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좋은 친구들’ 이광수 “웃긴 것도, 진지한 것도 모두 내 모습”

입력 2014-07-25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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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이광수는 “극중 오락기를 쇠방망이로 때리는 충격에 내 팔이 더 아팠다. 진~~짜”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아시아 프린스’, ‘기린’, ‘배신’…. 이광수를 보면 떠오르는 수식어다. 그를 떠올리면 대부분 사람들을 웃기는 모습이 많았다. 예능프로그램에서의 이광수는 ‘런닝맨’ 멤버들에게 족족 당하기 일쑤다. 대다수 드라마에서도 코믹 연기를 펼치며 극의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늘 밝은 캐릭터로 시청자들에게 웃음을 선사하던 그는 영화 ‘좋은 친구들’을 통해 숨겨둔 진지한 마스크를 꺼내들었다.

이광수는 ‘좋은 친구들’에서 기댈 곳은 현태(지성), 인철(주지훈)밖에 없고, 그 친구들을 뒤에서 묵묵히 돕는 ‘민수’ 역을 맡았다.

“시나리오를 봤는데 정말 하고 싶었어요. 시켜준다고 하지도 않았는데 꼭 하고 싶더라고요. 하하! 공감 가는 부분들이 많았어요. 다른 사람의 의견을 의지하고 따르는 부분이 공감됐어요. 저 역시 민수와 닮은 부분도 많아서 대입을 해 연기를 한 경우도 있었어요. 게다가 감독님과 이야기도 많이 하면서 이야기를 완성시켰어요.”

배우 이광수. 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그가 연기한 ‘민수’는 확실히 전작 캐릭터와 느낌이 다르다. 소주를 밥 먹듯 마시고 깨진 유리 조각을 밟아도 고통스러워하지 않는다. 게다가 말보다는 눈빛으로 말한다. 한층 어둡고 진지해졌다. 우리가 알던 그 ‘기린’이 맞는가 싶다. 하지만 그는 “작정하고 변신을 꾀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제게 쌓여온 이미지에 반하는 연기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해본적은 없어요. 단지 민수 캐릭터에 맞게 연기를 했을 뿐이에요. 욕심을 내 과한 연기를 했다면 아마 역효과가 났을 거예요. 이미지 온도차가 너무 나는 것 아니냐고요? 그럴 수도 있겠지만 밝은 모습도, 어두운 모습도 다 제 모습인 걸요. 만약 그 모습이 관객들이 너무 낯설게 느끼고 부담스러워한다면 공감을 느끼지 못하게 한 제 탓이라고 생각해요. 그렇게 하지 않으려고 노력을 많이 한 것도 사실이고요.”

함께 호흡한 지성과 주지훈에 대해서도 “영화와 같이 지성 형은 현태 같이 묵묵히 바라봐주고(주)지훈 형은 재미있다. 내가 막내였지만 형들이 막역하게 지낼 수 있도록 편하게 대해줬다. 아, 근데 지성 형은 막 진지한 스타일은 아니다. 극중 노래방을 갔었는데 정말 잘 놀더라. 우리 셋 중에 가장 잘 논 사람이었다”고 웃으며 말했다.

이 영화로 이광수는 다시금 각광받고 있다. ‘예능 기린’이 아닌 ‘배우 이광수’로 말이다. 23일 첫 방송된 드라마 ‘괜찮아, 사랑이야’서 투렛증후군(비정상적인 움직임과 소리를 내는 중증 복합 틱장애) 환자 박수광 역으로도 호평 받고 있다. 이광수는 “더할 나위 없이 감사할 뿐이다. 내가 연기한 느낌이 그대로 전달된다면 그것만큼 좋은 것은 없다”고 밝혔다.

배우 이광수. 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이광수의 존재감을 확실히 드러낼 수 있었던 건 인기 예능프로그램 ‘런닝맨’이었다. 멀쩡한 허우대로 어리바리한 모습을 보이고 이기지도 못할 김종국에게 대들다가 도리어 당하는 그의 모습에 시청자들은 배를 잡고 웃는다. 그는 모두 “누나, 형들 덕분”이라고 하지만 5년 간 하나의 주된 캐릭터를 가지고 다양한 웃음을 선사했다는 것만으로도 칭찬 받을 만하다. 하지만 그는 모든 공을 멤버들에게 돌렸다.

“‘런닝맨’ 덕분에 카메라가 편해졌어요. 연기하는 데 도움도 많이 받고요. 그런데 예능프로그램은 아직도 적응 중이에요. 사실 (유)재석이 형이나 (김)종국이 형 등 멤버들과 스태프들을 5년 동안 봐왔으니 그게 편한 거지, 방송은 아직 떨려요. ‘아시아 프린스’나 ‘기린’등도 제가 형들 놀리려고 시작한 건데 그걸 재석이 형이 자연스럽게 캐릭터로 잡아주신 거죠. 제가 만든 게 아니라 재석이 형이 예능 초보인 제게 주신 선물이라고 생각해요.”

이광수의 이야기를 듣다보니 꾸밈도 없고 과한 욕심도 없었다. 예능은 형들이 잘해줘서, 작품은 시나리오가 좋아서, 꾸준한 활동은 주변 분들이 절 좋게 봐주시는 덕분이라고 답하니 마치 속세를 출가한(?) 사람을 보는 것 같았다. 그 말을 전하니 너털웃음을 짓더니 “뭔가를 초월한 상태는 아니지만 욕심이 없는 것은 사실이다”고 말했다.

“전 지금의 행복에 만족하며 살고 있어요. 행복이라는 게 시작은 쉬운데 유지하는 건 어려운 것 같더라고요. 하루를 후회 없이 산다는 게 생각보다 쉽지 않은 일이잖아요. 제 역할에 충실하게 하루하루 살다보면 언젠간 저도 제가 바래왔던 모습과 비슷해져 있겠죠.”

동아닷컴 조유경 기자 polaris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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