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그맨 오지환 “인간 유재석의 실체를 폭로한다”

입력 2014-12-30 19: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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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재석, 사진|동아닷컴DB

개그맨 오지환이 유재석에 대해 쓴 글이 화제를 모으고 있다.

오지환은 30일 유명 커뮤니티 게시판에 "현직 개그맨으로서 '인간 유재석'의 실체를 폭로합니다"라는 장문의 글을 게재했다.

이글을 통해 오지환은 "MBC 공채 20기 개그맨 오지환이다. 신분을 밝히는 이유는 이름을 걸고 한치의 거짓도 하지 않겠다는 다짐 때문이다"라고 글을 시작했다.

이어 그는 "2014년 여름 엘리베이터에서 '무한도전' 선배님들을 만났다"라며 "내가 개그맨인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후배랍시고 인사를 하면 서로 어색해질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지만 눈 딱 감고 인사했다. 생각과는 다르게 무도 선배님들이 따뜻하게 인사를 받아주었고 유재석은 '개그맨 생활 힘들죠?'라고 먼저 말을 걸어줬다"라고 밝혔다.

또한 유재석이 "이 바닥은(연예계) 잘하는 사람이 뜨는게 아니라 버티는 사람이 뜨는거다. 힘들어도 개그 포기하지말고 버텨라"라고 조언해줬다는 오지환은 그덕분에 마음을 다잡고 개그에 몰두하게 됐다고 밝혔다.

뿐만 아니라 그는 장례식장 내부에서 누군가 자신의 사진을 찍자 유족에 폐가 되지않게 하기 위해 밖에 나가서 다시 찍어주겠다고 한 일화, 2014 MBC 방송연예대상에서 MBC 코미디프로그램의 부활을 부탁한 일화 등을 적으며 그의 인간 됨됨이를 극찬했다.

끝으로 오지환은 "많은 후배들이 선배님을 롤모델로 삼지만 '국민MC 유재석'이 아닌 '인간 유재석'으로 롤모델을 삼는다는 걸 알아줬으면 좋겠다"라고 덧붙였다.

▲이하 전문

현직 개그맨으로서 '인간 유재석'의 실체를 폭로합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MBC 공채 20기 개그맨 오지환입니다. 이 글을 쓰며 제 신분을 밝히는 이유는 제 이름을 걸고 한치의 거짓도 하지 않겠다는 다짐 때문입니다.

그럼 지금부터 '인간 유재석' 실체를 폭로해볼까합니다.

1. 2014년 여름. 엘리베이터 사건

유난히 더웠던 2014년 여름.

저는 신인이였기에 코너 검사 때 쓰이는 소품들과 의상들을 잔뜩 옮기며 엘리베이터에 탔습니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저는 그 자리에서 굳어버렸습니다.

왜냐하면 '무한도전' 선배님들이 타고 있었기 때문이죠. 말이 선배님이지 저에겐 그저 연예인일뿐이고 그 분들은 제가 개그맨인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후배랍시고 인사를 하면 서로 어색해질수도 있겠다고 생각이 들었지만 눈 딱 감고 인사했습니다.

제 생각과는 다르게 모든 무도 선배님들이 따뜻하게 인사를 받아주셨습니다. 그리고는 유재석 선배님께서 "개그맨 생활 힘들죠?" 이렇게 먼저 말을 걸어주셨습니다. 그땐 정말 심장이 터지는 줄 알았습니다.

"아...아닙니다! 즐... 즐겁습니다!!!" 말까지 더듬으며 당황한 저에게 이렇게 말씀해주시더군요. "이 바닥은(연예계) 잘하는 사람이 뜨는게 아니라 버티는 사람이 뜨는거에요. 힘들어도 개그 포기하지말고 버티세요."

그때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내리셨습니다.

그 당시 저는 개그맨으로서 능력이 부족하다고 느끼며 개그를 포기할까 진지하게 고민했던 시기였습니다.

그런 시기에 이렇게 조언을 해주셔서

다시 마음잡고 개그에 몰두하게 되었습니다.

2. 장례식장 사건

이번에는 조금 무거운 얘기기에 조심스럽게 적어봅니다.

개그맨들은 의리가 있어서 방송사가 달라도 경조사에 참여합니다. 유재석 선배님도 마찬가지고요.

확실하진 않지만 유재석 선배님은 한달 경조사비만 1000만원을 쓴다던 기사가 생각납니다. 그만큼 많이 참석한다는 얘기겠죠.

아무튼 그 날 장례식장에도 유재석 선배님이 조문하러 오셨습니다.

아시는 얘기겠지만 유재석 선배님은 1991년에 데뷔를 했습니다. 엄청난 대선배죠. 당연히 많은 후배 개그맨들이 인사를 하려고 했지만 먼저 인사하지 마라고 하시더군요.

아마도 엄숙한 분위기에서 인사하는건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하셨나봅니다. 그렇게 조용하고 엄숙한 분위기에서 휴대폰 카메라 셔터음이 들렸습니다.

상조회사에서 일하시는 한 아주머니가 '연예인 유재석'을 찍은거였죠. 그러자 유재석 선배님은 "여기서 사진을 찍는건 고인과 유가족분들에게 큰 실례가 되는거 같습니다. 밖에 나가서 찍어드릴테니 죄송하지만 그 사진은 삭제해 주셨으면 합니다."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방송에서 듣던 높고 힘찬 진행 목소리가 아닌 낮지만 진심이 담긴 목소리였습니다.

그 아주머니는 죄송하다며 사진을 지웠고 유재석 선배님은 유가족분들에게 진심으로 조문을 하고 자리에서 일어났습니다.

그렇게 가시는 줄 알았는데 부조금 받는 일을 손수 하시더라고요.

많은 스케줄로 피곤할텐데 끝까지 진심으로 조문을 하는 모습을 보며 그때 느꼈습니다. '아... 이 사람은 카메라 앞에서만 착하게 행동하는게 아니라 그냥 사람 자체가 착하구나...'

3. 2014 MBC 방송연예대상 사건

어제 2014 MBC 방송연예대상이 열렸습니다. 연예대상은 모든 예능인들의 축제죠.

하지만 저희 MBC 코미디언은 그 축제를 함께 즐기지 못했습니다.

저조한 시청률로 인하여 코미디 프로그램이 폐지 되었기 때문이죠. 프로그램 폐지 때문에 일 자리를 잃은 저는 현재 아르바이트를 하며 생계를 이어나가고 있습니다.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깨달은 건 몸이 힘든 것 보다 마음이 힘든게 더 힘들다는 걸 느꼈습니다.

왜냐하면 제가 하고 싶은건 아르바이트가 아닌 코미디이기에 더 힘든거겠죠. 아르바이트가 끝나고 지친 몸과 마음을 이끌고 연예대상 현장이 아닌 집에서 TV로 연예대상을 시청했습니다.

기뻐하고 즐거워하는 예능인분들을 보며 축하가 아닌 시샘을 하던 저의 모습을 보며 제 자신에게 한심해 하고 있을 때 영예의 대상으로 유재석 선배님이 뽑혔습니다.

유머있게 때로는 진지하게 수상소감을 말씀하셨는데 저를 비롯한 MBC 코미디언들의 가슴 속 깊이 자리 잡게한 말은 "우리 예능의 뿌리는 코미디라고 생각합니다. 아쉽게도 오늘은 동료들, 후배들이 이 자리에 함께하지 못했습니다. 제가 오지랖 넓은 말을 하는 거 같지만 다시 한번만 더 꿈을 꾸고 무대가 필요한 후배들에게 내년에는 기회가 주어졌으면 좋겠습니다." 였습니다.

저는 그저 '언급'이 아닌 '진심'이라는 걸 느꼈습니다.

냉정하게 따지자면 유재석 선배님은 KBS 출신이기에 MBC 개그맨들을 걱정 안 해도 되지만 그는 아니였습니다. 방송사를 떠나서 그저 후배들을 안타까워하고 아낀다는 걸 알게되었습니다.

아직도 더 많은 폭로가 남아있지만 여기서 글을 마치려 합니다. 제 개인적인 바램이 있다면 이 글이 널리 퍼져서 많은 분들이 '인간 유재석'의 실체를 더 많이 알게 되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혹시라도 이 글을 유재석 선배님이 보신다면 많은 후배들이 선배님을 롤모델로 삼지만 '국민MC 유재석'이 아닌 '인간 유재석'으로 롤모델을 삼는다는 걸 알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동아닷컴 온라인뉴스팀 star@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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