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해적’ 손예진, 30대 여배우로 산다는 것

입력 2014-07-29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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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손예진은 “여월이 고래와 만나는 신은 시나리오에 없던 장면”이라며 “내가 감독님께 넣자고 제안했다”고 말했다. 동아닷컴 방지영 기자 doruro@donga.com

“액션연기, 너무 힘들었어요. 그런데 은근히 중독성 있더라고요.”

손예진이 액션을 만났다. 거침없이 칼을 휘두르고 허공에 몸을 던졌다. 뭇 남성들을 설레게 했던 ‘첫사랑의 아이콘’은 온데간데없다.

“처음에는 어려웠던 동작이 나중에는 스스로도 ‘괜찮은데?’ 싶더라고요. 연습할 때는 두 번 세 번 실패한 뒤집기가 마지막에는 되더라고요. 진짜 이 악물고 했어요.”

손예진은 영화 ‘해적’에서 국새를 삼킨 고래를 찾아 떠나는 해적단의 여두목 여월을 연기했다. 여월은 개국세력 모흥갑(김태우)과 산적 장사정(김남길) 등 거친 남자들 사이에서도 특유의 카리스마를 잃지 않는다.

“제가 이런 위엄 있는 인물을 연기한 적이 없잖아요. 주먹 쥐고 칼을 잡고…손끝부터 발끝까지 모든 게 달라야 했어요. 여성적인 몸짓이 나올까봐 많이 걱정했죠.”

쉽지 않은 도전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적’에 승선한 이유를 “이 기회가 다시 오지 않을 것 같아서”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나라에 해적이라니. 상상도 못 해본 이야기였다. 해적과 산적이 바다에서 만난다는 설정도 재밌었다”며 “영화로 만들어지면 어떻게 될지 궁금했다”고 밝혔다.

“출연을 결정할 때 드라마 ‘상어’를 찍고 있었어요. 당시 개인적으로 슬럼프가 왔어요.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너무 힘들어서 정말 제대로 쉬고 싶었어요. 그런데 그 와중에도 ‘해적’을 놓치면 후회할 것 같더라고요. ‘그래, 죽더라도 내 몸 하나 불사르자’라고 마음먹었어요.”

배우 손예진. 동아닷컴 방지영 기자 doruro@donga.com



● 슬럼프와 ‘청순 타이틀’에 대처하는 손예진의 자세

손예진의 필모그래피는 화려하다. 1999년 데뷔 이후 멜로 코미디 공포 스릴러 그리고 첫 액션 영화 ‘해적’까지 다양한 작품에 출연했다. 2007년에는 애니메이션 영화 ‘천년여우 여우비’의 더빙을 맡기도 했다. 모든 장르를 섭렵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장르적인 도전도 있지만 제 도전은 캐릭터에 대한 것이에요. 캐릭터가 매력 있다보니 그 장르가 미스터리가 되기도 하고 멜로가 되기도 해요. 이번에도 해적이라는 캐릭터 때문에 액션을 처음 하게 됐고요. 아직 한 것보다 안 해본 게 훨씬 많아요. 다 연기해보고 싶어요.”

연기를 시작한지 10여 년째. 손예진은 연기 갈증을 채우기 위해 부단히 달려왔다. 그런 그에게도 남모를 고충은 있었다. 그는 “꾸준히 작품을 하는데도 슬럼프에 빠질 때가 있다”고 털어놨다.

“20대 초반에는 오로지 연기만 바라봤어요. 흥하든 망하든 사람들의 평가는 중요하지 않았죠. 하지만 이제는 생각해야 것들이 너무 많아요. 배우로서 책임감도 커졌고요. 그래도 ‘배우가 결과나 평가에 연연해하면 안 좋다’고 해서 생각을 편하게 하려고 해요. 그런 과정이 스스로를 강하게 만드는 계기가 되기도 해요.”

손예진은 “나는 고민을 사서 하는 편”이라며 “쿨한 척 하지만 사실 속으로는 소심하다”고 고백하며 웃었다. 그는 자신을 대표하는 ‘청순 이미지’에 대한 속마음을 꺼내기도 했다.

“다양한 캐릭터를 많이 연기해왔는데 뭐든지 ‘청순’이 앞에 붙어요. ‘나를 떠올리면 청순한 것 밖에 생각이 안 나나?’ 싶기도 해요. 그래도 여배우에게 청순하다는 이야기는 칭찬이라고 생각해요. 나이 들어서 4-50대가 되면 이 이미지도 없어지겠죠? 지금은 그냥 누릴래요.”


● “30대, 여배우로서 중요한 시기…결혼은 조금 더 참아야죠”

올해 32세로 결혼 적령기에 접어든 손예진. 결혼에 대한 생각을 묻자 그는 “해야 할 일이 많다”고 대답했다.

“‘남자 배우들 사이에서 기둥을 마련해야 한다’는 생각에 책임감을 느껴요. 아직은 더 좋은 작품을 많이 해야 하지 않을까요. 완벽주의라 하나를 하면 거기에 집중하는 편이에요. 결혼하면 두 가지를 동시에 못할 것 같아요. 중요한 시기니 조금 더 참아야죠.”

손예진은 그러면서도 “아이를 안 좋아했는데 조카가 생기니 예뻐 보이더라. 내 새끼 같다”고 달라진 생각을 밝혔다. 그는 “어제도 조카와 잤다. 밤 내내 조카가 덥거나 추울까봐 걱정했다”며 “그럴 때에는 ‘내 애는 얼마나 예쁠까?’라고 생각할 때도 있다”고 말했다.

“‘조카들 크는 거 보면서 결혼 안 하고 살아도 되겠다’는 생각도 가끔 했어요. 그래도 부모님은 딸이 노처녀로 늙는 걸 원하지 않으시겠죠?”(웃음)

동아닷컴 정희연 기자 shine256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동아닷컴 방지영 기자 dorur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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