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극기 앞에 부끄럽지 않았던 임기준의 역투

입력 2014-11-15 06: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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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대만 타이중 인터콘티넨탈 구장 1루 덕아웃 벽에는 대형 태극기가 붙었다. 이날 일본전을 맞는 21세 이하 대표팀의 결연한 자세가 고스란히 묻어났다.

21세 이하 세계선수권대회에서 한국은 악전고투를 거듭하고 있다. 프로 2군 선수들과 대학선발로 구성돼 ‘약체’라는 평가절하를 받고 있는 대표팀은 예선리그에서 대만에 졌을 뿐, 전승을 거뒀다, 경기를 거듭할수록 선수단 분위기는 올라갔고, ‘한번 해 보겠다’는 의욕으로 가득 차 있다. 그러나 대표팀이 결승에 가려면 14일 슈퍼라운드(본선리그) 일본전을 반드시 잡아야 했다. 예선리그에서 대만에 1-7로 졌기에 일본을 이겨야 결승 진출이 가능했다.

게다가 일본은 “9월 인천 아시안게임보다 훨씬 강하다”는 말을 들을 정도로 최정예 멤버로 꾸몄다. 올 시즌 니혼햄 1군에서 8승을 거둔 투수만 2명이고, 한신과 주니치에서 드래프트 1순위를 받은 투수들도 왔다고 한다. 14일 한국전 선발로 나선 우완 우와사와도 8승투수였다.

객관적 전력 상, 한국의 절대열세가 점쳐졌으나 그럴수록 선수단은 결연했다. 7일 대만 타이중에 와서 단 한번도 붙이지 않았던 태극기를 처음 꺼냈다. 코칭스태프도 “일본이 강하다고 해도 선수 몇 명만 빼면 우리랑 비슷한 수준”이라고 선수들을 독려했다. ‘명량해전에 나가는 이순신 장군 같은 심정이겠다’는 진담 반 농담 반 위로에 대표팀 이정훈 감독은 “붙어보는 거다”라고 이를 악물었다.

막상 뚜껑이 열리자 예상을 뒤엎고 초반 주도권을 한국이 가져왔다. 한국팀 에이스이자 유일한 좌완 선발인 임기준은 4회까지 노히트노런을 포함해 7이닝 동안 114구(5안타 6볼넷 5삼진)를 던지는 투혼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5회 불운의 연속안타로 1점을 내준 것이 아픔이었다.

결국 0-1로 패해 임기준은 패전투수가 됐으나 대만전(6.2이닝 133구 4실점)에 이어 일본전까지 역투하며 이번 대회 대표팀의 최대 성과로 떠올랐다. 생김새가 젊은 시절의 구대성을 쏙 빼닮은 임기준은 또 하나의 ‘좌완 일본킬러’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타이중(대만)|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matsri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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