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의판정 승리 이만수 “이런 재미도 있네요”

입력 2014-08-15 06: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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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만수 감독. 스포츠동아DB

구름 잔뜩 낀 서늘한 날씨. 하지만 덕아웃은 어느 때보다 뜨거웠다.

SK 이만수 감독은 모처럼 환한 표정으로 14일 문학 삼성전을 앞둔 덕아웃에 나타났다. 이날의 화제는 13일 잠실 LG전으로 모아졌다. 이 감독은 이날 2차례 심판합의판정을 이끌어 내며 사실상 팀 승리를 진두지휘(?)했다. 쑥스럽게 웃으며 “나주환도, 임훈도 호응을 잘 해준 덕이다”고 공을 돌렸다.

1-3으로 뒤진 4회 2사 1루에서 임훈 타석. 1루주자 나주환은 2루 도루를 단행했고, 심판은 아웃판정을 내렸다. 이닝이 종료되면서 LG 선수들은 빠르게 덕아웃으로 들어갔다. 하지만 나주환은 벤치를 향해 급하게 신호를 보냈고, 이만수 감독도 재빨리 달려 나와 합의판정을 요청했다. 결과는 뒤집혔고, 다시 선수들은 필드 위로 복귀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임훈이 몸에 맞았다는 손짓을 보냈다. 이 감독은 망설임 없이 심판에게 달려 나왔고, 한 타자의 타석에서 2차례 주어진 합의판정을 소진했다. 합의판정 시행 이후 처음 있는 진풍경이었다. SK는 2차례 번복을 이끌어내며 기세를 잡았다. 후속타자 정상호가 1타점을, 대타 한동민이 다시 2타점 적시타를 날렸다. SK의 8-5 승리.

판정 요청은 사실 후반부 중요한 때를 위해 남겨두는 게 보편적이다. 더욱이 하위타선으로 이어지는 상황에서 합의판정 요청은 무모했을 수도 있다. 이 감독도 “아침에 다시 복기를 하고 글을 적으면서 얼마나 무모하고 아찔했던 것인지 생각했다”고 웃어보였다. 이어 “점수를 못 냈으면 정말…”이라고 말을 줄이며 긴박했던 당시 상황을 떠올렸다. 하지만 이 감독은 대타 한동민을 내며 결정적인 한방을 날렸다. 이 감독은 “야구하면서 이런 묘미도 있더라”고 말을 남기고 덕아웃을 빠져나갔다.

문학|박상준 기자 spark4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sangjun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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