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스포츠채널 시청률 과열경쟁, 프로야구 신뢰는 어디로 갔나?

입력 2014-07-03 06: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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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한국야쿠르트 세븐 프로야구’. 스포츠동아DB

요즘 스포츠전문 채널의 시청률 경쟁이 뜨겁다. 어느 방송사는 지난해 3개 스포츠채널 가운데 프로야구 시청률 최하위를 기록하자 대표이사를 교체했다. 사실상 목이 걸린 문제다.

프로야구는 스포츠채널의 킬러 콘텐츠다. 하루 4∼5시간 동안 시청자를 TV 앞에 잡아둘 수 있고 광고도 많이 들어오게 한다. 그래서 방송사는 프로야구 중계방송의 시청률을 높이려고 애를 쓴다. 그라운드 곳곳과 덕아웃, 관중석, 경기장 밖에까지 나가서 역동적이고 화려한 화면을 보여준다. 아쉬운 점도 있다. 지나쳐서 생긴 문제다. 최근 각 방송사의 화면에 빠지지 않는 것이 심판의 오심 장면이다. 다양한 각도에서 고화질 카메라 여러 대가 순간 동작을 잡아내다보니 예전에 비해 심판이 잘못하는 장면이 잘 드러난다. 이를 보고 많은 팬들은 우리 심판의 능력이 형편없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 오심도 전염이 된다고 2014시즌 심판들이 상상도 못할 부분에서 어처구니없는 판단과 결정을 내리기는 했다.

그러나 오랜 기간 프로야구를 지켜본 사람들에 따르면 오심 확률은 예나 지금이나 큰 차이가 없다. 예전 몇몇 심판의 판정은 이보다 훨씬 심각했지만 큰 문제는 없었다. 심판이 흔들리면 프로야구가 흔들린다는 생각이 프로야구와 관련한 모든 사람들에게 있었다. 간혹 문제가 된 판정에 지적은 했지만 팬들이 심판을 불신하게 만들지는 않았다.

최근 우리 프로야구는 이런 신뢰가 무너져버렸다. 원인제공을 방송이 했다. 마치 오심에 의도가 있는 것처럼 또는 오심이 판정의 전부인 것처럼 자주 보여주며 모두에게 심판의 판정을 의심하게 만들었다. 왜 방송사는 오심 화면을 반복해서 보여 줄까. 방송사 관계자들은 시청률 경쟁 때문이라고 말한다. 시청률 무한경쟁을 벌이다보니 팬들의 눈길을 끌만한 뭔가가 필요했다. 방송사들은 저마다 ‘우리가 이런 장비를 도입했고 이런 것도 잡아낸다’는 능력을 보여주기 바빴다. 그 와중에 심판은 희생양이 됐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최근 잇따른 판정미숙으로 문제가 심각해지자 방송사에 협조를 요청했다.

돌아온 대답은 “상대 방송사가 하지 않으면 우리도 하지 않겠다”는 말이었다.

우리 프로야구 중계화면은 메이저리그 중계화면과 비교해보면 차이가 난다. 그들은 애매모호한 상황이 있더라도 먼저 의심하지 않는다. 시청자에게 나이스 플레이나 선수의 멋진 모습을 보여주려고 노력한다. 팬들이 원하는 것은 파인플레이와 스타선수들이지 오심장면은 아니라고 믿어서다. 심판 판정에 대한 존중과 신뢰라는 면에서 우리 방송사는 메이저리그를 공부할 필요가 있다.

1일 단장모임에서 한국형 비디오판독 도입이 현실화 됐다. KBO와 구단 감독 등 현장, 중계 방송사와 조율을 해야 하는 문제는 남아 있다. 비디오판독을 통한 4심 합의를 어느 선까지 할 것인지를 놓고 의견도 들어봐야 한다. 사실상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현재 방송 시스템을 이용할 경우 비디오판독에서도 제대로 밝히지 못하는 장면이 나올 것이다. 이럴 때는 심판의 판정에 의존해야 하는데 이미 많은 팬들은 우리 심판을 불신하고 의심하고 있다. 한 번 깨진 신뢰를 다시 찾는 데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김종건 전문기자 marc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kimjongke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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