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릴호지치, 변화무쌍 용인술 빛났다

입력 2014-07-02 06:4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사진|ⓒGettyimages멀티비츠

■ 알제리 16강 돌풍 이끈 ‘사막의 여우’

개막 전 문제 감독서 최고의 전략가로 등극
유럽리그서 20년 넘게 지도한 베테랑 감독
4경기 모두 다른 선발명단…용인술의 대가
마지막 공식 기자회견 불참 향후 행보 관심

사령탑은 결과로 말한다. 2014브라질월드컵 개막 직전까지 ‘문제 감독’으로 낙인찍혔던 인물이 불과 4경기 만에 ‘최고의 전략가’로 추앙받고 있다. 바히드 할릴호지치(62·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감독이 이끄는 알제리는 1일(한국시간) 포르투 알레그리에서 열린 독일과의 2014브라질월드컵 16강전에서 연장 접전 끝에 1-2로 석패했다. 그러나 0-2로 뒤지던 종료 직전 1골을 만회하는 등 끝까지 ‘우승 후보’ 독일을 긴장시켰다. 알제리를 사상 첫 월드컵 16강에 올려놓은 ‘사막의 여우’는 ‘전차군단’의 벽에 가로막힌 뒤 눈시울을 붉혔다.


● 유럽리그에서 잔뼈가 굵은 지도자

할릴호지치는 1970∼1980년대 유고슬라비아의 공격수로 활약했다. A매치 성적은 15경기 8골. 1982스페인월드컵 2경기에도 출전했다. 1990년 자국의 벨레주 모스타르에서 지도자 생활을 시작한 이후 릴(1998∼2002년), 스타드 렌(2002∼2003년), 파리 생제르맹(2003∼2005년) 등 프랑스리그와 오랜 인연을 맺었다. 터키 트라브존스포르(2005∼2006년) 사령탑 시절에는 이을용을 지도하기도 했다. 그는 2008∼2010년 코트디부아르 감독으로 월드컵 예선을 통과했으나, 2010아프리카네이션스컵에서의 부진 등으로 남아공월드컵 본선을 앞두고 경질되는 아픔을 겪었다. 2011년 7월 알제리 사령탑으로 부임해 월드컵 무대를 밟았다. 빅리그에서 화려한 감독 생활을 하지는 않았지만, 유럽리그에서 20년 이상 잔뼈가 굵은 지도자다.


● 변화무쌍한 선수기용과 전술

할릴호지치는 이번 월드컵에서 풍부한 경험 속에서 갈고닦은 자신의 능력을 입증했다. 압권은 조별리그 2차전 한국전이었다. 벨기에와의 1차전에서 패한 알제리는 선발 명단 11명 중 무려 5명을 바꿨고, 결국 용인술은 적중했다. 그는 “복수심에 불타는 선수들, 서로 경쟁하는 선수들이 있다. 나는 선수를 잘 알고 있고, 언제 어떻게 써야 하는지 이미 파악했다. 상황에 따라 교체를 해야 한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선수들의 심리적 부분까지도 이용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전술적으로도 뛰어났다. 그는 “한국이 압박을 잘하지만 상대 배후를 칠 때는 문제가 생긴다. 그런 경우가 있을 때, 우리 선수들의 재능을 100% 활용하려고 했다”고 밝혔다. 이번 대회 4경기에서 알제리의 선발 명단은 매번 바뀌었다.


● 축구협회, 언론, 선수와의 잡음? 결국 승리로 화합!

이번 대회를 앞두고 할릴호지치는 경쟁국들뿐 아니라 알제리축구협회, 대표선수, 언론과도 싸워야 했다. 외신은 수차례 알제리대표팀의 불협화음을 보도했다. 그러나 결국 승리를 통해 이들은 하나가 됐다. 한국전 이후 한 알제리 기자는 취재진을 대표해 할릴호지치에게 사과의 말을 건넸다. “앞으로 당신을 전폭적으로 응원하겠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독일전 이후에는 알제리 수비수 마지드 부게라(32·레크위야)가 “할릴호지치는 아주 하찮은 우리에게 자신감을 심어줬다. 결국 오늘 우리는 모두 감독에게 입을 맞췄다”며 감사인사를 전했다. 명장은 새 역사를 남기고 바람처럼 사라졌다. 할릴호지치는 마지막 공식 기자회견에 참석하지 않았다. AP통신 등 주요 외신들은 기자회견 불참이 향후 불투명한 그의 거취와 연관이 있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이번 월드컵 직전 알제리 언론은 “크리스티앙 구르퀴프 전 FC로리앙 감독이 월드컵 이후 알제리의 사령탑을 맡을 것이다. 할릴호지치는 트라브존스포르 지휘봉을 잡을 것”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setupman11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