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러’ 송지나 작가, ‘모래시계’ 세대 비판으로 전성기 맞을까 (종합)

입력 2014-12-04 16: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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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에서 방송한 '모래시계'는 한국 드라마사에 그저 한 귀퉁이 정도를 차지하는 작품이 아니다. 암울했던 시대 상황을 배경으로 풀어낸 청춘 남녀의 비극적인 멜로와 선 굵은 남자들의 이야기는 이 드라마를 '귀가시계'라는 애칭으로 불리게 했다.

이같은 대서사시를 집필한 송지나 작가가 지창욱-박민영을 비롯한 젊은 배우는 물론 유지태, 도지원, 박상민 등과 같은 안정적인 연기력을 자랑하는 배우들과 함께 돌아왔다. 물론 2014년 현재를 배경으로 한 만큼 이야기의 줄기도 달라졌다.

가장 달라진 부분은 액션이다. '모래시계'에서 각목과 주먹으로 말하던 주인공의 액션은 지창욱을 통해 좀 더 스마트하게 변했다. 웨어러블 기기와 해킹을 이용해 온갖 문제를 해결하는 힐러 지창욱의 모습은 '모래시계' 속에서 몸뚱이 하나로 승부하던 최민수와는 전혀 다르다.

여기에 박민영 역시 송지나 작가가 보여준 다른 작품 속 여자 주인공들과 180도 달라진 양상을 보여준다. 남자 주인공의 도움만 받고 사회에 실컷 당한 후 변화해 가는 여자 주인공이 아닌 처음부터 똘끼와 발랄함으로 무장해 '민폐 여주'로 전락할 위험성을 처음부터 배제하고 있다.


'코믹 액션 로맨스 활극'이라는 꽤 요상한 장르를 표방하고 있지만 송지나 작가의 작품답게 시대가 만들어 낸 문제의식도 어김없이 첨가된다. 1992년도 어떤 특정한 계기로 촉발된 사건이 2014년 현재로까지 이어진다는 설정과 사회의 어두운 이면을 파헤치는 기자를 소재로 한 것 자체부터가 이 드라마가 단순히 높은 시청률만을 노리고 제작된 트렌디 드라마는 아님을 보여주고 있다.

'힐러'를 설명하는 브로슈어에는 이 드라마가 '모래시계' 세대의 자녀들의 이야기임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 '모래시계' 속 청운의 꿈을 품고 있던 젊은이들이 기성 세대가 되고 그 다음 세대가 주축이 된 이야기라는 의미다.

결국 송지나 작가는 '힐러'를 통해 '모래시계' 세대가 만든 부조리한 사회와 맞서는 다음 세대의 이야기를 전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일종의 통렬한 자기 부정이다. 그는 2014년에 '모래시계' 세대 비판으로 시청자들의 공감을 이끌어 낼 수 있을까.

동아닷컴 곽현수 기자 abroa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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