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인터뷰]‘류현진에 판정승’ 산타나 “아무도 두렵지 않다”

입력 2014-08-14 14:2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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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빈 산타나. 동아닷컴DB

[동아닷컴]

류현진(27·LA 다저스)이 부상 암초로 시즌 14승 사냥에 실패했다.

류현진은 14일(이하 한국시간) 애틀랜타와의 원정경기에 선발등판했지만 5⅔이닝 6피안타 3실점으로 패전 투수가 됐다. 반면 애틀랜타 선발 어빈 산타나(32)는 다저스를 상대로 6이닝 8피안타 2실점으로 승리를 따냈다.

도미니카공화국 출신의 우완 어빈 산타나는 2000년 9월 애너하임 에인절스(현 LA 에인절스)에 입단하며 미국으로 건너갔다. 그리고 5년 후인 2005년 5월 클리블랜드를 상대로 빅리그에 데뷔했다.

산타나는 빅리그 데뷔전에서 4이닝 8피안타 6실점하며 패전투수가 돼 메이저리그의 높은 벽을 피부로 실감했다. 하지만 6일 뒤 시카고 화이트삭스를 상대로 가진 빅리그 두 번째 경기에서 무실점 완봉승을 거둬 단숨에 자신의 존재와 가치를 실력으로 입증하는 반전드라마를 썼다.

이후 산타나는 거침이 없었다. 5월 중순 메이저리그에 데뷔했지만 그 해 총 23경기에 선발등판해 12승 8패 평균자책점 4.65를 기록하며 빅리그 데뷔 첫 해부터 정상급 투수로 우뚝 섰다.

이 뿐만이 아니다. 산타나는 데뷔 첫 해였던 2005년 뉴욕 양키스와의 아메리칸리그 디비전시리즈(ALDS) 5차전에 롱릴리프로 나서 5⅓이닝 5안타 3실점 호투로 개인 포스트시즌 첫 승의 감격도 맛봤다.

산타나는 메이저리그 풀타임 두 번째 해인 2006년, 2년차 징크스도 피해가며 시즌 16승 8패 평균자책점 4.28을 기록하는 등 캔자스시티로 트레이드 되기 전인 2012년까지 에인절스에서만 96승을 올렸다.

또 2011년에는 클리블랜드를 상대로 노히트노런의 대기록도 달성했다.

지난해 캔자스시티에서 9승 10패 평균자책점 3.24를 기록한 산타나는 캔자스시티의 1년 1410만 달러(약 145억 원)의 퀄리파잉 오퍼를 거절하고 자유계약선수(FA) 시장에 나왔다.

하지만 퀄리파잉 오퍼를 거절한 FA 선수를 영입할 경우 그 구단은 메이저리그 신인 드래프트에서 1순위 지명권을 포기해야 하는 규정 때문에 산타나는 올 초 스프링캠프가 시작되었을 때까지 새로운 팀을 찾지 못했다.

산타나는 급기야 자신의 에이전트를 해고하는 등 진통을 겪은 후 애틀랜타와 1년 총액 1410만 달러에 계약했다. 애틀랜타 에이스 크리스 메들렌(29)이 올 초 스프링캠프 때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어빈 산타나. 동아닷컴DB

우여곡절 끝에 애틀랜타에 입단한 산타나는 14일 현재 올 시즌 총 23경기에 선발등판해 12승 6패 평균자책점 3.66의 호성적을 기록 중이다. 메이저리그 10년 간 통산 성적은 117승 96패 평균자책점 4.15.

산타나의 본명은 요한 산타나였다. 하지만 베네수엘라 출신의 좌완 요한 산타나(39·은퇴)와 혼동되는 게 싫어 지난 2004년 현재의 이름인 어빈 산타나로 개명했다.

동아닷컴은 국내 언론 최초로 산타나를 최근 미국 현지에서 만나 인터뷰했다. 산타나는 평소 언론과의 개별 인터뷰를 기피하는 성향을 갖고 있다. 이번 인터뷰는 지난해 팀 동료였던 브루스 첸(37·캔자스시티)의 주선으로 가능했다.

다음은 산타나와의 일문일답.

-만나서 반갑다. 최근 몸 상태는 어떤가?

“아픈데도 없고 아주 좋다.”

-메이저리그 데뷔 후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다. 자신만의 비결이 있다면?

“항상 꾸준함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했고 그런 가운데 마운드에 올랐을 때는 항상 내 자신을 믿고 공격적으로 투구한 게 도움이 된 것 같다. 늘 스트라이크를 많이 던지려고 한다.”

-비결이 무척 간단하다?

“(웃으며) 사실이 그렇다.”

-어렸을 때 야구를 시작한 걸로 안다. 당시 롤모델은 누구였나?

“(주저 없이) 페드로 마르티네즈(43·은퇴)였다.”

-다수의 빅리그 투수들이 마르티네즈를 롤모델로 꼽는다.

“당연한 것 아닌가? 그는 최고의 투수에게 주는 사이영상(Cy young award)을 세 번이나 수상했을 만큼 당대 최고의 투수였다. 특히 그가 나를 비롯해 남미선수들에게 끼친 영향은 실로 대단하다.”

-가장 좋아했던 팀은?

“없었다. 마르티네즈만 좋아했고 롤모델로 삼았을 뿐 특별히 좋아하는 팀은 없었다.”

어빈 산타나. 동아닷컴DB

-올 시즌 개인적인 목표가 있다면?

“승수나 평균자책점 등 수치상의 목표는 없다. 부상 없이 건강하게 시즌을 마치는 게 가장 큰 목표이자 유일한 목표이다.”

-야구를 시작한 후 가장 행복했던 때는 언제였나?

“(웃으며) 노히트노런을 달성했을 때가 가장 행복했다.”

-2011년 클리블랜드전 말인가.

“그렇다. 노히트노런은 투수가 원한다고 이룰 수 있는 기록이 아니기 때문에 그 것을 달성했을 때의 기분은 정말이지 짜릿하고 최고였다. 평생 잊지 못할 기억이다.”

-하지만 그 경기 전까지 클리브랜드를 상대로 등판한 10경기에서 단 1승도 얻지 못했다.

“(웃으며) 그랬다. 그래서 늘 클리블랜드를 상대로 승리에 대한 욕망이 컸다. 그래서 그랬는지 당시 클리블랜드를 상대로 거둔 첫 승이 노히트노런이어서 더 기뻤다.”

-복수를 제대로 한 것 같다.

“그렇다. 하하.”

-메이저리그에서 많은 타자를 상대했다. 가장 까다로운 선수가 있다면?

“(단호하게) 없다. 두려운 타자가 있다고 생각하는 순간부터 내 자신이 약해지는 거다. 나는 항상 최고라는 생각으로 마운드에 오르고 컨디션이 좋거나 공이 긁히는 날은 그 누구도 두렵지 않다.”

-연습이나 경기가 없는 날은 무엇을 하는지 궁금하다.

“그런 날도 뛰거나 역기를 드는 등 개인훈련을 한다.”

-쉬는 날도 운동을 한다니 정말 열심히 하는 것 같다.

“그래야 한다. 그것이 메이저리그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다른 선수들은 쉬는 날 골프를 치거나 친구들을 만나는 등 휴식을 취한다.

“나는 다르다. 나는 쉬는 날도 우선 운동을 하고 시간이 남으면 집에서 비디오게임을 하며 쉬는 정도다.”

어빈 산타나. 동아닷컴DB

-당신도 별명이 있을 것 같다. 동료나 지인들이 당신을 뭐라고 부르나?

“매직(Magic)이라고 부른다.”

-매직이란 별명이 생긴 특별한 이유라도 있나?

“왜소한 신체로 투수가 된 것도 그렇고 빅리그에서 비교적 좋은 성적을 거둬 그렇게 부르는 것 같다.”

-야구선수들은 징크스가 많다. 당신도 그런가?

“나는 미신을 믿지 않기 때문에 징크스는 전혀 없다.”

-브루스 첸(캔자스시티), 그리고 브라이언 페나(32·신시내티)와 특히 친하다고 들었다. 그들과 자주 만나는지 궁금하다.

“시즌 중에도 전화로 연락은 자주 하지만 만나지는 못한다. 나는 도미니카공화국에 살고 첸은 이 곳 애리조나, 그리고 페나는 마이애미에 살기 때문이다.”

-당신처럼 훗날 메이저리그 투수가 되고 싶은 어린 선수들에게 조언을 한다면?

“항상 최선을 다해 야구를 하라고 말해주고 싶다. 아울러 너무 어린 나이에 변화구를 던지지 말라는 말도 덧붙이고 싶다. 그렇게 하면 반드시 팔이나 어깨에 무리가 오기 때문이다.”

-끝으로 산타나에게 ‘야구’란 무슨 의미인가?

“내게 야구는 많은 의미가 있다. 야구는 단순하게 생각하면 많은 스포츠 경기 중 하나이지만 내가 좋아하고 잘하는 일인 야구를 직업으로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감사하고 기쁘게 생각한다.”

-오늘 귀한 시간 고맙다. 다음에는 올 포스트시즌에서 만날 수 있기를 바란다.

“(웃으며) 고맙다. 나도 꼭 그 때 다시 만날 수 있기를 희망한다. 하하.”

애리조나=이상희 동아닷컴 객원기자 sang@Lee22.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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