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랜저 디젤, 정숙하다…수입 디젤 세단이 안 부러울만큼

입력 2014-07-07 06:5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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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젤 차량에 대한 선호도가 급격히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현대차가 뛰어난 정숙성과 연비를 자랑하는 그랜저 디젤(HG 220 eVGT)을 출시해 소비자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사진제공|현대자동차

■ 현대차 ‘그랜저 디젤’ 시승기

국산 준대형 디젤 세단의 첫 모델
넓은 실내공간·14km/l 복합연비
스포츠주행 쾌감 느끼기에는 부족


현대차 그랜저 디젤(HG 220 eVGT)의 출시는 소비자 선택의 다양성 확대라는 측면에서 환영할만한 일이다. 디젤 차량에 대한 선호도는 급격히 높아지는데 이에 대응할 마땅한 국산 준대형 디젤 세단은 없었기 때문이다. 현대차는 2일 인천 송도 잭니클라우스CC에서 그랜저 디젤 미디어 시승 행사를 열고 국내 준대형 디젤 세단 시대의 개막을 알렸다. 시승은 잭니클라우스CC에서 영종도까지 왕복 165km 구간에서 이뤄졌다. 다소 짧기는 했지만 고속도로 위주의 코스여서 차량 성능과 연비를 확인하기에는 충분했다.


● 그랜저 디젤, 수입 디젤 세단 상승세 꺾을까?

국산차 업체들은 BMW520D와 벤츠E220 CDI가 수입 디젤 세단 시장에서 승승장구하는 동안 뒷짐을 지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시장의 요구는 넘쳤지만 마땅한 대응 모델이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탄생한 것이 바로 그랜저 디젤이다. 출시 초기 시장반응은 뜨겁다. 6월 한 달에만 9223대가 팔렸다. 소비자들의 기대만큼 뛰어난 연비와 성능을 보여줄 수 있을지 기자 역시 기대가 컸다.

시승에 앞서 살펴본 외형과 실내는 기존 가솔린 모델과 큰 차이는 없었다. 그랜저 디젤은 모던(3254만원)과 프리미엄(3494만원) 두 가지 트림으로 운영된다. 시승 모델은 프리미엄 모델로 ‘와이드 파노라마 썬루프’와 내비게이션 패키지Ⅱ, 드라이빙 어시스트 패키지Ⅱ를 추가한 풀옵션 모델(3828만원)이다.

가격대비 넓은 실내 공간과 풍부한 옵션은 수입차에 대응하는 그랜저 디젤의 분명한 장점이다. 하지만 아쉬운 부분도 있었다. 첨단 편의사양인 ‘어드밴스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ASCC)’, ‘어드밴스드 주차조향 보조시스템(ASPAS)’, ‘어라운드 뷰 모니터(AVM)’ 등은 디젤 모델에서는 옵션 선택 자체를 할 수 없다. 가솔린 최상급 모델에서만 선택가능하다는 점은 의아했다. 그랜저의 프리미엄을 디젤 모델에서도 충분히 느낄 수 있도록 옵션을 조정했다면 더 큰 매력을 느낄 수 있었을 듯하다.


● 뛰어난 정숙성과 연비

옵션에 대한 아쉬움을 뒤로 하고 시동을 걸었다. 새 차임을 감안하더라도 정숙성은 인정할 만한 수준이다. 수입 디젤 세단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 공회전 시 진동이 약간 느껴지기는 하지만 예민한 편이 아니라면 거슬릴 정도는 아니다. 소음은 별로 느껴지지 않았다.

본격 시승을 위해 주차장을 빠져나오는 짧은 순간이라도 차에 대한 전반적인 느낌을 알 수 있다. 대중적인 준대형 세단답게 전체적인 주행 감각은 부드러웠다. 가솔린 모델과 큰 차이가 없다. 시내를 빠져나오는 30∼60km의 저속 구간에서도 정숙성은 유지됐다. 흡차음 성능을 집중적으로 개선한 노력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아쉬운 점이 있었다면 정차시 시동이 자동으로 꺼지고 출발할 때 다시 자동으로 켜지는 스톱&고 시스템이 적용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대부분의 유럽 디젤 세단에는 이 기능이 장착되어 있다. 연비 향상에도 도움이 되는 것은 물론 정차시 아예 시동이 꺼지기 때문에 디젤 모델 특유의 정차시 진동을 느낄 필요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주행 성능보다는 연비가 더 궁금했기 때문에 편도 82.8km의 구간에서는 가급적 정속 주행을 했다. 고속도로에서도 100∼120km를 넘기지 않았다. 트립 컴퓨터에는 15km/l의 평균 연비가 찍혔다. 연비 운전을 크게 의식하지 않은 주행 결과로는 만족스러웠다. 출력을 제한하는 에코 모드에 두고 탄력 주행을 겸한다면 17∼20km/l까지도 충분히 기록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랜저 디젤의 복합 연비는 14km/l, 고속주행 연비는 17.5km/l, 도심 주행 연비는 12km/l다.


● 날카로움과 파워가 없는 아쉬운 주행 성능

돌아오는 길에는 동력 성능을 느껴볼 수 있는 스포츠 주행을 했다. 아쉬움은 이 때 느껴졌다. 그랜저 디젤은 앞서 말했듯이 대중적인 준대형 세단으로 주행의 안락함에 초점을 맞춘 세팅을 했다. 교통 흐름에 따라 조용히 정속 주행을 하면 편하고 조용하며 연비까지 잘 나온다. 하지만 스포츠 주행에서는 유럽의 디젤 세단들과의 차이가 확연하게 느껴졌다. 동급 수입 디젤 세단과의 가격 차이를 고려하면 수긍할 수밖에 없는 부분이기도 하다.

그랜저 디젤은 3800rpm에서 202마력의 최고출력과 1750∼2750rpm영역에서 45.0kg·m의 최대토크를 발휘한다. 하지만 실제 스포츠 주행에서 45.0kg·m이라는 높은 토크에서 오는 파워는 느낄 수가 없었다. 100km 주행 중 급가속을 위해 킥 다운, 즉 가속 페달을 끝까지 밟으면 rpm게이지는 올라가지만 즉각적인 반응은 없다. 다소 답답하다. 천천히 지긋하게 밟아야 속도가 올라간다. 오로지 연비를 높이기 위한 세팅에 모든 초점을 맞춘 듯하다.

물론 일반 운전자들은 스포츠 주행을 즐기지 않을 수 있다. 부드러움과 편안함만을 강조한 현대차의 세팅에 길들여져 있기도 하다. 하지만 유럽차의 단단한 주행 감각도 익숙해지면 더 큰 안정감과 편안함을 느낄 수 있다.

그랜저 디젤이 출시되면서 그랜저의 구매 계층은 점점 더 젊어지고 있다. 30대 구매자들이 많이 늘었다. 이는 그랜저 디젤에서 준대형 세단의 프리미엄과 높은 연비는 물론, 디젤 세단 특유의 강한 파워를 바탕으로 한 펀 드라이빙 능력까지 요구하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발전이 필요한 부분이다.


● 그랜저 디젤 주요 제원


엔진 : R2.2 E-VGT 클린 디젤 엔진

배기량 : 2199cc

연료 : 디젤

구동 방식 : 전륜구동

변속기 : 자동 6단

최고 출력 : 202마력

최대 토크 : 45.0kg·m

복합 연비 :14km/l

승차 인원 : 5인승

가격 : 모던 3254만원, 프리미엄 3494만원

원성열 기자 seren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serenow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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