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호. 스포츠동아DB
간판스타부터 확실한 연봉 대우 눈길
넥센은 성탄절인 25일 4번타자 박병호(28)와의 연봉 계약을 발표했다. 기존 연봉 5억원에서 2억원이 더 오른 7억원. 올해 50홈런을 때려낸 현역 최고의 4번타자에게 확실한 ‘크리스마스 선물’을 줬다. 박병호는 지난 2년간 정규시즌 최우수선수(MVP)에 올랐고, 올해도 MVP에 버금가는 활약을 펼쳤다. 3년 사이 몸값이 6억3800만원 올랐다.
넥센에게는 이 모든 게 ‘당연한 일’이다. 좋은 성적을 낸 선수에게는 확실한 보상을 해주고, 계약 이후에는 뜸들일 필요 없이 당당하게 발표한다. 넥센이 발표를 미룬다면 이유는 단 하나. 더 좋은 시기에 더 아름다운 모양새로 공개하기 위해서다. 박병호의 ‘크리스마스 희소식’이 바로 그렇다.
놀라운 변화다. 한때 넥센은 천덕꾸러기로 여겨졌다. 대기업들이 거액을 투자해 이끌어 온 프로야구계에서 ‘자립형 야구 기업’의 등장은 곱지 않은 시선을 받아야 했다. 실제로 초기에는 자금난에 시달리다 간판선수들을 다른 팀으로 보내는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의 넥센은 완전히 다른 팀이다. 연봉 계약을 이미 해놓고도 다른 선수들과의 계약에 영향을 미칠까 눈치를 보며 발표를 미루는 다른 구단들과 다르다. 오히려 연봉 인상 요인이 큰 간판스타들과의 계약부터 먼저 처리한다. 지난해 연봉 발표가 강정호∼손승락∼박병호 순이었다면, 올해는 서건창∼유한준∼손승락∼한현희·조상우에 이어 박병호의 연봉이 공개됐다. 타이밍도 철저하게 계산한다. 서건창은 골든글러브 시상식, 박병호는 크리스마스에 발표해 스토리까지 덧입혔다. 선수들은 야구를 잘 하면 어떤 대우를 받을 수 있는지 하나씩 알아간다.
프로는 몸값으로 가치를 인정받는다. 넥센은 소속 선수들을 진짜 ‘프로’로 여기는 듯하다. 거액의 FA 계약에서만 멀리 떨어져 있을 뿐, 넥센은 이제 명실상부 스토브리그를 선도하는 구단이다.
배영은 기자 yeb@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goodgo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