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터널 3D’ 정유미, 이름 없는 ‘기모노 여인’에서 주연이 되기까지

입력 2014-08-24 06:5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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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정유미는 “맡았던 역할마다 내 성격이 조금씩 묻어난다”면서 “주위에서는 ‘우결’에서 보여준 모습이 가장 나답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동아닷컴 방지영 기자 doruro@donga.com

“이게 제 자리가 맞는지 아직 잘 모르겠어요.”

배우 정유미(30)의 입에서 짧은 한숨이 먼저 나왔다. 그가 주연의 위치에 오르기까지 10여 년이 걸렸다. 아직도 주연이라는 위치가 낯설기만하다.

“실감이 잘 안 나요. 초반에는 사람들이 기억하는 작품이 없을 정도로 작은 역할을 했어요. 이제는 많이 알아봐 주지만 그 전의 시간이 길어서인지 어색할 때가 많아요. ‘다시 예전으로 돌아가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도 있고요.”

정유미는 면접자2, 반장, 기모노 여인 그리고 버스 안 여고생 등의 단역을 소화하며 내공을 쌓아왔다. 이 잠재력은 지난 2011년 김수현 작가가 집필한 드라마 ‘천일의 약속’의 노향기를 만난 후 터졌다.

“향기 덕분에 많은 사랑을 받았어요. 주위에서는 지고지순한 향기의 이미지를 가지고 가라지만 저는 비슷한 느낌을 이어가는 게 재미없더라고요. 그래서 ‘옥탑방 왕세자’의 악역을 선택했죠.”

드라마 ‘옥탑방 왕세자’ 이후 ‘원더풀 마마’를 통해 주연으로 거듭났다. 명실상부 ‘대세’라고 칭해도 손색이 없다. 방송 중인 일일드라마 ‘엄마의 정원’과 20일 개봉한 영화 ‘터널 3D’에서 주연을 맡았다. 이가운데 정유미에게 ‘터널 3D’는 스크린 첫 주연작이라는 것 외에도 남다른 의미가 있다.

“2004년에 단역으로 출연한 영화 ‘인형사’와 제작사가 같아요. 처음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 예전 생각이 나더라고요. 그때의 저를 기억해주셔서 신기했어요.”

정유미는 ‘터널 3D’에서 세심한 성격을 지닌 여대생 은주를 연기했다. 극 중 은주는 지인들과 탄광촌으로 여행을 떠났다가 살인 사건에 휘말린다. 시신을 버리러 간 터널에서 인물 간의 갈등이 격해지고 후반부 비밀이 하나둘 드러난다.

“에너지를 발산하는 연기를 하고 싶었어요. 공포 영화는 감정을 있는 그대로 날카롭게 표현할 수 있잖아요. 재밌겠더라고요. 공포에 대한 거부감은 없었거든요. 좋아하는 편이에요.”

‘터널 3D’의 촬영은 사실적인 표현을 위해 지난 겨울 실제 탄광에서 진행됐다. 장소는 5월까지도 눈이 온다는 강원도 태백.

“촬영장만 가면 ‘겨울왕국’에 온 기분이었어요. 눈 때문에 터널 입구가 막혀서 촬영을 못한 적도 많았죠. 그리고 탄광 안에는 길이 여러 갈래로 있어요. 길을 잘못 들어가면 전혀 모르는 곳으로 가는 거예요. 수직 낭떠러지 같이 위험한 곳도 많았고요. 지치고 힘들다 보니 연기하는 데에는 도움이 많이 됐어요.”

거친 환경은 배우들의 관계를 더 끈끈하게 만들었다. 정유미는 “보통 연기자들은 대기실이나 차에서 쉬지만 우리는 터널에 갇힌 상황이었다. 바닥에 아무거나 깔고 앉는 게 다반사였다”고 밝혔다. 이어 “그 상황에서 누구 하나 모난 사람이 있었다면 힘들었을 텐데 다들 성격이 잘 맞았다. 거리낌 없이 촬영했다”고 덧붙였다.

“오히려 더 편하게 찍었어요. 덕지덕지 석탄을 묻히고 뒹굴면서요. 촬영장에 가니까 스태프가 의상에 흙을 뿌리고 피를 묻히고 있더라고요. 그게 제가 입을 옷이었어요.”(웃음)

배우 정유미. 동아닷컴 방지영 기자 doruro@donga.com


환하게 웃는 정유미의 모습은 마치 정오의 햇살 같았다. “학창시절 내성적이었다”는 말이 믿기지 않을 만큼 밝았다.

“초등학교 내내 가정통신문에 ‘~하나 내성적임’이라는 내용이 있었을 정도였어요. TV를 보기만 했지 제가 그 안에 나올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죠. 그런데 배우가 되고 연기를 계속 하다 보니까 성격이 밝아지고 자신감도 많이 생겼어요. 마음가짐도 많이 달라졌어요.”

정유미는 “예전에는 오디션 하나 잘못 되면 세상이 무너질 것 같은 기분이었다. 자책하고 굴을 파고 매번 그렇게 긴장하면서 살았다. 그러니까 연기가 더 안 나오더라”고 털어놨다. 그는 “이제는 모든 걸 즐기면서 하고 싶다는 마음이 더 크다”며 “삶을 즐기면서 더 풍성하게 만들고 싶다. 연기도 다양하게 하면서 후회 없는 삶을 살고 싶다”고 말했다.

어느덧 그의 나이도 30대에 접어들었다. 일과 사랑을 모두 노릴 시기다. 하지만 정유미에게 결혼에 대한 압박감은 없었다. 정유미는 “결혼에 대한 현실감이 제로다. 부담이 없어서 더 문제인 것 같다”면서도 “나중에 혹시 결혼하게 된다면 남편은 친구 같은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운동이나 캠핑을 함께할 수 있는 활동적인 남자가 이상형”이라고 말했다.

정유미에게 가수 정준영과 동갑내기 배우 연우진을 보기로 제시했다. 그는 두 남자와 각각 MBC 예능 ‘우리 결혼했어요 시즌4’와 ‘터널 3D’를 통해 인연을 맺었다. 특히 연우진과는 최근 MBC ‘라디오스타’에서 서로 이상형으로 지목하고 술 약속을 잡는 등 핑크빛 기류를 형성하기도 했다.

“저는 같이 뭔가를 할 수 있는 친구 같은 남자를 좋아해요. 그런 의미에서 준영이와 ‘우결’을 찍을 때 코드가 잘 맞았어요. 우진이와도 대화가 잘 통해요. 같은 배우다 보니 술 한 잔 하면서 연기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했어요. 술 약속은 서로 바쁘다 보니 아직 못했네요. 한 잔 해야 하는데~”

동아닷컴 정희연 기자 shine256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동아닷컴 방지영 기자 dorur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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