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여주인공 신인급 파격 캐스팅 왜?

입력 2014-12-01 06:5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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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진희·임지연·고성희 (왼쪽부터). 동아닷컴DB

제작단계부터 시청률·해외 판매 등 고려
한류 파급력 큰 男스타에 무게중심 쏠려
女톱스타들도 비중 약해진 캐릭터 기피
여배우 원톱 드라마 시청률 저조도 한몫


신인 여배우를 주인공으로 기용하는 드라마가 늘고 있다.

새로운 얼굴을 통해 신선한 분위기를 더하겠다는 제작진의 의도이지만 그 이면에는 또 다른 ‘속내’가 있다. 드라마 성공을 위해 남자 주인공에 더욱 공을 들이는 제작 분위기 탓이다.

현재 방송 중인 MBC 월화드라마 ‘오만과 편견’의 백진희와 내년 1월 방송 예정인 MBC 수목드라마 ‘킬미, 힐미’의 임지연, KBS 2TV 금요드라마 ‘스파이’의 고성희는 모두 파격적인 캐스팅이란 평가를 받으며 여주인공 자리를 차지했다.

특히 임지연은 5월 개봉한 영화 ‘인간중독’으로 처음 연기를 시작한 신예다. 드라마 출연 경험도 없다. 고성희 역시 올해 2월 방송한 ‘미스코리아’가 첫 드라마 출연작이다. 실력을 떠나 인지도나 경험 면에서 시청자에게 생소한 이들이 여주인공으로 잇따라 발탁되면서 그 배경에도 관심이 쏠린다.


사실 신인들의 파격 캐스팅에는 드라마 제작을 둘러싼 보이지 않는 역학관계가 존재한다는 시선이 많다.

최근 드라마 제작진이 가장 주력하는 부분은 해외 판매다. 한류 시장을 고려해야하는 드라마로서는 해외에서 파급력이 강한 스타들을 찾게 되고, 영향력 있는 한류스타가 대부분 남자 배우인 상황에서 제작진의 눈은 이들에게 집중될 수밖에 없다. 상대적으로 여성 캐릭터의 비중이 약해지는 환경이다. 실제로 임지연과 고성희가 참여하는 ‘킬미, 힐미’와 ‘스파이’의 주인공은 각각 이승기와 김재중이다. 이들은 손꼽히는 한류 톱스타로 국내 시청률은 물론 드라마의 해외 판매에도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한다.

이에 힘입어 두 배우가 드라마서 차지하는 비중도 상당하다. 이승기는 일곱 개의 인격을 가진 인물을 맡았고, 김재중은 북한 사회를 파헤치는 천재 분석가 역으로 드라마를 이끈다. 반면 이들의 상대역인 임지연과 고성희는 각각 연인 관계나 조력자에 불과한 역할이다.

더욱이 남자 위주의 이야기가 많다보니 최근 드라마에서 중량감 있는 여배우를 찾기도 쉽지 않다. 한 드라마 관계자는 “캐스팅에서 남녀 주인공 비중의 밸런스가 중요하다”며 “남자 캐릭터 위주의 작품일 경우 인지도 있는 스타 여배우의 캐스팅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밝혔다.

한편으론 몸 값 높은 여배우들이 주연한 드라마가 저조한 시청률에 그친 점도 신인 기용 움직임을 부추긴다. 최근 김태희와 고현정, 최지우 등이 원톱 주연으로 출연했던 드라마들이 대부분 시청률 10%를 넘지 못했다.

백솔미 기자 bsm@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bsm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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