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효봉의 더 인터뷰] 유희관 “내년 우승 무기는 포크볼”

입력 2014-12-24 06: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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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유희관은 2년 연속 두 자릿수 승리를 따낸 두산 최초의 왼손 선발투수다. 올해 6월과 7월에 부진한 게 가장 아쉽다는 그는 내년 목표를 13승으로 정했다. 스포츠동아DB

올시즌 토종 최다 177이닝·12승엔 만족
6∼7월 10경기서 1승…야구 다시 생각
피홈런 21개로 많았다…제구 더 다듬어야
로테이션 잘 지켜 내년엔 13승은 해야죠
장원준선배와 ‘왼손 10승듀오’도 새 목표

두산 유희관(28)은 팀에 보물 같은 투수다. 2년 연속 두 자릿수 승리를 따낸 두산 최초의 왼손 선발투수다. 유희관은 올 시즌 30경기에 선발로 등판했다. 177.1이닝을 던지면서 12승을 따냈다. 국내 선발투수 가운데 가장 많은 경기에 나섰고, 가장 많은 이닝을 소화했다. 실질적인 선발 풀타임 첫 시즌에 자신의 가치를 확실하게 보여줬다. 힘든 시간도 있었다.

6월과 7월 두 달 동안 10경기에 나가 1승밖에 거두지 못했다. “두 달의 부진이 야구를 다시 생각하는 계기가 됐다”고 했다. 유희관은 내년 목표를 13승으로 정했다. 장원준과 함께 팀 역사상 최초의 왼손 10승 듀오가 되겠다는 꿈도 밝혔다.


● 30경기 선발등판…토종 최다 177이닝소화


-반갑다. 올해가 저물어간다. 뒤돌아보면 올 시즌 어땠나?

“다사다난했죠. 많은 것을 배우고 많은 것을 느꼈습니다. 좋은 시간도 있었고 힘든 시간도 있었고….”


-12승을 했다. 성적은 만족하나?

“네. 저의 올 시즌을 부진했다고 평가하시는 분들도 계시더라고요. 하지만 저는 잘했다고 생각합니다.”


-잘했다는 의미는?

“제 자신이 아직 검증된 투수가 아니잖아요. 지난해 10승을 했지만, 그래서 기대치가 높아졌지만, 겨우 1년 10승 한 거였잖아요. 그런 투수가 올해 12승 하고, 177이닝 던졌으면 잘한 거 아닌가요?”


-30경기 선발등판해서 177이닝 던진 건 대단한 거지.

“시즌 시작할 때 제가 목표로 삼은 건 선발로테이션 사수였어요. 몇 승 한다, 이런 걸 장담할 수준은 아니고…. 대신 ‘로테이션은 절대 빼먹지 않는다’였죠.”


-결국 그 목표는 해냈다.

“30경기 선발등판은 31경기에 나간 옥스프링(전 롯데·현 kt), 밴 헤켄(넥센) 다음이고요. 177이닝은 국내 투수 가운데 최다죠. 저는 그 부분에서 저에게 잘했다고 말해주고 싶어요.”


-사실 선발투수의 가치는 이닝에 있다. 그런 점에서 30경기 등판, 177이닝은 칭찬받기에 충분한 성적이다. 유희관이 부진했다고 말하는 사람들은 6∼7월 성적 때문이 아닐까?

“그렇죠. 두 달 동안 10경기에 나가 1승밖에 못했죠. 그때 제가 좀 잘했으면 15승도 하고 팀도 4강에 갔을 수도 있겠죠.”


-근데 왜 그렇게 그때는 안 좋았던 거야?

“글쎄요. 참 많이 맞았어요. 공도 높게 가고, 제구도 잘 안되고…. 그래도 두 달간의 부진이 저에게는 큰 도움이 됐어요. ‘성공 이상의 실패’였죠.”


-성공 이상의 실패?

“네. 운동을 좀더 열심히 하는 계기가 됐어요. 평소보다 러닝도 많이 했고, 분석도 하게 되고…. 사실 시즌 초반 굉장히 스타트가 좋았어요. 두 달 동안 6승을 했죠. 자신감을 지나서 좀 자만한 것 같아요. 좀더 연구하고 준비했어야 했는데 쉽게 생각한 부분이 있었어요.”


-두 달 동안 6승 하다가 두 달 동안 1승 했으니까 힘들었겠다.

“잘 될 때는 야구가 참 쉬워요. 하지만 항상 잘 되는 선수는 없죠. 야구가 어렵다는 걸 새삼 느꼈고, 잠깐이지만 야구를 쉽게 생각한 저 자신을 반성하게 됐죠.”


● 피홈런 21개…제구력이 흔들렸다


-지난해는 방어율이 3.53였는데, 올해는 4.42다. 타고투저 시즌의 영향을 좀 느꼈나?

“전체적으로는 분명 타고투저인데…. 책임은 투수에게 있죠. 결국 투수가 좋은 공을 못 던지고 실투를 많이 한다는 거니까요.”


-유희관도 실투가 많았나?

“올해 제구력이 좋은 편은 아니었어요. 밴 헤켄을 보면 새삼 느껴요. 공도 좋지만 실투가 없죠. 그러니까 20승을 하나 봐요.”


-유희관은 제구력으로 먹고사는 투수 아닌가?

“맞아요. 제 볼스피드에 제구력 없으면 못 버티죠. 근데 지금보다 더 정교해지지 않으면 갈수록 힘들어질 게 뻔하잖아요. 어정쩡하게 좋은 정도로는 안돼요.”


-피홈런이 21개다. 역시 제구력인가?

“30경기에 나갔는데 16경기에서 홈런을 맞았어요. 홈런 맞은 공은 대부분 실투죠. 잘 던졌는데 맞은 홈런은 몇 개 없어요. 무심코 던지다가 맞고, 생각보다 높게 던져서 맞고…. 홈런이 다 그렇죠.”


-올해 가장 잘 던진 경기와 가장 안 좋았던 경기를 꼽는다면?

“둘 다 삼성전인데 완봉하려다가 나바로에게 홈런 맞은 경기요. 4월 15일인데 9회 2아웃까지 1안타 완봉으로 갔었죠. 그날이 정말 좋았고…. 5월 9일 삼성전에서는 홈런을 4개(박석민 2개, 나바로 1개, 최형우 1개)나 맞고 8실점했어요. 야구하고 가장 많은 홈런에 가장 많은 실점을 했죠.”


-올해는 7실점 이상 경기가 무려 4차례나 된다.

“선발투수는 자신과의 싸움이 중요해요. 대량실점한 경기를 돌아보면 대부분 제 생각만 했기 때문이에요. 컨디션이 좋든 나쁘든. 뜻대로 되든 안 되든, 모든 순간에 최선을 다해야 되는데 그게 안 되는 거죠. 저만 생각하는 거예요. 팀을 생각하면 공 하나하나 대충 던질 수는 없거든요. 그런 점에서 니퍼트는 참 존경스러운 투수예요.”


● “내년에는 포크볼로 좌타자 잡겠다”


-내년에는 투구패턴에 변화가 있나?

“포크볼을 쓰려고요. 올해 던질까 생각도 했는데 좀더 확실하게 준비한 다음에 던지려고 아꼈어요.”


-직구, 싱커, 슬라이더, 커브에 포크볼까지?

“제가 우타자보다 좌타자에게 더 약한 편이에요. 우타자에게는 바깥쪽 싱커가 있어 편한데, 좌타자에게는 떨어지는 결정구가 없었거든요. 포크볼로 좌타자를 잡을 거예요.”


-해마다 하는 소리인데 직구 스피드는 향상될 가능성이 없나?

“비슷할 것 같아요. 제가 3년째 다음 시즌을 준비하는 방법이 똑같거든요. 제 직구는 무브먼트와 제구력이 동반될 때 133km(시속)가 타자 눈에 143km가 되거든요. 남들보다 앞으로 나오는 릴리스포인트가 중요하죠. 투구 밸런스 유지와 하체 강화에 신경 쓰고 있습니다.”


-내년 목표는?

“최우선은 우승 도전이죠. 개인적으로는 올해처럼 로테이션을 잘 지키는 투수가 되는 거죠.”


-2년 연속 10승을 한 최초의 왼손투수다. 내년에는 3년 연속 10승?

“선발투수라면 두 자릿수 승리는 당연한 목표죠. 올해보다 더 잘하고 싶고요. 13승? 그 정도는 하고 싶습니다.”


-장원준이 왔다. 평소 잘 아는 사이인가?

“네. 원준이 형이랑 친해요. 풀타임을 원준이 형이랑 함께 뛴다고 하니까 설레기도 하고요. 내년에는 두산에서 왼손 10승 투수 두 명이 동시에 나오도록 위원님도 응원 많이 해주세요.”

스포츠동아 해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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