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루키 오창현 ‘DNA부터 다르다’

입력 2014-12-11 06: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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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선발선수로 포항 유니폼을 입은 오창현(가운데)과 그의 아버지인 사격대표팀 오금표 코치(오른쪽), 어머니 윤선희 씨가 9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5 K리그 신인 드래프트’ 현장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클레이사격대표선수 출신인 오 코치는 2008년부터 대표팀에서 명사수들을 조련해왔다. 사진제공|오금표 코치

■ 오창현 알고보니 ‘스포츠 패밀리’

아버지 오금표 씨 현재 사격대표팀 코치
어머니 윤선희 씨 배드민턴 실업팀 출신
종목은 달라도 부모님 정신적 충고 큰힘
“태극마크 달아 부자동반 대표팀 활약 꿈”

한국프로축구연맹은 11월 자유선발선수(계약기간 5년·연봉 3600만원) 29명의 명단을 공시했다. 이 중 포항 스틸러스의 선택을 받은 오창현(21·단국대)은 ‘스포츠 패밀리’의 일원이다. 그의 아버지 오금표(제천시청) 씨는 현재 사격대표팀 코치이고, 어머니 윤선희(이상 48) 씨는 실업팀에서 활약한 배드민턴선수 출신이다. 부모의 운동신경을 물려받은 오창현은 유소년대표팀을 거치며 일찌감치 유망주로 인정받았다. 올해도 21세 이하(U-21) 대표로 선발돼 툴롱컵 등에 출전해 두각을 나타냈다. 왼발잡이 중앙미드필더로, 특히 패스와 슈팅에 강점이 있다는 평가다. 이들 가족은 9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5 K리그 신인 드래프트’ 현장에서 환한 미소로 기념사진을 찍었다.


● 클레이사격 터줏대감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운동 DNA

오금표 코치는 1989년 클레이사격대표팀에 선발된 이후 10년간 대표선수로 활약했다. 1994히로시마아시안게임에도 출전했다. 지도자로서도 능력을 인정받았다. 2008베이징올림픽을 시작으로 2010광저우아시안게임, 2012런던올림픽, 2014인천아시안게임 등에서 사격대표팀 코치로 힘을 보탰다. 현재도 진천선수촌에서 선수들을 조련하고 있다. 오 코치는 “외아들만큼은 운동을 시키고 싶지 않았다”고 밝혔다. 선수의 길이 얼마나 힘든지를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이다. 그러나 피를 속일 순 없었다. 아들은 어린 시절부터 몸을 움직이지 않으면 못 배기는 성격이었다. 결국 아버지가 두 손을 들었다. 초등학교 4학년 여름방학이 시작되던 날 축구부가 있는 덕성초등학교로 전학을 보냈다.


● 아버지의 가르침 “축구든, 사격이든 중요한 것은 근성”

탄탄대로를 달리던 아들에게 시련이 닥친 것은 부경고등학교 진학 이후였다. 부상과 재활, 공백기로 인해 점점 지쳐갔다. 운동을 그만둘 생각까지 했던 시점이다. 이때 운동선수 출신 아버지는 큰 힘이 됐다. “사격과 축구는 사실 다른 점이 많은 운동이죠. 하나는 정적이고, 하나는 동적이고…. 하지만 모든 스포츠에는 통하는 점이 있어요. 바로 근성입니다. 그래야 위기가 왔을 때 벗어날 수 있거든요. 아들에게도 이런 정신적 부분에 대한 조언을 많이 해줬어요. 지금도 종종 고맙다는 얘길 합니다.(웃음)” 결국 축구선수의 길을 이어간 아들은 바늘구멍보다 더 좁다는 프로의 취업문을 뚫었다.


● 전국체전 부자 금메달리스트, ‘부자 동반 태극마크’가 꿈!

10∼11월 열린 제95회 전국체전에서 이들 부자는 화제를 모았다. 제천시청 소속으로 충북을 대표해 출전한 오 코치는 남자 일반부 트랩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뒤 개인전에서도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아직까지 선수로서도 녹슬지 않은 실력을 과시한 것이다. 오창현도 단국대(충남) 소속으로 활약하며 남대부 정상 등극에 힘을 보탰다. 이로써 전국체전 부자 금메달리스트가 탄생했다. 아버지의 남은 바람은 아들과 함께 태극마크를 다는 것이다. 오 코치는 “아직은 모든 것이 조심스럽다. 우선 프로에서 잘 적응해줬으면 좋겠다. 포항이 강팀이니 팀에서 인정을 받는다면 대표선수로서도 기회가 있지 않겠나. 그것이 모든 운동선수의 꿈이자, 아버지의 희망사항”이라며 미소를 지었다. 이제 오창현은 프로라는 정글에 첫발을 내디뎠다. 과연 이들 부자는 ‘가문의 영광’을 누릴 수 있을까.

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setupman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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