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중 “팬티만 입고 길거리 활보…내려놓으니 날 것이 됐다”

입력 2014-07-31 08: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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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중에게 ‘트라이앵글’은 자신의 보여주기 싫은 부분까지 모두 드러낸 작품이다. 부담도, 스트레스도 많았지만, ‘그간의 김재중에 대한 편견을 깼고, 새로운 가능성도 보여줬다’는 평가는 그에게 더없이 값진 성과다. 사진제공|씨제스 엔터테인먼트

■ MBC ‘트라이앵글’서 연기 변신 성공한 김재중

리얼한 연기에 팬들 “김재중 다시 봤다”
“내 연기 늘 불만” 최민식 선배의 한마디
“자존심 버리니 이제 연기 맛 알 것 같다”


모든 걸 내려놓았다. “솔직히 보여주기 싫었다”는 부분까지 포기하고, 있는 그대로를 드러냈다. 화려한 무대 위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멋있게 꾸미고 다듬어진 모습이 아니라 ‘날 것’ 그대로 보여주려 하니 부담과 스트레스는 만만치 않았다. 하지만 그렇게 자신을 버리고 얻은 결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그룹 JYJ의 멤버이자 연기자 김재중. 그가 주연을 맡은 MBC 월화드라마 ‘트라이앵글’이 29일 끝나고 쏟아진 팬들의 반응은 “김재중을 다시 봤다”는 평가가 대부분이다. 단순히 아이돌 출신 연기자로 생각했다 이 드라마를 통해 김재중에 대한 편견을 깼고 새로운 발전 가능성도 엿볼 수 있었다는 것이다.

“방송 전 ‘부담이 없느냐’는 질문을 받고, ‘전혀 없다’고 자신했다. 연출자가 시키는 대로 하면 되니까 부담이 없었다. 남들이 보는 나의 이미지가 있겠지만, 나도 내 모습에 대해 포기할 수 없는 일종의 자존심 같은 게 있었다. 이번엔 그걸 포기하고 다 보여준 것 같다. 방송 초반 팬티만 입고 길거리를 달리는 장면이 있었는데, 그 장면 이후 못할 게 없더라. 하하!”

김재중은 데뷔작인 ‘보스를 지켜라’를 통해 연기를 시작하고 작품마다 연기 수업을 받아왔다. 이번엔 과감하게 ‘맨 몸’으로 부딪혔다.

“어느 순간부터 연기 선생님이 가르쳐 준대로만 연기하고, 스스로 껍질을 덧씌우는 것 같았다. 무모할 수 있지만 드라마 현장에서 나를 만들어보자고 결심했다.”

하지만 그런 결심 속에서도 걱정은 여전했다. 자신의 짧은 연기 경력 탓이었다. 조언이라도 듣고 싶은 마음에 같은 소속사에서 한솥밥을 먹는 배우 최민식에게 “술 한 잔 사 달라”고 부탁했다.

“연기수업을 기대하고 만났는데, 한 시간이 지나도 아무 말씀도 안 하시고 술만 드시더라. 시간이 꽤 지나고 나서야 ‘야! 나도 수없이 연기해도 (내 연기는)여전히 불만스럽고 한탄스럽다. 너 연기 못하는 거 당연하다. 연기라는 게 잘 할 수 없는 거다. 연기는 죽을 때까지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제서야 조금씩 자신감을 얻게 됐다.”

인생 선배이면서 연기자로서 자신보다 훨씬 앞선 이가 무심하게 지나치는 듯 전해준 말 한마디는 뼈가 되고, 살이 됐다. 그는 그때부터 부담 없이 연기할 수 있었고, 자신을 내려놓을 수도 있었다.

“선배님을 만나서 큰절이라도 해야겠다. 첫 촬영을 일주일 앞두고 만났는데 그때 만나지 않았다면, 어휴…!”

그는 돌이켜보니 많은 걸 얻었다고 했다. 3박4일 동안 한숨도 잘 수 없는 강행군의 촬영 과정 속에서 육체적으로 고되고 정신적으로도 피폐해졌지만 “사람도 얻고 연기자로서 그동안 보이지 않던 점들까지 보기 시작했다”며 “이제야 연기의 맛을 느끼게 됐다”고 말한다.

“누가 물었다. 가수와 연기자, 뭐가 더 중요하느냐고. 이제야 대답할 수 있다. ‘좋은 건 가수고, 재미있는 건 연기자’라고. 아직도 새로운 게 많다. 그렇다고 가수로서 안착했다고 생각하지도 않지만, 연기는 정말 끝이 없는 것 같다.”

이정연 기자 annj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mangoost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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