 언제까지 주저앉아 있을 수는 없었다. 자신이 먼저 일어섰다. 아픈 상처를 뒤로 한 채 베이스캠프가 차려진 포스 두 이구아수로 돌아온 뒤 활기차게 팀 분위기를 주도했다. 대표팀 관계자는 25일 “(이)청용이가 가장 적극적으로 동료들을 독려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이청용은 긴 설명이 필요 없는 한국축구의 에이스다. 실력도, 경험도 두루 갖췄다. 2010남아공월드컵 때는 2골을 뽑아냈다. 모두 남미국가를 상대했을 때였다. 리오넬 메시(FC바르셀로나)가 버틴 아르헨티나와의 조별리그 2차전(1-4 패)과 우루과이와의 16강전(1-2 패)에서 골 맛을 봤다. 27일 벨기에전에서 또 한 번 골문을 연다면 한국의 월드컵 역사에서 당당히 자신의 이름을 새길 수 있다. 지금까지 한국에선 박지성, 안정환(이상 은퇴)이 가장 많은 3골을 기록했다. 쉽진 않겠지만 이청용이 이번 월드컵에서 2골 이상을 넣는다면 한국선수로는 최고의 위치에 설 수 있다.

러시아전과 알제리전에서 이청용은 100% 만족할 만한 플레이를 펼치지 못했다. 컨디션과 몸에 큰 문제가 없었지만, 공격적 측면에서 역할이 미미했다. 홍명보 감독이 적극 주문한 ‘선 수비-후 공격’ 패턴이 그의 부진했던 플레이의 이유가 될 수도 있지만, 출중한 기술을 바탕으로 한 폭발적 움직임이 사라지면서 아쉬움을 샀다.


● 생일맞이 프로젝트 현실?

이청용은 브라질에서 오래 머물길 바란다. 운이 좋다면 축구선수로선 최고의 무대라 할 수 있는 월드컵에서 생일(한국시간 7월 2일)을 맞을 수 있다. 날짜가 절묘하게 맞물린다. 대표팀이 H조 2위로 16강에 오를 경우, 다시 포르투 알레그리에서 7월 1일 G조 1위와 8강 티켓을 놓고 격돌하게 된다. 이청용으로선 그 어느 때보다 훨씬 유쾌하고 의미 있는 생일상을 받을 수 있다. 남아공에선 경기 일정이 빠르게 진행돼 아쉽게도 동료들의 생일 축하를 받지 못했다.

물론 이 모든 시나리오는 무조건 한국이 벨기에를 꺾는다는 전제 하에서다. 이청용은 “가진 모든 것을 남은 벨기에전에 쏟아 붓겠다”며 의지를 다지고 있다. 벨기에는 경고누적 우려가 있는 수비수 등 일부 주전선수의 교체를 예고했다. 직접 득점하고, 팀의 승리를 이끄는 것처럼 완벽한 장면은 없다. 이청용의 분발을 기대해본다.

상파울루(브라질)|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yoshike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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