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선수들.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쏟아진 비에 LG 선수들은 ‘하늘도 우리를 돕는다’는 계시를 받은 듯한 용기로 충만한 분위기였다. LG는 25일 잠실 롯데전에서 4회초까지 1-9로 일방적으로 밀렸다. 제5선발 임정우는 2.1이닝 만에 6실점하고 무너졌고, 뒤이어 등판한 정현욱도 뭇매를 맞고 있었다. 3회 2사 만루 찬스를 날린 뒤, 4회 곧바로 3실점해 흐름이 완전히 넘어간 그로기 상태였다.
그런데 4회 롯데 4번타자 최준석이 쐐기 2타점 적시타를 친 직후 함성은 3루 측 롯데 응원단석이 아니라 1루 측 LG 응원단에서 더 크게 쏟아졌다. 최준석의 안타 직후 굵은 빗줄기가 잠실구장을 덮치기 시작한 것이다. 오후 8시 19분의 일이었다.
우천 노게임을 예감한 LG 팬들은 이때부터 벅찬 마음으로 우산을 폈다. 빗줄기가 더 굵어질 때마다 함성도 더 커졌다. LG는 마운드와 홈 플레이트를 제외한 내야에 방수포를 펼치지 않았다. 이에 대해 LG 측은 “비가 워낙 순식간에 많이 내렸다. 방수포가 효과를 발휘하려면 미리부터 깔아놔야 된다. 이미 땅이 젖기 시작한 시점에 방수포를 깔면 흙이 더 질척거려져 필드 상태가 나빠진다”라고 설명했다.
장대비에 잠실 내야는 물이 흥건히 고였고, 상태가 워낙 좋지 않자 기다리던 심판진은 오후 8시 50분 바로 노게임을 결정했다. 이 같은 결정이 전광판에 뜨자, LG 팬들의 함성은 최고조에 달했다.
반면 4연패 탈출과 승률 5할 복귀를 허망하게 날린 롯데 선수단은 묵묵히 짐을 싸서 철수했다. 이와 대조적으로 4위 롯데와 3.5경기차를 유지하게 된 LG는 4강 희망을 더 강렬하게 품을 수 있게 됐기에 웃음꽃을 피우며 덕아웃을 빠져나갔다. LG 관계자는 “이런 날도 있네”라며 애써 표정관리를 했다.
잠실|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matsri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