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원수첩] FA 영입 2억달러 쓴 보스턴 “홀수 해 우승 올인”

입력 2014-12-01 06: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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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블로 산도발-핸리 라미레즈. ⓒGettyimages멀티비츠

산도발·라미레스 영입…타선 강화
존 레스터 등 선발투수 보강에 심혈

뉴욕 양키스가 1998년부터 3년 연속 우승을 차지한 이래 월드시리즈에서 2연패를 달성한 팀은 전무한 상태다. 2001년 이후 최다 우승 팀은 각각 3차례씩 정상에 오른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 보스턴 레드삭스 뿐이다.

하지만 두 팀의 행보는 크게 다른 양상을 보였다. 자이언츠가 2010년 이후 짝수 해에만 3차례 우승을 차지하며 새로운 왕조를 구축했다는 평가를 받은 반면 레드삭스는 최근 3년 사이 두 차례나 디비전 최하위에 머물렀다.

지난 2012년 레드삭스는 고작 69승밖에 올리지 못했다. 아메리칸리그에서 레드삭스보다 승률이 낮은 팀은 미네소타 트윈스가 유일했을 정도로 처참한 시즌을 보냈다. 그러나 레드삭스는 이듬해 97승을 따내며 디비전 우승을 차지했고, 플레이오프에서도 승승장구한 끝에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를 4승2패로 제압하고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다. 전년도 꼴찌 팀이 우승을 차지하는 기적을 만들어 낸 것이다.

그러나 월드시리즈 2연패를 노릴 만큼 탄탄한 전력을 구축했다는 평가와는 달리 레드삭스는 2014년 시즌 71승을 따내는데 그치며 또 다시 디비전 최하위로 추락했다. 디펜딩 챔피언이 디비전 최하위로 추락하는 수모를 당한 것.

이처럼 디비전 꼴찌와 우승을 번갈아 하는 롤러코스터 성적을 낸 레드삭스가 다시 한 번 ‘꼴찌의 반란’을 노리고 있다. FA(프리에이전트) 시장 최대어로 꼽히는 파블로 산도발과 핸리 라미레스를 모두 잡아 2년 만에 다시 정상을 탈환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드러냈다.

레드삭스가 두 선수에게 2억 달러에 가까운 돈을 투자한 이유는 간단하다. 공격력 보강이다. 마지막으로 우승을 차지했던 2013년 레드삭스는 정규시즌에서 853득점을 올렸다. 2위에 오른 디트로이트 타이거스보다 57득점이나 많았으며, 최하위였던 마이애미 말린스와 비교하면 337점이나 차이 났다. 그러나 불과 1년 만에 레드삭스의 득점은 634점으로 추락했다. 경기당 평균 5.26득점에서 3.9득점으로 크게 내려간 것이다.

두 선수의 가세로 레드삭스는 기존의 데이빗 오티스, 더스틴 페드로이아, 마이크 나폴리, 요에니스 세스페데스 등과 함께 초호화 타선을 구축할 수 있게 됐다.

레드삭스의 과감한 투자는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특히 선발투수 보강을 위해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지난 7월 오클랜드 어슬레틱스로 트레이드했던 존 레스터를 다시 영입하기 위해 치열한 물밑 작업을 펼치고 있다. 가장 강력한 경쟁 상대는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다.

라미레스가 좌익수로 전향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남아도는 외야 자원을 활용해 트레이드 카드로 적극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필라델피아 필리스의 콜 해멀스, 시애틀 매리너스의 이와쿠마 히사시, 신시내티 레즈의 조니 쿠에토 등 1∼2 선발급 투수를 노리고 있다.

정확하게 9년 만에 다시 레드삭스로 돌아 온 라미레스는 “꼴찌를 했다 다음 해 우승을 차지하는 것이 반복된다면 얼마든지 받아들일 수 있다. 2005년 트레이드로 팀을 떠난 후 레드삭스가 두 차례 우승을 차지했는데 이번에는 내가 팀의 우승을 이끌고 싶다”고 소감을 밝혔다.

오티스가 은퇴하게 되면 그의 뒤를 이어 지명타자를 맡게 될 것으로 예상되는 산도발도 “자이언츠에서 3번이나 우승을 차지하며 좋은 추억을 쌓았지만 새로운 도전을 하고 싶었다. 레드삭스가 정상을 차지하는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결의를 다졌다.

자이언츠의 짝수 해 우승 징크스에 이어 홀수 해 우승 징크스를 새롭게 만들기 위한 레드삭스 구단의 거침없는 행보가 어떤 결과로 빚어질 지 궁금하다.

손건영 스포츠동아 미국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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