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프로그램…‘동남아 출신’은 출연금지?

입력 2014-10-21 06:5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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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국적의 외국인들이 한국과 한국문화에 대해 이야기하는 프로그램이 인기를 모으고 있다. 하지만 실제 다양성에 관한 진중한 고민은 아쉽기만 하다. 사진은 MBC ‘헬로! 이방인’의 한 장면. 사진제공|MBC

‘헬로! 이방인’ ‘비정상회담’ 외국인 프로
미국·일본 출연자 단골 …동남아는 전무
이주노동자 편견 깨고 다양한 접근 필요

재한 외국인 인구는 157만여명. 그만큼 이들은 한국의 일상에 깊숙이 자리하고 있다. 이 같은 흐름 속에 한국인보다 더 한국인 같은 외국인의 등장은 TV프로그램의 변화를 가져오기도 했다. 외국인이 전면에 나선 KBS 2TV ‘미녀들의 수다’(2006)를 시작으로 최근 인기리에 방송 중인 MBC ‘헬로! 이방인’과 종합편성채널 jtbc ‘비정상회담’ 등 외국인이 주인공인 프로그램도 늘고 있다. 이방인의 시선에서 바라본 한국의 또 다른 모습이 색다른 재미를 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출연자는 대부분 미국·일본·중국 출신 등이 빠지지 않지만 동남아시아 사람은 드물다.


● “똑같은 것도 외국인이 보면 다르다”

외국인이 출연하는 프로그램의 인기 포인트는 그들이 밝히는 자국 이야기가 아닌 한국과 한국문화에 관한 체험담이다. 시청자는 한국을 두고 국적에 따라 서로 다른 반응을 보이는 이들의 모습에 재미를 느낀다.

‘헬로! 이방인’은 외국인 10명이 한 집에서 1박2일 동안 머무르며 한국 생활 중 겪은 에피소드를 나눈다. ‘비정상회담’ 역시 지금 한국 젊은이들이 한국문화를 어떻게 이해하고 있는지 이야기한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우리 스스로 지나쳐버린 우리 문화를 이방인의 시선을 통해 새삼 알게 되는 재미가 크다”고 분석했다.


● “미국·일본은 단골…동남아는 없다”

‘헬로! 이방인’과 ‘비정상회담’ 출연자 중에는 공통적으로 미국·캐나다·일본·중국 출신이 있다. 출신 나라가 겹쳐 시청자에게는 식상함을 안겨주기도 해 ‘헬로! 이방인’에는 콩고민주공화국·리비아, ‘비정상회담’에는 가나·벨기에 등 그동안 접할 기회가 적었던 나라 출신 외국인을 투입시켰다.

제작진은 이처럼 외국인 출연자 섭외를 위해 다양성을 우선에 둔다. ‘헬로! 이방인’의 연출자 유호철 PD는 “특정 국가 출신이란 점을 조건 삼지는 않는다. 제작진으로서 시청자에게 다양한 나라의 문화를 알려주어야 하는 역할이 있기 때문에 최대한 출신국이 겹치지 않게 출연자를 캐스팅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여전히 TV 속에서 동남아시아 출신 외국인의 이야기를 들을 기회는 많지 않다. KBS 1TV ‘러브 인 아시아’와 EBS ‘다문화 고부 열전’ 등 교양 프로그램이 동남아를 중심으로 한 이주민 여성들의 힘겨운 일상을 다루고 있기는 하다. 하지만 ‘헬로! 이방인’의 인기에서 볼 수 있듯, 교양프로그램보다 시청자의 시선을 끌어들이는 데 상대적 이점을 지닌 예능프로그램에서 동남아 출신 외국인을 찾아보기는 쉽지 않다. 7월 종영한 케이블채널 tvN ‘막돼먹은 영애씨’에 방글라데시 출신의 스잘김이 외국인 노동자 역으로 출연한 게 최근의 사례일 뿐이다.


● “더 다양한 문화 소개 필요성 있다”

이 같은 상황에는 일부 대중이 동남아 출신 외국인에 대해 가지는 선입견과 편견이 영향을 끼쳤음을 무시할 수 없다. 한 방송 관계자는 “영어권 출신 외국인 출연자가 늘어난 것은 선진국에 대한 시청자의 동경에서 비롯된 궁금증이 작용했다고 본다”고 밝혔다.

하지만 외국인과 그들이 한국 혹은 한국문화를 어떻게 바라보는지에 대한 관심은 동남아 출신 이주민과 다문화가정이 늘어나면서 더욱 커진 것도 사실이다. 그 이면에서 아시아권 이주민들에 대한 선입견과 편견이 쉽게 사그라들지 않기도 한다.

따라서 방송의 공익성을 고려할 때 진정한 다문화에 대한 좀 더 적극적인 고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문화적 차이에서 생기는 이질감을 인정하고 이를 예능프로그램이 새롭게 구성해 또 다른 소통의 창구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정덕현 평론가는 “방송이 나서서 다양한 국적의 출연자들을 출연시킴으로써 대중이 외국인에게 가지고 있는 편견을 깨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백솔미 기자 bsm@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bsm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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