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일함’ 탈출한 수원의 앞날이 더 기대되는 이유

입력 2014-08-09 06: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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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 선수들. 스포츠동아DB

서정원 감독의 ‘따듯한 리더십’ 적중, 때론 강한 채찍질로 선수단 자극
1위 팀들과 2연전서 맹위, 주말 제주 잡고 선두권 경쟁 이어갈까?

K리그 클래식(1부리그) 수원삼성은 한국프로축구를 대표하는 최고의 명문 클럽이었다. 그러나 그 같은 위상은 일순간 급전직하했다. 꾸준했던 투자 기조도 사라졌고, 영원한 우승 후보라는 명성도 퇴색했다. K리그에서 정상을 밟은 마지막 기억은 2008년이다. 상대적으로 높은 몸값을 받으면서 항상 ‘최고’라고 자부했던 수원 선수들의 안일함이 그 원인이었다. 이를 두고 누군가는 ‘수원 병’이라고도 했다. 경기장에서 절박함을 느낄 수 없다는 것이다.

그래도 아직 수원은 죽지 않았다. ‘완벽함’과는 여전히 거리가 있지만 조금씩 되살아나고 있는 분위기다. 19라운드까지 수원은 승점 32로 3위를 달리고 있다. 1위 전북현대(승점 38), 2위 포항(승점 37)에 뒤지지만, 충분히 따라잡을 수 있는 격차다. 이대로라면 다음 시즌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에 다시 도전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조심스레 우승도 꿈꿔볼 수 있다.

특유의 따스함으로 제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수원 서정원 감독을 비롯한 코칭스태프의 역할이 컸다. 항상 “우리는 다시 일어설 수 있다”는 말로 자신감을 불어넣었다. 그러다보니 경기도 화성의 수원 클럽하우스 훈련장에선 항상 웃음꽃이 피어난다. 주변에선 ‘감독이 너무 쉽게 보일 수 있다’며 때론 강한 리더십을 주문하지만, 이에 대한 서 감독의 생각은 분명하다. “강한 칼은 쉽게 부러진다. 무작정 윽박지르면 순간적 효과는 있지만 오래갈 수 없다. 힘들고 어려울수록 격려가 필요하다.”

그렇다고 마냥 편안함만 주는 것은 아니다. 때로는 강한 채찍으로 선수들을 독려한다. 혹독한 8월 일정을 준비하면서 서 감독이 가장 많이 한 말은 “자신을 낮추자”였다. “너희들이 훌륭한 선수라는 건 틀림없지만 잘하는 것은 아니다. 너희가 정말 출중한 실력을 갖췄다면 월드컵 무대를 밟았을 것이고, 유럽에서 뛰고 있을 거다. 냉정하게, 자신의 정확한 위치를 살펴보라.” 선수들이 많은 걸 느꼈음은 물론이다.

효과가 있었다. 수원으로선 정규리그 후반기 최고의 위기라 할 수 있었던 최근 1위 팀들과의 연속 승부에서 ‘달라진’ 모습을 볼 수 있었다. 3일 오랜 무승 징크스를 깨고 당시 선두였던 포항을 4-1로 완파하더니, 6일 현 1위 전북과의 원정경기에선 비록 2-3으로 졌지만 화끈한 경기력으로 수원 팬들에게 긍정적 메시지를 보냈다.

10일 홈에서 열릴 제주와의 20라운드 승부는 ‘또 한 번’ 틀을 깰 수원의 진가를 확인할 수 있는 무대다. 수원과 4위 제주(승점 31)의 격차는 불과 승점 1점차다. 확실하게 선두권으로 올라가느냐, 아니면 다시 중상위권 혼전에 휘말리느냐가 걸린 90분이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yoshike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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