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FF 중간결산③] 스태프가 '갑'? 전야제부터 엉망진창 진행

입력 2014-10-07 12: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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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회 부산국제영화제는 분명 품격을 높였다. 화제성은 줄었지만 영화인들과 영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있기엔 더없이 좋은 영화제였다. 자주 보지 못하는 국내외 영화인들의 만남은 즐거웠고 해운대 비프힐, 비프빌리지, 남포동 비프광장 등 스타들의 등장은 부산국제영화제를 달궜다. 하지만 좋은 점만 있었을까. 겉으로는 '거의' 완벽에 가까웠던 영화제는 틈틈이 아쉬운 점을 드러내고 말았다.

전야제부터 문제가 발생했다. 부산국제영화제가 개막식을 하루 앞둔 1일, 중구 남포동 비프광장에서 전야제가 열렸다. 부산국제영화제가 태동한 의미 있는 장소이기도 하다. 이 행사를 취재하기 위해 개막식 전날 아침 일찍부터 먼 길을 달려온 취재진들은 불쾌한 상황을 맞이했다. 전야제 취재를 하기 위해 행사장으로 들어가려고 하자 스태프들에게 저지를 당한 것이다. 문전박대를 당했다. 이유는 부산 매체들만 들어갈 수 있다는 것이었다. 또 서울 매체에게 "사진을 제공하겠다"고 해 눈살을 찌푸렸다. 결국 전야제를 취재하러 간 서울 매체들은 먼 발치에서 취재를 해야 했다.

2일 개막식 행사에는 레드카펫을 지나는 영화인들을 소개하는 스태프들이 미숙한 진행을 했다. 2일 부산 해운대구 우동 '영화의 전당'에서 열린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식이 열린 가운데 이날 수많은 국내외 영화인들이 레드카펫을 밟았다. '관능의 법칙' 권칠인 감독이 지나가는 순간 "권인칠 감독이십니다"라고 하거나 성동일의 아들 성준의 이름을 "성성준"이라고 불렀고 다소 발음이 어려운 외국 감독과 배우들의 이름은 얼버부리며 말끝을 흐려 '웃픈'(웃기고 슬픈)상황이 발생하기도 했다.

전야제를 시작으로 영화제가 절반이 지났지만 프로답지 못한 행동은 여전했다. '아주담담' 행사가 진행되는 '두레라움광장'을 찾으러 길을 물어보면 몇몇 스태프와 자원봉사자는 '두레라움광장'에서만 한다는 것만 알 뿐, 어떻게 가야하는 지는 몰라 방문객을 당황케 했다. 이 뿐만이 아니다. '아주담담'에 참여하는 국내외 유명 감독들을 담당하는 스태프는 자신이 맡은 행사를 책임지지 않고 자리를 비우는 등 어처구니 없는 행동을 하기도 했다. 한 배급사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행사가 진행되기 전 스태프가 대기실에 함께 있는 것이 당연한 것 아닌가. 그런데 전화도 안 받고 자리도 비웠다. 자원봉사자에겐 내용을 제대로 전달도 하지 않았다"며 "진행을 도 맡아야 할 스태프 대신 배급사 관계자가 총체적인 진행을 맡았어야 했다. 결국 그 스태프는 행사 중반에 도착해 '바빠서 올 수 없었다'는 말만 남겼다. 책임감 없는 스태프들 때문에 초청된 감독들이 불편을 겪었야 했다"고 말했다.

행사 뿐 아니라 인터뷰에도 문제가 많았다. 부산국제영화제는 일정 기간 동안 국내외 언론사들에게 인터뷰 신청을 받고 신청을 취합한다. 인터뷰 신청을 받는 기간은 영화제 개막 전날까지 신청을 받고 스케줄을 조정해 인터뷰를 진행한다. 각 나라에서 온 기자들이 신청을 하기에 하루에도 수 백통에 메일을 받고 스케줄을 조정하는 것이 힘이 들고 스트레스를 받는 일이라는 것은 알고 있다. 그런데 그것은 그들이 맡은 일이다. 세계적인 국제영화제가 되고 있는 만큼 더욱 프로다운 모습을 보여야 한다. 그런데 '프로'가 아닌 '갑' 행세를 하고 있다. 보통 부산국제영화제가 주최하는 인터뷰는 모두 영화제가 스케줄과 연락을 담당한다. 가장 기본적인 일이지만 그조차도 귀찮다는 뉘앙스다. 인터뷰 날짜가 정해졌음에도 알려주지도 않아 배급사가 기자들에게 연락을 돌리는 경우가 흔했다. 또한 감독들의 부산 체류기간이 적힌 자료가 배포가 됐고 배급사 역시 해당 날짜까지 머무른다고 말했지만 부산국제영화제 스태프들은 "감독님은 전날 출국하신다. 일정을 조절하지 않으면 인터뷰가 어렵다" 혹은 "부산국제영화제를 통해 통화를 하지 않으면 패널티를 매겨 내년에는 인터뷰가 어려울 수 있다"는 등 어처구니 없는 행동을 했다. 한 배급사 관계자는 "올해 유난히 기자들에게 불만 전화를 많이 받았다. '하려면 하고 말라면 말라'는 식의 행동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부산국제영화제는 내년 20살을 맞이한다. 그동안 영화인들과 부산국제영화제 스태프들은 이 영화제를 세계적인 영화제로 만들기 위해 피와 땀을 흘리며 애정을 쏟았다. 그 결실이 하나 둘씩 생기며 세계적인 영화제로 발돋움 하고 있는 가운데 스태프들의 이러한 행동은 부산국제영화제를 퇴보시킬 뿐이다. 이제는 청소년기를 지나 성인이 되고 있는 부산국제영화제는 겉모양 뿐 아니라 내적 성숙이 필요한 시기가 왔다.

해운대(부산)|동아닷컴 조유경 기자 polaris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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