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홍성흔 “너무 멀쩡해서 고민” 왜?

입력 2014-09-13 06: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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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흔. 스포츠동아DB

두산 홍성흔(38)은 11일 잠실 한화전에서 아찔한 사고를 당했다. 5회말 한화 안영명의 몸쪽 직구가 그대로 왼쪽 팔을 강타했다. 홍성흔은 그 자리에 쓰러져 고통을 호소했고 대주자 김진형으로 교체됐다.

홍성흔은 덕아웃에서 아이싱을 한 뒤 병원으로 이동해 정밀검진을 받았다. 진단 결과는 단순 타박상이었다. 그러나 타박상도 2~3일 정도 안정가료가 필요하다. 게다가 그는 2010년 KIA 윤석민의 공에 왼손등을 강타 당해 골절된 경험이 있었다. 안영명의 공에 맞는 순간 예전 악몽이 떠오를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다음날 잠실구장에 나타난 홍성흔의 얼굴을 밝았다. 훈련도 정상적으로 다 소화했다. 덕아웃에 모습을 드러낸 그는 상태를 묻는 질문에 “아무렇지도 않다”며 씩씩하게 대답했다. 오히려 “너무 멀쩡해서 어제 너무 오버 액션한 게 아닌가 싶어 솔직히 민망하다”며 웃고는 “타박상이라도 2~3일은 경기에 못 뛸 거라고 생각했는데 아침에 일어나면서 나도 모르게 침대를 짚었는데 아무렇지도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트레이너가 전화 왔을 때도 ‘하나도 안 아프다’고 말했다”며 “너무 멀쩡해서 그 순간 ‘어제 너무 아파한 것도 있으니까 몇 경기라도 좀 쉬어야하나’라는 고민을 했다”는 농담을 던졌다.

홍성흔은 특유의 장난끼를 섞어 말했지만 사실 아찔한 상황이었다. 두산 전재춘 트레이너는 “운이 정말 좋았다. 조금만 빗나갔어도 골절이 될 가능성이 높았는데 다행히 부상 위험이 적은 곳에 맞았다”고 말했다. 두산 송일수 감독도 “처음 공을 맞을 때는 ‘안 좋겠다’ 싶었는데 다행히 괜찮았다”며 “2cm만 안쪽으로 맞았다면 시즌 아웃이 될 수도 있었다”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홍성흔 역시 “맞는 순간에는 손에 감각이 없어서 크게 잘못 됐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덕아웃으로 걸어가면서 주먹을 꽉 쥐어봤는데 괜찮더라. 골절이면 찌릿하게 아픈데 그렇지 않았다. 그라운드를 빠져나가면서 트레이너를 비롯해 주변 사람들에게 ‘괜찮은 것 같다’고 말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어 “그래도 한 번 골절된 적이 있는 부위라 맞을 때는 걱정이 많았는데 병원에서 뼈가 튼튼한 것 같다고 하더라. 어제 많이 아파한 것 같아서 좀 쉬려고 했는데 너무 멀쩡해서 경기에 나간다. 민망함을 만회하는 방법은 야구를 잘 하는 것밖에 없다”고 이를 악물었다. 그리고 12일 잠실 한화전 1-0으로 앞선 2회 선두타자로 나와 한화 선발 유창식의 139km짜리 직구를 통타해 좌월 솔로홈런을 터트렸다. 시즌 19호이자 개인통산 200번째 홈런(역대 20번째)이었다. 또 자신의 건재함을 알리고, 팀에 승리를 안겨준 귀중한 한방이었다.

잠실|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hong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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