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영준 “AG 마라톤 2연패 꿈 못 이뤄 아쉽다”

입력 2014-07-10 06: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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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 남자마라톤 금메달리스트 지영준은 베체트병이란 희귀 난치병으로 아시안게임 2연패의 꿈을 접고, 지도자로 다시 뛰고 있다. 사진제공 | 지영준 코치

■ 희귀병 딛고 지도자로 변신한 지영준

광저우AG 금메달 이후 베체트병 진단
운동 욕심이 원인…2년 투병 끝에 회복
작년 10월부터 코오롱 플레잉코치 맡아
“소속팀 부활·올림픽 메달 조련 힘쓸 것”

지영준(33·코오롱)은 2010광저우아시안게임 남자마라톤에서 2시간11분11초의 기록으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한국남자마라톤의 아시안게임 정상 등극은 2002부산대회 이봉주(44·은퇴) 이후 8년 만이었다. 2011대구육상세계선수권대회를 앞둔 한국육상은 지영준에 대한 기대감을 감추지 못했다. 그러나 햄스트링 부상으로 대구세계선수권 출전이 좌절됐고, 2011년 11월 중앙마라톤 이후로는 단 한번도 풀코스(42.195km)를 뛰지 못했다. 크고 작은 부상에 시달린다는 말이 떠돌 뿐이었다. 서서히 그는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잊혀져갔다. 사실 지영준은 베체트병이란 희귀 난치병을 앓고 있었다. 그 영향으로 제대로 된 훈련을 수행할 수 없었다. 2년간 치료에 매달린 그는 서서히 병마의 고통에서 벗어났다. 그리고 지난해 10월부터 소속팀 코오롱에서 플레잉코치를 맡아 지도자로서 제2의 인생을 시작했다.


● 황영조, 이봉주의 뒤를 이을 재목, 아시안게임 금으로 꽃피워

고교시절부터 장거리 유망주로 꼽혔던 지영준은 2003동아마라톤대회에서 2시간8분43초의 기록으로 준우승을 차지하며 주목을 받았다. 전문가들은 1992바르셀로나올림픽 금메달리스트 황영조(44·국민체육진흥공단), 1996애틀랜타올림픽 은메달리스트 이봉주의 뒤를 이을 재목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2004아테네올림픽 17위(2시간16분44초), 2006도하아시안게임 7위(2시간19분35초)로 부진했다. 2009대구국제마라톤에서 개인최고기록(2시간8분30초)을 경신하며 부활의 실마리를 잡은 지영준은 마침내 광저우아시안게임에서 화려하게 비상했다. 그는 “당시엔 승승장구할 일만 남은 줄 알았다”고 회상했다.


● 베체트병으로 접은 아시안게임 2연패의 꿈

그러나 2011년부터 햄스트링 등 잔부상에 시달렸다. 원인 모를 구내염증, 하지염증이 찾아온 것도 그 시점이었다. 약물치료를 통해 조금만 증상이 호전되면, 바로 운동을 시작했다. 그러면 다시 몸에 염증이 생겼다. 마라토너가 인내해야 할 강훈련을 몸이 견디질 못했다. 2012년 베체트병이란 희귀 난치병에 걸렸다는 진단을 받았다. 베체트병은 아직까지 정확한 원인이 규명되지 않았다. 유전적 요인 또는 스트레스로 인해 면역체계에 이상이 생기고, 혈관에 염증이 발생하는 질환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대구세계선수권이나 2012런던올림픽을 앞두고 많은 기대를 받았다. 사실 심리적 부담이 많았다. 몸에 이상이 있을 때 충분히 휴식을 취해야만 했다. 하지만 당시엔 너무 운동에 대한 욕심이 많았다. 결국 그것이 화를 불렀다. 아시안게임 2연패에 꼭 도전하고 싶었는데…”라며 안타까워했다.


● 지도자로서의 꿈? 올림픽 메달 조련

결국 소속팀과 상의 하에 플레잉코치로 변신했다. 선수생활은 사실상 접었다. 현재는 지도자 역할에만 전념하고 있다. 꾸준한 치료 덕분에 이제는 몸 상태도 거의 정상으로 회복했다. 못 다 이룬 꿈을 후배들을 통해 펼치겠다는 그의 열정은 대단하다. 꼼꼼한 운동 지도는 기본이다. ‘공부하는 지도자’로서 역학·생리학 등을 다룬 마라톤 서적과도 씨름한다. 1차 목표는 소속팀 코오롱의 부활에 기여하는 것이다. 코오롱은 한때 한국마라톤의 산실이었다. 그러나 한동안 유망주를 배출하지 못하고, 침체기를 겪었다. 코오롱은 절치부심하며 재도약을 꿈꾸고 있다. 1일부터 22일까지는 강원도 양구에서, 24일부터 8월말까지는 지리산에서 전지훈련을 진행한다. 그는 “요즘 선수들은 정신력이 약한 측면이 있다. 유흥 등 다른 유혹에 쉽게 넘어간다. 후배들이 꿈을 가졌으면 좋겠다. 세계의 벽이 높은 것은 사실이지만, 포기하지 않고 그것을 넘겠다는 목표가 있어야 한다. 지도자로서 내 꿈은 올림픽 메달리스트를 만드는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setupman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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