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현 양현종 ‘난타’에 류중일은 ‘속타’

입력 2014-09-13 06: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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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류중일 감독.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양현종 12일 대구 삼성전 1회에만 3홈런 8실점 생애 최악투
김광현도 10일 사직 롯데전 9실점으로 1경기 최다실점 난조
AG대표팀 원투펀치 구상 김광현-양현종 연이은 부진에 한숨

삼성 류중일(51) 감독은 이기고도 기분이 찜찜했다. 2014인천아시안게임에서 원투펀치로 활약해줘야 할 최고 투수 2명이 최근 등판에서 나란히 최악의 부진을 보였기 때문이다. SK 김광현(26)에 이어 KIA 양현종(26)마저 난타를 당했다.

삼성은 12일 대구 KIA전에서 1회말에 양현종을 상대로 8점을 뽑아내 사실상 승부를 갈랐다. 이날 넥센이 패하면서 삼성은 매직넘버를 8로 줄여 한국시리즈 직행에 한발 더 다가섰다.

그러나 류 감독은 마냥 기뻐할 수만은 없었다. 이날 경기에 앞서 기자들이 “오늘 양현종이 잘 던져야 하나, 못 던져야하나”라며 “아시안게임을 위해서 삼성이 양현종 사기를 올려줘야 하는 것 아니냐”며 짓궂은 질문을 하자 류 감독은 “내가 치나. 우리 선수들이 치지”라며 웃음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그러면서 “오늘 양현종 던지는 걸 보고 아시안게임 마운드 운영을 계산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양현종의 구위를 본 다음에 가장 중요한 경기로 꼽히는 예선 대만전을 비롯해 준결승전과 결승전 선발투수로 누구를 선택할지 어느 정도 결정을 하겠다는 뜻이었다.

류 감독으로선 이날 내심 양현종이 빼어난 구위로 호투하고, 삼성이 승리하는 것을 가장 좋은 시나리오라고 생각했을 터. 그러나 그 바람은 완전히 무너졌다. 양현종은 전혀 뜻밖의 부진투로 1이닝 만에 강판됐다.

1번타자 나바로를 투수 앞 땅볼로 처리할 때만 해도 상쾌한 출발처럼 보였다. 그러나 이후 2번 박한이에게 중전안타를 허용한 뒤 3번 채태인에게 좌월 2점홈런을 맞고 말았다. 여기까지는 야구를 하다보면 그럴 수도 있는 상황. 그러나 그는 좀처럼 아웃카운트를 잡지 못했다. 4번 최형우를 볼넷으로 내보낸 뒤 5번 박석민에게 좌전안타, 6번 이승엽의 우전 적시타를 맞고 3점째를 내줬다. 계속된 1사 1·2루서 7번 김헌곤에게 좌월 3점홈런을 허용하고 말았다. 순식간에 스코어는 6-0. 이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8번 이지영에게 좌전안타를 맞은 뒤 9번 김상수를 유격수 직선타로 잡아내 어렵게 2아웃을 만들었지만 타자일순 후 타석에 나선 나바로에게 또다시 좌중간 2점홈런을 내주고 말았다. 2번 박한이에게 중전안타를 맞은 뒤 채태인을 2루수 땅볼로 잡아내 가까스로 1회말을 끝낼 수 있었다.

1이닝 동안 무려 43개의 공을 던지며 홈런 3방 포함 8안타 1볼넷 8실점을 기록한 뒤 2회부터 임준혁에게 마운드를 물려줬다. 양현종 개인으로서는 악몽과 같은 밤, 생애 최악의 투구였다. 2007년 프로 데뷔 후 이전 등판까지 한 경기에서 8실점한 것은 딱 2차례 있었다. 2010년 9월 26일 대전 한화전(3.2이닝 8실점과 2014년 8월 5일 잠실 두산전(4.1이닝 8실점)이었다. 한 경기에서 홈런 3방을 맞은 것은 2009년 6월 20일 사직 롯데전과 2013년 6월 28일 대구 삼성전이 있었지만 한 이닝에 홈런 3개를 맞은 것은 이날이 처음이었다. 물론 1이닝에 8개의 안타를 허용한 것도 첫 경험이었다.

양현종은 이날 승리했다면 전구단 승리 기록을 세우고, 2010년 자신의 시즌 최다승수인 16승과 타이기록도 작성할 수 있었지만 패전(시즌 7패)을 떠안았다. 최근 2경기 연속 호투로 3.82로 끌어내렸던 시즌 방어율은 4.27로 폭증했다.

이에 앞서 김광현도 지난 10일 사직 롯데전에 선발등판해 극심한 부진을 보였다. 5.1이닝 동안 피홈런은 없었지만 11안타 3볼넷 1사구 9실점의 최악투. 김광현 역시 9실점은 2007년 데뷔 후 자신의 한 경기 최다실점 기록이었다. 이전까지 한 경기에서 8실점까지 기록한 적은 5차례 있었지만 9실점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류 감독은 당시 김광현의 부진에 대해 “그날 던지는 걸 봤는데 공이 높더라. 맞는 날엔 다 이유가 있다”며 입맛을 다셨다. 현재 소속팀 경기뿐 아니라 아시안게임 대표팀 선수들까지 챙겨야하는 류 감독으로선 대표팀 원투펀치인 김광현과 양현종의 연이은 부진에 속이 시커멓게 타들어간다. 그저 일시적인 부진이기를 바랄 뿐이다.

대구|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keystone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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