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건영의 ML 단장 열전] 마틴·도널드슨 품은 앤소폴로스 단장 ‘신의 한 수’ 될까?

입력 2014-12-04 06: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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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토론토 알렉스 앤소폴로스 단장

몇 수 앞을 내다보는 트레이드의 귀재
올해 토론토 부진한 성적 불구 재신임
마틴·도널드슨 영입으로 전력 극대화
내년 PS 도전 ‘마지막 퍼즐’은 선발진

아메리칸리그 동부지구에 속해 있는 토론토 블루제이스는 1992∼1993년 월드시리즈 2연패를 달성한 후 21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다. 올 시즌 7월까지만 해도 지구 1위 볼티모어 오리올스를 1.5경기차로 추격하며 지구 선두권을 형성했지만 정규시즌을 마쳤을 때는 13경기 차까지 벌어져 팬들에게 또 다시 실망을 안겼다. 토론토의 알렉스 앤소폴로스 단장(37)은 시즌 후 해임될 것이라는 전망과는 달리 폴 비스턴 사장의 재신임을 얻어 내년 시즌에도 블루제이스를 이끈다. 그리스 혈통의 캐나다인인 앤소폴로스 단장은 오프 시즌 동안 FA(프리에이전트) 포수 러셀 마틴과 계약을 체결했고, 슬러거 3루수 조시 도널드슨을 트레이드로 영입하며 전력을 크게 보강해 정상 정복에 대한 야망을 드러냈다.


● 침묵의 암살자

1977년 5월 25일 몬트리올에서 태어난 앤소폴로스 단장은 맥매스터 대학에서 경제학을 전공했다. 그의 첫 직장은 몬트리올 엑스포스였다. 2003년 블루제이스로 옮긴 그는 스카우트 코디네이터와 부단장을 역임했다. 단장으로 초고속 승진한 것은 2009년으로 당시 그의 나이는 32세에 불과했다.

팬들은 그를 ‘침묵의 암살자(Silent Assassin)’라 부른다. 자신의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열정적으로 일하고, 다른 단장이나 에이전트를 상대로 탁월한 협상 능력을 발휘해 소리 소문 없이 빅딜을 성사시켜 붙여진 닉네임이다. 최근 그의 진가가 다시 확인된 것은 마틴의 영입전이었다. 대부분 언론들은 마틴이 시카고 컵스와 FA 계약을 체결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4년 6500만 달러라는 구체적인 금액까지 나왔지만 최종 승자는 블루제이스였다. 고향팀이라는 프리미엄에 5년 8500만 달러를 베팅한 앤소폴로스 단장의 승부수가 통한 것이다.


● 로이 할러데이 트레이드

단장에 부임하자마자 그가 단행한 첫 번째 대형 트레이드는 에이스 로이 할러데이를 필라델피아 필리스로 보내는 대신 카일 드래벡, 마이클 테일러, 트래비스 다노를 영입한 것이었다. 팬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2009년 17승10패(방어율 2.79)를 기록한 할러데이를 이적시킬 줄은 상상조차 하기 힘든 것이었기 때문이다. 겉으로는 리빌딩을 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실상은 달랐다. 필리스에서 영입한 테일러를 오클랜드 어슬레틱스로 보내는 대신 브렛 월러스를 받아 들였다. 그리고 이듬해 7월에는 다시 월러스를 휴스턴 애스트로스로 보내면서 중견수 유망주 앤서니 고스를 끌어들이는 데 성공했다. 마치 장기를 두듯 몇 수 앞까지 내다본 트레이드를 단행한 것이다. 2010년 블루제이스는 85승을 거둬 전년보다 10승이나 더 많은 승리를 따냈다. 구단 신기록인 54개의 홈런을 친 호세 바티스타를 비롯해 총 257개의 팀 홈런을 기록하며 ‘대포 군단’의 입지를 다졌다.


● 신의 한 수

팀 전력에 도움이 되는 기량이 뛰어난 선수를 영입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고비용 저효율의 선수를 처분하는 것도 단장의 중요한 임무 중 하나다. 그런 면에서 앤소폴로스 단장은 그 어느 누구보다 탁월한 능력을 지녔다.

2011년 1월 단행한 블루제이스 프랜차이즈 스타였던 버논 웰스의 트레이드는 ‘신의 한 수’라 불려도 손색이 없다. 당시 웰스는 4년 동안 무려 8600만 달러의 연봉이 남아있어 트레이드가 불가능한 선수로 여겨졌다. 그러나 앤소폴로스 단장은 웰스를 LA 에인절스로 떠넘기며 공격형 포수 마이크 나폴리와 베테랑 외야수 후안 리베라를 받아들였다. 그리고 트레이드가 단행되자마자 나폴리를 텍사스 레인저스로, 리베라를 LA 다저스로 이적시켰다. 에인절스로 이적한 후 웰스는 급격한 기량 쇠퇴를 보였고, 2013년을 끝으로 메이저리그 무대에서 완전히 사라져 앤소폴로스 단장의 선견지명이 꽃을 피운 셈이 됐다.


● 파이어 세일

지난 2012년 시즌을 마치고 야구팬들을 깜짝 놀라게 만든 트레이드가 발표됐다. 11월 14일 마이애미 말린스가 재정적 압박에서 벗어나기 위해 ‘파이어 세일’을 단행한 것이다. 그 상대는 바로 블루제이스였다. 유격수 호세 레예스, 투수 마크 벌리, 조시 존슨, 포수 존 벅, 유틸리티맨 에밀리오 보니파시오를 영입하면서 연봉의 일부도 보전 받는 조건이었다. 반면 블루제이스가 내준 선수는 유격수 유넬 에스코바르, 투수 헨더슨 알바레스, 포수 제프 매티스였다. 그로부터 3일 후 앤포폴로스 단장은 멜키 카브레라를 2년 1600만 달러의 조건에 영입했다. 비록 약물 복용 사실이 들통 났지만 출장정지를 당하기 전까지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소속이던 카브레라는 내셔널리그 타격 1위를 달리던 선수였다. 한 달 뒤에는 너클볼을 앞세워 뉴욕 메츠에서 사이영상을 받은 RA 디키를 FA로 끌어들이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2013년 시즌 우승후보라는 평가와는 달리 블루제이스는 74승에 그치며 지구 최하위를 면치 못했다.


● 마지막 도전

감독 못지않게 단장의 운명도 성적에 따라 크게 좌우된다. 2014시즌을 마친 후 2년 연속 포스트시즌에서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에게 덜미를 잡힌 다저스가 돈 매팅리 감독을 해임시키지 않는 대신 네드 콜레티 단장을 일선에서 물러나게 만든 것이 대표적인 예다. 구단의 아낌없는 지원에도 불구하고 2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지만 다시 신임을 받은 앤소폴로스 단장은 내년 시즌이 마지막이라는 각오로 팀 전력을 극대화하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마틴의 영입으로 풀타임 포수를 확보했고, 도널드슨의 가세로 기존의 바티스타, 에드윈 엔카르나시온과 함께 메이저리그 최강의 클린업 트리오를 보유하게 됐다. 호세 레예스가 이끄는 테이블 세터진도 뛰어나다. 문제는 투수진이다. 올해 10승대 투수를 5명 배출하기는 했지만 40세인 디키가 215.2이닝, 36세인 벌리가 202이닝을 소화했다. 팀 방어율도 4.00으로 30개 구단 가운데 22위에 그쳤다. 아메리칸리그 승률 1위 볼티모어 오리올스를 비롯해 전통의 강호 뉴욕 양키스와 보스턴 레드삭스의 틈바구니에서 플레이오프에 진출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과연 앤소폴로스 단장은 최장 기간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한 치욕을 씻을 수 있을까. 그의 마지막 도전이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궁금하다.

손건영 스포츠동아 미국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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