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센 서건창이 17일 2014시즌 최종전인 목동 SK전에서 한국프로야구 최초 시즌 200호 안타와 201호 안타를 달성한 뒤 경기 후 목동구장 기자실에서 밝은 표정으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스포츠동아DB
넥센 서건창은 정규시즌 최종전인 17일 목동 SK전에 1번타자 2루수로 선발출장해 1회 첫 타석에서 SK 투수 채병용을 상대로 우익선상 2루타를 만들어냈다. 자신의 시즌 200번째 안타였다. 이로써 서건창은 1982년 프로야구 출범 이후 한 시즌에 200개 이상의 안타를 친 첫 번째 선수로 기록됐다. 이뿐만 아니다. 8회 다섯 번째 타석에서 2루타 하나를 더 추가해 자신이 보유한 역대 한 시즌 최다안타 기록을 201개까지 늘렸다. 서건창은 이날의 2안타와 함께 시즌 타율 0.370을 마크해 데뷔 첫 타격왕에도 등극했다.
경기를 마치고 인터뷰를 위해 기자실로 들어온 서건창은 여전히 얼굴이 상기돼 있었다. 아직까지 대기록의 주인공이라는 사실이 실감나지 않는 듯했다. 그러나 “나 혼자가 아니라 모두의 도움으로 여기까지 왔다”며 주위에 감사를 표현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방출의 설움을 딛고 넥센에서 새 인생을 출발하던 그때 그 순간처럼, 여전히 겸손하고 담담했다. 다음은 서건창과의 일문일답.
-사상 첫 200안타를 달성한 소감은?
“일단 절대 나 혼자 힘으로는 불가능했다고 생각한다. 감독님, 코치님들, 선후배들, 가족들까지 1년 동안 정말 내게 큰 힘이 돼줬던 것 같다. 다행히 안타가 첫 타석에 나와서 남은 경기를 부담 없이 편하게 치를 수 있었던 것 같다.”
-201개의 안타 가운데 가장 기억에 남는 안타는?
“모든 게 똑같은 의미를 부여하고 싶다. 그러나 굳이 꼽자면 200번째 안타가 내 마음의 짐을 덜어준 안타였던 것 같다.”
-15일 사직 롯데전에서 199호 안타를 친 뒤 부담을 많이 느꼈나.
“사실 아시안게임이 끝나고 다시 시즌을 시작할 때, 개인적으로는 수치상으로 200안타를 치기가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다. 그런 점이 오히려 마음 편하게 치는 데 도움이 됐던 것 같다. 사실 그동안 잠을 잘 자다가 어제는 잠을 좀 설쳤다. 아무래도 부담이 돼서인 것 같다. 오히려 야구장에 나와서 마음이 조금 더 편해졌다.”
-첫 타석에 들어서기 전에 무슨 생각을 했나.
“앞선 사직 원정 2연전 때 조금 나 스스로 조바심을 냈던 것 같다. 오늘 야구장에 나왔을 때 허문회 코치님이 ‘하던 대로 하고 투수와의 승부에만 집중하라’는 좋은 말씀을 해주셔서 다시 한번 나 자신을 다잡고 이전보다는 조금 마음 편하게 나갔다.”
-안타를 치던 그 순간의 느낌은?
“치고 나서 사실 조금 얼떨떨했고, 지금도 마찬가지다. 워낙 순간적으로 지나갔다. 치고 나서 조금은 마음의 짐을 내려놓은 느낌이었다.”
-심재학 코치의 세리머니(서건창을 안아서 위로 들어 올렸다)가 인상적이었는데.
“그렇게 높이 들어올리실 줄은 몰랐다.(웃음) 미리 약속했던 건 아니고 순간적으로 기쁜 마음이었다.”
-신고선수 출신으로서 최고의 가치가 있는 기록을 세웠는데.
“아직 시작하는 단계라 내게는 모든 기록이 다 의미가 있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힘들었던 당시에 포기하지 않고 열심히 했다는 것에 대해 자부심과 보람을 느낀다. 힘들었던 시간이 약이 됐고 큰 공부가 됐다.”
-앞으로 200안타를 몇 번 더 치고 싶나.
“시즌을 시작할 때나 지금이나 안타라는 게 내 힘으로 컨트롤해서 만들어낼 수 있는 게 아니라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마찬가지다. 이런 마음가짐을 유지하는 게 목표다. 당연히 안타를 많이 치고 싶다는 꿈은 있지만, 결과보다 과정을 중요하게 여기고 싶다.”
-스스로 꼽는 올해 정규시즌 MVP는?
“강정호 선수다. 유격수는 정말 체력적인 부담도 크고 수비 능력이 강조되는 포지션인데, 수비도 거의 우리나라에서 가장 잘 하면서도 타격에서도 이런 성적(40홈런·117타점)을 냈다는 게 대단한 것 같다.”
목동|배영은 기자 yeb@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goodgo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