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량’ 열풍①] 성웅 이순신부터 인간 이순신까지…관객들 극장으로 향하는 이유

입력 2014-08-02 10: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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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히 경이적이다. 최민식 주연 영화 ‘명량’(감독 김한민)이 여름 극장가를 휩쓸며 연일 신기록을 쓰고 있다.

‘명량’은 개봉일인 지난달 30일에 68만 3200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역대 최고 오프닝 스코어를 기록했고 37시간 30분만인 31일 오후 1시 30분에 100만 관객을 돌파했다. 또한 개봉 이틀째인 지난달 31일에는 약 70만 명, 1일에는 약 86만 명의 관객을 맞으며 역대 평일 최고 스코어를 갈아치웠다.

‘명량’을 성공적인 흥행작으로 이끄는 데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무엇보다 대체불가 배우 최민식의 연기가 큰 공을 세웠다. 성웅 이순신으로 분한 최민식의 열연은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세계적으로 추앙 받아온 성웅 이순신으로 분한 최민식은 330척의 왜군에 맞서 적진의 허를 찌르는 고도의 심리전과 독창적 전략가로서의 면모, 두려움을 용기로 바꿀 줄 아는 진정한 리더로서의 위용과 용맹을 보여주며 카타르시스를 전한다. 무엇보다도 최민식은 장군이기 전에 한 인간으로서 겪어야 했던 이순신의 번민과 고뇌를 깊이 있는 시선으로 그려내 극찬을 받고 있다.



여기에 상영시간의 절반에 가까운 61분의 드라마틱한 해상 전투극이 눈을 뗄 수 없는 긴장감과 압도적인 몰입감으로 관객들을 사로잡고 있다. 김한민 감독의 묵직한 정공법으로 진행된 긴 시간의 해전 장면은 자칫 지루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으나 이는 기우에 불과했다. 단 12척의 배로 수백 척의 왜선과 수천 명의 왜군과 맞섰던 한일(韓日)간 대전(大戰)에서 이순신의 여러 뛰어난 전략은 감탄이 나오고 수십대에 왜선이 와르르 무너졌을 때에 관객들의 통쾌함은 절정을 이룬다.

화면의 절정은 해전 장면이었지만 김한민 감독의 연출의 절정은 다른 데에 있다. 성웅 이순신 뿐 아니라 갑판 위에서 적군과 엉겨 붙어 싸우는 군졸부터 갑판 밑에서 죽기 살기로 노를 젓는 민초들의 모습을 제대로 담아내며 관객들에게 뭉클함을 선사한다. 성웅 이순신을 빛내는 동시에 우리 조상들이 죽음을 각오하고 이 나라를 지켜냈음을 강하게 전달한다. 전쟁이 끝난 후 겨우 숨을 돌리는 민초들의 대사 중 “후손들이 우리가 이렇게 개고생 한 것을 알아줄까?”라는 것이 어쩌면 김 감독이 관객들에게 전해주고자 하는 메시지였을지도 모른다.

‘명량’을 비롯해 ‘군도 : 민란의 시대’, ‘해적 : 바다로 간 산적’, 그리고 ‘해무’까지 올 여름 한국 블록버스터들이 한 주 간격으로 개봉이 되며 치열한 접전이 예상됐다. 그런데 예상 밖의 일이 벌어지고 있다. 영화계 사이에서 가장 기대치가 높았던 ‘군도 : 민란의 시대’는 개봉 첫 주 이후 급격한 하락세를 맞이했고 뒤를 이은 ‘명량’이 ‘이순신 신드롬’을 일으키며 흥행에 급물살을 타고 있다. 6일 개봉하는 ‘해적 : 바다로 간 산적’이 바통을 이어받을 준비를 하고 있지만 영화계 외에도 다른 문화업계에도 ‘이순신’ 바람이 불고 있어 ‘명량’에 대한 관객들의 열기는 계속될 기미가 보인다.

‘이순신’의 열풍이 장기전으로 갈지, 첫 주말로 끝날지는 아무도 예상할 수 없지만 관객들에게 잊고 있었던 무언가 커다란 흔적을 남긴 것만큼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동아닷컴 조유경 기자 polaris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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