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광현. 스포츠동아DB
● 제2의 류현진이 아니라 제2의 윤석민으로 봤다
한국프로야구 정서에서 김광현은 제2의 류현진(LA 다저스)이었다. 한국 무대에서 같이 몸담았을 때, SK 김광현은 한화 류현진과 라이벌 구도를 이뤘고, 김광현의 슬라이더는 류현진의 체인지업과 비견됐다. 그러나 메이저리그 팀들은 김광현에게서 류현진의 잠재력보다 윤석민(볼티모어 마이너리그)의 그림자를 살핀 것 같다.
한 야구관계자는 “포스팅 금액이 낮은 것은 한마디로 김광현을 선발투수로 바라보지 않는다는 얘기”라고 정리했다. 김광현은 10월29일 기자회견에서 “보직은 관계없다. 불펜도 던지겠다”고 의욕을 밝혔다. 그러나 한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는 “김광현은 불펜 경험이 거의 없다. 게다가 부상 경력까지 안고 있다. 이런 점에서 메이저리그 구단들이 베팅하는데 리스크를 느꼈던 것 같다”고 해석했다.
● 타이밍도 성급했고, 트렌드도 무지했다
“SK가 포스팅 시기를 너무 빨리 잡았다”는 지적도 들린다. 11월1일 바로 공시했는데 메이저리그는 아직 윈터미팅(단장회의)조차 열리지 않은 시점이다. 수뇌부 교체로 어수선한 구단들도 많았다. 이런 분위기에서 아시아의 투수를 영입하기 위해 집중하기 쉽지 않은 여건이었지만 SK는 ‘김광현이 나오면 메이저리그 구단들이 무시하지 못할 것’이라는 일종의 낙관론을 깔고 있었다.
게다가 현재 포스팅 트렌드는 저가형 선수들이 늘어나는 추세다. 류현진, 다나카 마사히로(뉴욕 양키스)같은 거물 선수들에게 주목이 쏟아졌지만 실제 일본프로야구 케이스만 보더라도 저가의 포스팅 금액만으로 미국에 가는 케이스가 늘어나고 있다. 대표적인 선수가 캔자스시티의 아오키 노리치카다. 일본 프로야구 최고 교타자이지만 도전을 위해 돈에 구애 받지 않고 메이저리그 문을 열었다. ‘일단 들어간 뒤, 실력으로 인정받아서 몸값을 키우겠다’는 의도였던 것이다.
김광현은 입성하기도 전부터 혹독한 시련을 겪게 된 셈이다. 미국 현지에서 김광현을 둘러싼 최종 입찰액에 관한 루머조차 돌지 않는 것은 무관심의 정도를 짐작케 한다. 한 메이저리그 전문가는 “미국에서 언급조차 안 되는 사실은 입찰액이 터무니없이 낮다는 뜻일 것”이라고 풀이했다.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matsri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