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센의 희망 조상우, 재기의 비결은 무던한 성격

입력 2014-11-07 06:4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넥센 조상우. 스포츠동아DB

KS서 완벽투…“마음 편하게 먹으려고 노력”

넥센 조상우(20·사진)는 좀처럼 떨지 않는다. 생애 첫 한국시리즈 무대에서도 그랬다. 스무 살짜리 신인급 투수가 아니라, 20년차 베테랑 같았다. 그는 4일 열린 한국시리즈 1차전에 두 번째 투수로 나서 2이닝 무안타 3삼진 무실점으로 승리투수가 됐다. 첫 한국시리즈 등판에서 따낸 첫 승리. 이미 LG와의 플레이오프(PO) 1차전에서도 구원승을 따냈던 그다. 조상우는 “운이 좋은 것 같다”고 했다.

그러나 결코 운이 좋아서만은 아니다. 그 어떤 상황에서도 긴장하지 않는 조상우의 담력이 제대로 한 몫 했다. 조상우는 “특별히 노력하는 건 없다. 그냥 ‘마음을 편하게 먹자’고 생각을 하면 그렇게 된다”며 웃었다.

이미 포스트시즌에서 한 차례 시련도 경험했다. 그래서 그의 ‘재기’가 더 대단해 보인다. 조상우는 PO 2차전에서 6회 위기 상황에 마운드에 올랐다가 아웃카운트 하나도 잡지 못한 채 볼넷 두 개와 2루타를 내주고 2실점했다. PO 1차전과 전혀 다른 모습을 보인 데다, 공을 땅에 패대기치는 장면까지 연이어 나왔다. 조심스럽게 ‘아직 어린 조상우가 정신적인 충격을 받아 남은 시리즈까지 안 좋은 영향을 미치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나왔다.

그러나 결과는 정반대였다. 조상우는 오히려 더 강해졌다. 그는 “그날 첫 공이 잘 안 들어가서 ‘가운데만 보고 던지자’고 했다. 그런데 그 다음 공도 원하는 대로 안 가서 ‘오늘은 어깨가 말리는 날이구나’ 싶었다”며 “물론 그 날은 속이 많이 상했지만, 자고 일어나니 금방 잊어 버렸다. 경기를 하루만 하는 건 아니지 않나. 다음 경기에서 잘 던지면 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주변에서 ‘타고난 강심장’이라는 감탄사가 쏟아지자 “그런 것도 아니다. 그냥 원래 뭐든 잘 잊어버리는 스타일이다”라고 쑥스러워했다.

한국시리즈 1차전을 이긴 넥센은 2차전에서 다시 졌다. 그러나 불펜에 든든한 조상우가 있어 여전히 우승에 대한 희망이 있다. 조상우 역시 같은 꿈을 꾼다. “중학교 때 이후로 우승을 한 번도 못해봤다.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하면 정말 좋을 것 같다”고 했다. 조상우는 이렇게 커다란 희망 역시 무척 평온한 표정으로 털어 놓았다. 진짜 꿈이 이뤄지는 순간, 감정을 한꺼번에 분출하기 위해서인 듯했다.

배영은 기자 yeb@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goodgoer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