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현수의 요즘 TV] ‘썸’ 안타고 침대 직행하는 로맨틱 코미디, ‘참신하긴 하다만…’

입력 2014-07-17 13: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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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일에는 순서가 있는 법이다. 드라마 속 로맨스도 마찬가지다. 소개팅을 해서 남녀 주인공이 만나지 못하면 하다 못해 서류라도 들고 가다가 부딪혀야 드라마 속 연애가 시작된다.

그러나 최근 드라마들은 이런 상황들을 일절 배제한 채 로맨스를 진전시키고 있다, 흔히 말하는 '썸' 타는 과정을 생략한 채 곧바로 결혼 혹은 임신으로 이어져 역주행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트렌드의 선두주자로는 MBC 수목드라마 '운명처럼 널사랑해'를 꼽을 수 있다. 이 드라마는 단 한번의 만남을 가진 이건(장혁)과 김미영(장나라)가 음모에 휘말려 하룻밤을 지새게 된다는 내용으로 시작한다.

이후 이 드라마는 김미영의 임신이라는 소재를 내세워 결혼을 시키고 그후부터 서로를 알아나간다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이건은 과거의 연인 강세라(왕지원)을 그리워 하고, 김미영은 이런 건의 모습을 지켜보면서 가슴앓이를 하게 되면서 시청자들에게 쫄깃한 긴장감을 주고 있다.


이런 가운데 케이블 채널 tvN '연애 말고 결혼'은 역주행 로맨스라는 키워드를 전면에 내세운 작품이다.

사랑의 끝은 결혼이라고 믿는 여자 주장미(한그루)와 결혼은 절대 싫다는 남자 공기태(연우진)가 서로의 필요에 의해 계약 연애를 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는 만남-고백-교제라는 연애의 일반적 순서를 뛰어넘고도 시청자들의 호평을 받고 있다.

이처럼 두 드라마가 썸을 제치고 연애나 결혼부터 시작했다면 SBS '유혹'은 멀쩡한 가정에 파란이 일면서 새로운 사랑이 피어날 것을 예고해 눈길을 끈다.

회사가 망할 위기에 처한 차석훈(권상우)에게 사흘의 시간을 사겠다며 10억을 주겠다는 유세영(최지우). 이런 유혹에 "나는 절대 흔들리지 않는다"고 자신한 석훈은 덥석 세영에게 사흘의 시간을 넘겼다.

비록 육체적인 관계는 없었지만 사흘의 시간동안 가까워질 석훈과 세영, 그리고 석훈의 아내로 이들이 함께 보낸 시간동안 홀로 버틴 나홍주(빅하선)의 관계는 어떤식으로 변화할지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다.

이제 드라마에서 복도에서 몸이 부딪혀 전기가 통하는 모습은 식상한 레퍼토리가 됐다. 세 드라마가 보여주는 로맨스의 시작법은 이런 식상함을 타파하려는 노력 끝에 탄생한 나름의 고육책이다.

이런 노력에 시청자들은 "참신하다"고 느끼며 시청률로 화답하고 있다. 그러나 새로운 형태의 로맨스를 위해 선택한 소재들이 원나잇, 임신, 계약연애라는 부분은 여전히 많은 고민들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동아닷컴 곽현수 기자 abroa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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