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업 출신 멀티맨’ 김민성의 간절한 태극마크 꿈

입력 2014-07-26 06: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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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센 김민성. 스포츠동아DB

“일요일(27일) 밤에는 아무래도 잠이 안 올 것 같네요.”

운명의 주말이 열렸다. 넥센 내야수 김민성(26)에게 26일 시작되는 SK와의 문학 3연전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경기들이다. 2014인천아시안게임 야구대표팀 최종 엔트리가 28일 공개되기 때문이다. 엔트리 발표 전에 마지막으로 자신의 진가를 보여줄 수 있는 ‘쇼케이스’나 다름없다. 하필이면 후반기 시작과 동시에 팀이 4일 휴식기를 얻은 데다, 25일 경기마저 폭우로 4회 노게임이 선언돼 김민성에게 주어진 기회는 많지 않았다.

김민성은 25일 “야구를 하면서 한 번도 국가대표를 해본 적이 없다. 정말 솔직한 심정으로는 꼭 아시안게임에 가고 싶다”고 힘주어 말하면서 “후보에 오른 선수들의 장점이 다 달라서 정말 예상하기 어렵다. 마음 같아선 남은 경기에서 12타수 12안타를 치는 게 목표”라며 쑥스럽게 웃었다.


● 가장 확실한 멀티 포지셔너

대표팀 사령탑인 류중일 삼성 감독은 이미 최종 엔트리에 포함될 23명의 이름을 거의 결정해 놓았다. 김민성이 그 안에 포함됐는지 여부는 아직 모른다. 그러나 분명한 희망은 있다. 김민성은 올 시즌 류 감독이 대표팀 백업 내야수 선발의 1순위 조건으로 강조해온 ‘멀티 플레이어’다. 지금은 3루수가 전문이지만, 롯데 시절에는 유격수와 2루수가 주 포지션이었다. 2010년 트레이드로 넥센에 이적한 후에도 2년간 2루수로 가장 많은 경기에 나섰다. 2011년 2루수 출장 경기가 95게임이나 될 정도다. 2012년에는 3루수와 유격수를 번갈아가며 맡았고, 2013년부터 넥센의 주전 3루수로 정착했다. 지금도 가끔은 경기 후반 유격수나 2루수를 맡고 있다. 넥센 염경엽 감독이 가장 다용도로 활용하는 내야수가 바로 김민성이다.

김민성은 “다른 선수들에 비해 내가 유리한 게 있다면 바로 그 점인 것 같다. 지금은 3루수지만 2루수로도 많이 나갔고, 올해도 유격수를 몇 차례 봤을 정도로 익숙하다”면서 “대표팀에서 내야 한 자리가 빌 때마다 어디든 문제없이 잘 채울 수 있다”고 이례적으로 적극적인 출사표를 던졌다.


● 백업 선수의 노하우를 안다

특장점은 하나 더 있다. 대부분 주전으로 활약해온 다른 후보들과 달리, 김민성은 2011년까지 오랜 백업 생활을 거쳤다. 김민성 스스로 “나는 어차피 대표팀에 가더라도 주전이 아닌 백업일 수밖에 없는 선수다. 내 역할에 맞게 잘 준비할 자신이 있다”고 강조한 이유다. 설명은 이렇다. “선발 멤버와 백업 요원을 다 해보니, 경기를 처음부터 나가는 것과 7~9회에 출전을 준비하는 것은 확실히 다르다. 1점차 승부에서 경기 후반에 나가 수비하는 게 더 큰 긴장감을 필요로 한다. 그런 부분에 잘 숙달돼 있다”고 말했다. 게다가 최근 컨디션도 무척 좋다. 시즌 중반까지 치질로 인해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했지만, 수술을 받고 복귀한 6월 20일 이후로는 22경기에서 타율 0.373(83타수 31안타) 4홈런 25타점을 기록하며 타격에서도 펄펄 날고 있다.

김민성은 “내 개인적인 목표도 중요하지만, 일단 남은 경기에서 팀이 이기는 게 먼저다. 팀이 이기기 위해 내가 해야 할 역할이 분명히 있으니, 그 일을 먼저 열심히 하다 보면 좋은 결과도 따라오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최선을 다한 뒤 결과는 하늘에 맡기겠다”는 김민성의 꿈. 과연 하늘과 류중일 감독, 그리고 한국야구위원회(KBO) 기술위원회는 마지막 순간 김민성의 손을 들어 줄까.

문학|배영은 기자 yeb@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goodgo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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