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해무’ 김상호 “죽여주는 호흡, 이런 작품 또 어디서 만나”

입력 2014-09-04 23:4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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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김상호는 “배 위에서 유일하게 배멀미를 하지 않았다. 천상 뱃사람이었다”고 말했다. 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배 한 척이 바다를 향해 항해를 하려면, 키를 잡는 선장만 중요한 것이 아니다. 배를 틈틈이 수리할 기관장, 갑판을 책임지는 갑판장 그리고 롤러수 선원 등이 필요하다. 영화도 마찬가지다. 작품을 만드는 배우들은 거친 파도와 같은 여정을 함께한다. 조,주연을 떠나서 말이다. 그들은 각자 맡은 자리를 최선을 다해 지키며 함께 어려움을 견디며 나눈다. 영화 ‘해무’(감독 심성보)는 그런 배우들의 앙상블의 조화를 잘 보여준 작품이다.

그 중 빠질 수 없는 사람은 배우 김상호다. ‘해무’에서 선장의 명령을 묵묵히 따르는 행동파 갑판장 ‘호영’ 역을 맡은 김상호는 영화에 생생한 매력을 불어넣었다. 그는 푸근한 인상 뒤 가장 이상적인 면모를 지니고 있는 인물로 선원들이 사망한 수많은 밀항자를 잔인하게 뒤처리를 하고 하나 둘씩 미쳐갈 때 유일하게 중심을 잃지 않은 사람이다.

“갑판장은 실제 배 위에서 그런 사람입니다. 모두 다들 고유의 역할이 있죠. 갑판장은 선장의 말을 잘 듣고 이해하는 사람입니다. 그렇기에 가장 이성적으로 행동할 수 있는 사람이죠. 하지만 갑판장 역시 속은 무너져 내렸을 겁니다. 하지만 호영에겐 가정이 있죠. 선원들 중 유일하게 한 가정의 가장이니까 오로지 집으로 가는 게 목표였을 겁니다. 사고로 죽어버린 밀항자들을 바다 속으로 던져버리고 집에만 가면 모든 게 해결될 거라 생각했죠. 그리곤 아마 두 번 다시 배는 타지 않으리라 다짐했을 겁니다. 얼마나 끔찍합니까?”

배우 김상호. 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한치 앞도 알 수 없는 바다안개가 밀려오는 ‘전진호’ 안에서는 밀항자들이 처참하게 죽고 모두 바다로 버려진 뒤 홍매(한예리)가 살아있다는 소식에 욕망을 표출하는 인간들의 면모가 드러낸다. 누군가는 배를 지키기 위해, 누군가는 여성을 향한 욕정 때문에, 누군가는 돈을 더 많이 얻으려는 서로 다른 욕망이 출동한다. 죽음이 눈앞에 다가와도 캐릭터들은 지나칠 정도로 자신의 욕망에 대해 집착한다.

그는 “그게 우리 영화의 주된 주제가 아닐까. 독특한 것이 뭐냐면 사건의 전개가 고의적으로 생긴 게 아니라는 거다. 굳이 꼽자면 낡은 배의 탓이다. 하하. 그런 순간이 다가오면 이 사람이 어떻게 변해갈지 고민을 많이 했다. 영화를 보면 일상적인 순간부터 극한의 상황까지 흐름이 쭉 이어진다. 우리는 그 흐름을 어떻게 잘 따라갈 수 있을지 많이 이야기도 나눈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 고민이 있었기에 우리는 최고의 앙상블이었다. 배우들에게 ‘해무’는 독특하고 완성도 높고 자랑하고픈 작품이다. 매번 작품이 소중하지만 자랑하고 싶은 마음은 드물다. 물론 힘든 촬영이었지만 재미가 더 커서 행복했다”고 덧붙였다.

한참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다 김상호는 “아, 그런데 박유천과 한예리의 베드신에 대해 호불호가 갈리는 것 같더라”며 그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철주가 사람을 죽인 죄책감에 시달려 미쳐버린 완호(문성근)를 잔인하게 죽이는 것을 바로 눈앞에서 본 동식이와 홍매가 현실에 견디지 못해 서로의 감정을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나누는 장면이었다.

“아이들은 머쓱해질 때 회피를 합니다. 순수한 감정 표현인거죠. 아마 그거와 비슷한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성적으로는 도저히 상상할 수 없지만 그런 상황에 막상 닥치면 서로의 생존을 확인하고 싶어합니다. 서로의 숨결을 느끼고 싶어 하는 본능적인 거죠.”

배우 김상호. 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대답을 이어 함께 했던 박유천에 대해 물었다. 김상호는 “이름을 외우는 아이돌 가수 중 하나였다. 유명한지는 알고 있었다”며 “믹키유천 모르는 사람도 있나?”며 너스레를 떨었다.

“애들이 나와서 ‘랄랄라’ 하는 영화는 아니잖아요. 이런 작품을 선택했다는 것 자체가 마음가짐이 돼 있다는 겁니다. 내 몸 한번 불사르겠다는 것 아녜요? 그런 애들 열정은 못 막습니다. 게다가 올바르잖아요. 소위 배우들은 연기에 힘 빼는데 10년이 걸려요. 근데 (박)유천이는 첫 작품인데 힘을 툭툭 빼버리더라고요. 대단한 겁니다.”

인터뷰 내내 김상호는 말을 툭툭 던지는 듯 했지만 대화는 섬세했다. 그가 얼마나 작품을 세세하게 분석하고 연기할 수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그는 “원래 빈틈을 보이는 것을 싫어한다. 연기할 때 찝찝하게 하는 것을 싫어해 계속 묻고 생각한다. 그렇게 틈을 켜켜이 채우게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배우가 거짓말을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기에 더 열심히 연구해야 하고 설득력과 전심을 다해 연기해야죠. 배우로서 철학이요? 그냥 제 연기를 보며 많은 분들이 즐거워했으면 좋겠습니다. 배우는 관객들을 위해 존재하니까요.”

동아닷컴 조유경 기자 polaris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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