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명주 코치. 스포츠동아DB
예선 홍콩에 콜드게임승…오늘 일본과 결승전
24일 ‘2014 LG컵 국제여자야구대회’가 열리고 있는 경기도 이천 LG챔피언스파크 주경기장. 낯익은 인물이 진지한 표정으로 훈련 중인 한국여자국가대표팀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 주인공은 프로야구 역대 최다등판(613경기) 10위에 올라있는 차명주(41·은퇴·사진) 한국야구위원회(KBO) 육성위원이었다. 그러나 이번 대회에서 그는 차 육성위원이 아닌 차 코치였다. 이번 대회에 참가하는 한국여자국가대표팀 코치를 맡아 선수들을 지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차 코치는 “여자야구라고 해서 만만하게 보면 안 된다”며 “야구를 향한 열정은 프로 못지않다. 안 되는 걸 될 때까지 하는 근성이 좋다”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 열정과 근성의 여자야구
“한국여자야구팀을 좀 도와줘야겠다.” 차 코치는 이광환 KBO 육성위원회 위원장의 한 마디에 주저하지 않고 “네!”라고 대답했다. 이유가 있었다. 차 코치는 1996년 롯데를 시작으로 한화와 두산에서 선수생활을 했다. 2001년부터 3년 연속 홀드왕에 올랐고, 11시즌 동안 통산 613경기에 출장하며 팀 허리를 지켰다. 차 코치는 “내가 프로에서 뛸 수 있었던 것은 아마추어 시절 재능 기부를 해줬던 프로 선배들 덕분이었다”며 “그때부터 ‘내 재능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된다면 기꺼이 재능기부 하겠다’는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 이 위원장의 부탁을 주저하지 않고 승낙했다”고 설명했다.
차 코치는 “솔직히 그동안 여자야구에 대해서는 전혀 알지 못했다”고 고백했다. 그러나 대표팀에 합류한 선수들의 기량을 보고 깜짝 놀랐다. 그는 “각 팀에서 실력자들이 모인 대표팀 선수들답게 기초가 탄탄했다”며 “무엇보다 열정이 넘친다. 안 되도 될 때까지 하는 ‘악바리 근성’을 보면서 배우는 게 많다”고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 1대1 레슨으로 족집게 과외
차 코치는 대표팀에 합류하자마자 선수들의 특징을 세심하게 살펴본 뒤 1대1 맞춤레슨을 시작했다. 서울 서초동에서 8년째 운영하고 있는 재활트레이닝센터(젬 휘트니스) 경험이 큰 도움이 됐다. 차 코치는 “재활은 단순히 안 아프게 하는 것뿐 아니라 다시 운동을 하면서 아프지 않도록 메커니즘을 잡아주는 게 중요하다. 여자대표팀도 마찬가지다. 당장 경기를 해야 했기 때문에 장기간에 걸쳐 고쳐야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지적하지 않았지만 각 선수마다 투구 혹은 타격 메커니즘에 따라 아프지 않고 효율적으로 야구할 수 있는 방법을 지도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아무래도 여자선수들이다 보니 마음이 앞서서 몸을 빨리 움직이는 경우가 많았다. 투구할 때 한 템포 쉬어야하는 이유에 대해 설명해줬고, 이와 더불어 관절을 분할해서 사용하는 법을 가르쳐줬다”고 덧붙였다.
차 코치가 여자선수들을 가르치면서 또 한 번 놀란 부분은 선수들이 어떤 말도 흘려듣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선수들은 차 코치의 말 한 마디에 경기가 없는 5일간 개인레슨을 받으며 문제점을 수정하려고 부단히 애썼다. 차 코치는 “근성 부분은 프로선수들이 오히려 배워야할 정도”라며 “보람도 많이 느낀다. 비단 여자야구뿐 아니라 지도자들이 한국야구 발전을 위해 아마추어 야구에 적극적으로 재능기부 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나 역시 앞으로 기회가 있다면 흔쾌히 임하겠다”고 다짐했다.
한편 이날 한국A팀은 예선라운드 마지막 경기에서 홍콩을 21-0으로 4회 콜드게임승을 거뒀다. 전날 인도를 상대로도 10-0 완승을 거둔 한국은 A조 1위를 차지하며 25일 오후 6시30분 LG챔피언스파크에서 열리는 결승전에서 B조 1위 일본과 맞붙는다.
이천|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hong9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