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심 파워, 선동열 내쫓고 김성근 부르고…

입력 2014-10-27 06: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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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동열 감독. 스포츠동아DB

선동열 감독. 스포츠동아DB

KIA 팬 강한 반대…선감독 결국 무릎
한화도 ‘김성근 영입’ 팬 시위에 영향
33년 맞은 한국프로야구의 새 자화상

‘팬심(Fan心)’이 감독을 부르고 내쫓는 시대다. KIA 선동열 감독은 24일 2년 재계약 6일 만에 자진해서 사퇴했다. 연임 소식이 알려진 이후 팬들의 극렬한 반대에 부딪혔기 때문이다. 구단 홈페이지에서 ‘재계약 철회 릴레이’가 열릴 정도. 이례적으로 선 감독이 직접 팬들에게 보내는 편지를 구단 공식 홈페이지에 게재하는 고육지책까지 썼지만, 싸늘한 시선은 달라지지 않았다. KIA의 한 팬은 서울 양재동 현대-기아자동차 본사 앞에서 선 감독의 사퇴를 요구하는 1인 시위를 펼쳤다. 결국 선 감독은 지휘봉을 내려놓고 스스로 물러나기로 했다.

이튿날인 25일에는 한화가 새 사령탑으로 김성근 감독을 선임했다. 시즌이 끝날 때까지만 해도 한화의 새 감독은 내부승격 카드가 유력하다는 보도가 잇따랐다. 그 후 한화팬들의 여론이 급격하게 김성근 감독 쪽으로 기울었다. 팬들은 김성근 감독을 한화로 영입하라는 청원 동영상을 직접 제작해 인터넷에 올렸고, 일부 팬은 서울 장교동 한화그룹 본사 앞에서 역시 1인 피켓 시위를 펼쳤다. 이 1인 시위는 김성근 감독이 새 사령탑으로 결정되는 데에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프로야구는 국내 최고 인기 스포츠다. 구단도 감독도 선수들도 입을 모아 “팬들이 주인”이라고들 한다. 애초에 프로야구단은 대기업들의 마케팅 사업의 일환으로 만들어졌다. 팬들의 의사를 전혀 무시할 수가 없는 구조다. 그러나 전통적으로 구단 사장, 단장, 감독을 비롯한 구단의 주요 인사에는 팬들의 의사가 개입되는 일이 거의 없었다. 구단주를 비롯한 그룹 고위층의 취향과 의견에 따라 결정되는 게 대부분이었다.

물론 이전에도 팬들이 단합해 구단에 의사를 전달하려는 시도는 여러 차례 있었다. LG팬들은 성적이 부진한 감독에게 청문회를 요구하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각 구단 홈페이지 팬 게시판은 물론, 여러 야구 커뮤니티와 SNS(소셜 네트워크 서비스) 등이 무서운 속도로 발전했다. 팬들은 점점 더 조직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그 의견이 최고 결정권자에게까지 전해지는 상황이다. 33번째 시즌을 마무리하고 있는 한국프로야구의 새로운 자화상이다.

배영은 기자 yeb@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goodgo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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