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정결핍 증후군 앓는 착한 예능…시청자들의 온정이 필요할 때

입력 2014-07-17 17:5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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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방을 감동으로 물들이는 착한 예능이 방송가에서 고난의 시기를 맞고 있다.

최근 방송가에는 심야 예능으로 불리는 밤 11시대의 예능들이 저조한 시청률을 보이고 있다. SBS의 금요 예능인 '정글의 법칙'이나 KBS2 목요일 에능 프로그램인 '해피 투게더 시즌3'도 전성기 때의 영광이 한낱 꿈이었던 것처럼 느껴질 정도다.

이런 심야 예능의 수난 속에 특히나 입지가 좁아지고 있는 분야가 있다. 흔히 '착한 예능'으로 분류되는 프로그램들이 2%대의 시청률을 기록하면서 살얼음판 같은 나날을 보내고 있는 것.

현재 방송 중인 착한 예능 프로그램 중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MBC '별바라기'다. 이 프로그램은 동경의 대상인 스타와 이들에 대한 일편단심을 보여준 팬들의 사연이 공개되면서 자극적이지 않은 무공해 웃음을 주고 있다.

특히 오현경, 백지영, 홍석천 등 과거 세상을 떠들썩 하게 했던 사건을 겪고 이겨낸 스타들의 사연과 이들을 끝까지 지지하는 팬들의 모습은 요즘 시대의 키워드인 '의리'가 무엇인지를 보여주고 있다.

이런 프로그램의 특성에 맞춰 '별바라기' MC 강호동의 진행도 덩달아 착해지고 있다. 과거 못된 개그의 1인자라는 말도 들었던 그이지만 능수능란한 진행과 스타-팬 사이의 가교 역할을 충실히 해내고 있다.


'별바라기'가 웃음과 함께 감동을 주는 예능의 본분을 해냈다면, 최근 폐지돼 안타까움을 줬던 SBS '심장이 뛴다'는 사회적인 메시지와 더불어 작은 변화를 이끌어 내는데 성공했다.

전혜빈, 조동혁, 최우식, 박기웅 등이 참여한 '심장이 뛴다'는 직접 소방대원이 돼 사람들을 구조하고 불길을 진압하는데 뛰어들어 최근 사회문제로 떠오른 소방대원들의 처우 문제를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했다.

뿐만 아니라 '모세의 기적' 프로젝트를 시작하면서 구급차에 대한 양보의식을 일깨우는데도 적지 않은 공로를 세웠다. 그러나 이 프로그램은 저조한 시청률로 인해 막을 내렸고 시청률 지상주의의 씁쓸한 사례로 남게 됐다.

이처럼 '별바라기', '심장이 뛴다' 등과 같은 착한 예능은 가학과 억지 웃음이 판치는 예능계에 신선한 바람을 불어넣고 있음에도 많은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다. 빠르고 자극적이고 승패가 갈리는 예능이 주를 이루면서 설 자리를 잃어가는 것이다.

과거에는 이런 착한 예능이 주를 이뤘다. 이경규의 양심 냉장고로 시작된 착한 예능의 역사는 '책책책 책을 읽읍시다', '칭찬합시다' 등을 통해 면면이 이어져 왔다. 그러나 강한 캐릭터가 중시되는 트렌드가 생기면서 '착한 예능=무미건조'라는 등식이 정립됐다.


물론, 시대와 트렌드에 맞춰 시청자들의 기호는 변한다. 어쩌면 착한 예능으로 불리는 프로그램들이 이런 흐름을 따라가지 못하는 것일수도 있겠다. 하지만 그래도 이들을 향한 관심과 사랑은 필요하다.

그 이유는 '심장이 뛴다'와 KBS2 '안녕하세요'를 통해 찾을 수 있다. 시민들과 가장 가까운 심리적 거리를 유지했던 '심장이 뛴다'는 시청률이라는 수치에 의해 폐지됐으며, '안녕하세요'는 상금이 오가면서 더욱 자극적이고 현실과 동 떨어진 고민만 등장하게 됐다. 착한 예능이 애정결핍으로 인해 일종의 탈선을 하게 된 것이다.

지금은 '국민 예능'이 된 '무한도전'도 처음에는 지금의 착한 예능처럼 저조한 시청률을 기록했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자 시청자들의 인내에 보답하듯 한 방송사를 상징하는 간판 예능이 됐다.

어쩌면 현재 고난을 겪은 착한 예능에게 필요한 것도 시청자들의 사랑과 프로그램의 생사여탈권을 쥔 사람들의 인내가 아닐까. 가장 중요한 것은 프로그램의 성적표라는 시청률과 달리 시청자들이 착한 예능을 통해 받은 감동은 수치로 표현할 수 없다는 것이다.

사진│MBC, SBS, KBS

동아닷컴 곽현수 기자 abro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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