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건영통신원의 네버엔딩스토리] 1점대 방어율…승리 지키는 불펜 넘버2

입력 2014-08-28 06: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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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A다저스 JP 하월

고교 졸업반 시절 경이적인 방어율 0.09의 유망주
빅리그 데뷔후 선발에서 불펜으로 전향해 승승장구
2008년 뛰어난 성적으로 탬파베이 WS 진출 견인
어깨부상으로 3년 시련…지난해 다저스서 새출발
올시즌 58경기 41.2이닝 방어율 1.30 특급 활약

화려한 조명을 받는 스타급 선수들의 활약에 가려져 있지만 팀의 승리를 위해 묵묵히 헌신하는 선수를 일컬어 ‘이름 없는 영웅(Unsung Hero)’이라는 칭호를 쓴다. 크고 작은 부상 선수들이 속출하고 있지만 LA 다저스는 2년 연속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우승을 향해 순항하고 있다. 27일(한국시간)까지 41승이나 합작한 클레이튼 커쇼(15승), 잭 그레인키, 류현진(이상 13승)으로 이어지는 ‘빅3’ 선발진은 메이저리그 최강이다.

불펜에서는 켄리 잰슨(37세이브)의 활약이 눈부시다. 왕년 마무리투수 출신인 브라이언 윌슨, 크리스 페레스, 브랜든 리그 등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성적을 올리고 있는 가운데 잰슨은 생애 첫 세이브왕을 바라볼 만큼 뛰어난 피칭을 선보이고 있다.

현재 다저스 로스터를 보면 12명 투수 중 좌완은 커쇼와 JP 하월(31) 뿐이다. 대부분 2∼3명의 좌완 불펜투수를 보유하고 있는 다른 팀과는 달리 다저스에는 하월이 유일하다. 그의 현재 성적을 보면 더욱 놀랍다. 팀 내 최다인 58경기에 출전해 3승3패 25홀드를 기록하고 있다. 방어율은 1.30에 불과하며 41.2이닝을 던지는 동안 단 한 개의 홈런도 맞지 않았다. ‘언성 히어로’ 하월의 알토란 같은 활약을 앞세운 다저스는 1988년 이후 26년 만의 월드시리즈 우승을 노리고 있다.


● 0점대 방어율

1983년 캘리포니아주 모데스토에서 태어난 하월은 팔색조 변화구를 앞세워 고등학교 무대를 평정했다. 특히 졸업반 시절에는 0.09라는 경이적인 방어율을 마크해 눈길을 끌었다. 그러나 공이 빠르지 못하다는 이유로 메이저리그 지명을 받지 못하고 야구 명문 텍사스 대학으로 진학했다. 2004년 팀을 칼리지 월드시리즈 진출로 이끈 하월은 0.77의 방어율을 기록, ‘대학야구 퍼스트 팀’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이처럼 고등학교는 물론 대학에서까지 ‘언히터블’의 면모를 과시하자 캔자스시티 로열스가 1라운드에서 그를 지명했다. 불과 1년의 마이너리그 생활을 한 하월은 2005년 6월 12일 휴스턴 애스트로스와의 경기에 등판해 생애 첫 승을 따냈다.


● 선발에서 구원투수로

2005년 3승5패(방어율 6.19)로 시즌을 마친 하월은 이듬해 6월 21일 탬파베이 레이스로 트레이드됐다. 2년 동안 빅리그와 트리플A를 오가며 선발투수로 입지 굳히기에 나섰지만 아마추어 시절의 압도적인 모습을 재현하지 못했다. 문제는 구속이었다. 시속 140km 안팎에 불과한 직구로는 빅리그 타자들을 상대하기 쉽지 않았다. 2년 동안 18경기에 선발로 등판해 얻은 성적은 2승9패에 불과했다. 특히 2007년 방어율은 7.59나 됐다.

결국 레이스 구단은 2008년부터 하월을 불펜투수로 기용하기 시작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64경기에 출전해 6승1패, 3세이브(방어율 2.22)의 뛰어난 성적을 거두며 레이스의 월드시리즈 진출에 일조했다. 그러나 필라델피아 필리스와의 월드시리즈 5차전에서 패전투수의 멍에를 쓰며 생애 첫 우승의 꿈을 뒤로 미뤄야 했다. 2009년에는 시즌 도중 마무리투수로 발탁돼 7승5패, 17세이브(방어율 2.84)를 기록하며 가치를 인정받았다.

● 어깨 부상

호사다마라는 말처럼 어깨 부상으로 2010년을 통째로 건너뛰었다. 스프링캠프에서 이상 증세를 느껴 5월 복귀를 목표로 몸만들기에 나섰지만 연습경기에서 공 12개를 던지고 스스로 마운드에서 내려왔다. 결국 수술대에 오르며 시즌을 접었지만 레이스는 그의 공로를 인정해 1년 더 계약을 연장했다.

2012년 그라운드로 복귀했지만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하던 그는 2013년 다저스에 입단했다. 285만 달러의 조건에 1년 계약을 체결한 하월은 그해 67경기에 출전해 4승1패(방어율 2.03)를 기록하며 부활을 알렸다. 특히 좌타자를 상대로 피안타율 0.164, 이닝당 출루허용(WHIP) 0.84를 기록하며 다저스 불펜에 활력을 불어 넣었다. 4월에는 9.1이닝 동안 5실점을 하며 방어율이 4.82로 높았지만, 이후 3차례(5월, 7월, 9월)나 0점대 방어율을 마크하며 팀의 플레이오프 진출에 힘을 보탰다.


● 전천후 불펜

하월의 가치를 인정한 다저스는 2년 1125만 달러라는 파격적인 조건에 재계약을 체결했다. 아직 시즌이 끝나지 않았지만 하월은 시즌 내내 6자책점에 그치며 1.30이라는 놀라운 방어율로 기대에 완벽하게 부응하고 있다. 무엇보다 이전 시즌과는 달리 좌타자 피안타율(0.137)과 우타자 피안타율(0.169)에서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마무리투수 잰슨에 이어 다저스 불펜의 ‘넘버 2’ 투수로 확고히 자리매김을 하고 있다.

지난 16일 홈에서 열린 밀워키 브루어스와의 경기를 마친 후 돈 매팅리 감독은 불펜진 운영과 관련해 자신의 실수를 인정했다. 전날 열린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전에서 아웃카운트 4개를 잡으며 힘겹게 세이브를 따냈지만 투구수가 31개에 달한 잰슨은 브루어스전 등판이 불가능한 상태였다. 2-0의 리드를 안은 상황에서 매팅리 감독은 하월을 마무리투수로 기용하기 위해 제이미 라이트와 브랜든 리그를 8회에 올렸지만 무려 5점이나 허용하며 경기를 그르치고 말았다. 특히 2-2 동점이 된 2사 만루 상황에서 브루어스가 좌타자 라일 오버베이를 대타로 내보냈을 때 하월을 올리지 않고 리그에게 계속 마운드를 맡겼다 주자일소 2루타를 허용한 장면이 매팅리 감독을 자책하게 만들었다.

셋업맨 브라이언 윌슨이 5점대 방어율을 보이며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는 현 시점에서 하월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유일한 불펜 좌완투수로서 늘 믿음직한 투구를 펼치고 있는 하월의 어깨에 다저스의 성패가 걸려있다.

손건영 스포츠동아 미국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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